적자·환경파괴 우려 큰데…지방선거 앞 케이블카 공약 ‘우르르’

김규원 기자 2026. 6. 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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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9개 지역·23명 후보자가 공약…강원이 절반 이상 차지
경남 통영 케이블카. 녹색연합 제공

다수의 케이블카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전국 19개 지역에서 23명의 후보가 관광용 케이블카 사업을 공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들은 경제성이나 생태·환경, 안전 등 여러 우려가 있는 케이블카 사업을 공약한 후보들을 이번 지방선거에 심판해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2일 환경단체 연대인 ‘전국 케이블카 건설 중단과 녹색전환연대’(이하 녹색전환연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19개 지역에서 후보 23명이 관광용 케이블카나 이와 비슷한 곤돌라, 모노레일 사업을 공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별로는 산이 많고 경관이 뛰어난 강원의 11개 지역에서 후보 15명이 케이블카 등을 공약했고, 그밖에 8개 지역에서 8명이 케이블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이하 국힘) 15명, 무소속(이하 무) 5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 3명이었다.

케이블카 공약을 낸 후보 23명 가운데 17명은 기초지방정부 후보들이었다. 그러나 광역 시장·도지사 후보 가운데서도 국힘 소속의 서울 오세훈, 대전 이장우, 부산 박형준, 울산 김두겸, 경남 박완수, 강원 김진태 등 6명은 케이블카 사업을 공약했다. 특히 김진태 후보는 양양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와 평창 대관령 케이블카 등 2개를 공약했다.

케이블카 사업을 공약한 후보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 오세훈(국힘), 서울 은평 남기정(국힘), 대전 이장우(국힘), 부산 박형준(국힘), 경남 박완주(국힘), 경남 산청 유명현(국힘), 경북 문경 신현국(무), 영주 황병직(국힘), 강원 김진태(국힘), 원주 원강수(국힘), 강릉 김동기(무), 고성 박효동(국힘), 함명준(민주), 동해 김기하(국힘), 영월 최명서(무), 평창 한왕기(민주), 심재국(국힘), 정선 최철규(국힘), 철원 김동일(국힘), 인제 한상철(무), 양양 김정중(민주), 김호열(국힘), 고제철(무) 등이었다.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감도. 녹색연합 제공

녹색전환연대는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케이블카 43개 가운데 다수가 200억~2천억원의 엄청난 건설비를 들이고도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흑자를 내는 케이블카는 서울 남산 케이블카,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여수 해상 케이블카, 부산 금정산 케이블카 등 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케이블카 성공 신화를 쓴 통영 케이블카도 2020년대 들어 흑자와 적자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관광개발정보시스템이 2022년 발표한 전국 케이블카 현황 분석을 보면, 케이블카는 설치한 뒤 10년이 지나면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적자인 케이블카들은 적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케이블카 사업은 재정 규모가 작은 지방정부엔 엄청난 부담을 준다. 예를 들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강원 양양의 2026년 예산 규모는 추가경정을 포함해 4553억원인데,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총사업비는 1172억원으로 25.7%에 이른다. 사업비도 문제지만, 완공한 뒤 적자가 나기 시작하면 지방정부 재정에 고질적인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에도 큰 악영향을 준다. 케이블카 설치 지역이 대부분 국립공원이나 보호지역이어서 건설부터 운영까지 지속적으로 경관을 훼손하고, 야생 동식물을 위협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케이블카 사업이 공약된 지역 가운데 설악산, 지리산, 소백산, 속리산, 북한산 등은 모두 국립공원이다. 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녹지를 확대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불필요한 개발로 녹지를 훼손한다.

가리왕산 곤돌라. 녹색연합 제공

안전 문제도 지적된다. 케이블카는 많은 경우 가파른 산지에 설치되기 때문에 산사태가 나거나 강풍이 불면 극히 위험하고 특별한 대피 방법도 없다. 최근엔 낡은 케이블카의 멈춤 사고도 일어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보호지역과 녹지를 늘리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은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고 지방정부의 재정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시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케이블카를 공약한 후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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