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민 안전 위협·도시 발전 저해하는 대전차 방호벽…군 "유사시 필수 시설물" 철거 난색
좁은 폭·급커브 탓 교통사고 빈번
도시미관 훼손·경제 활성화 제동
군 "작전상 명분" 철거 협의 답보

파주시 월롱면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2) 씨는 매일 금촌동으로 출퇴근하면서 영태리 정목고 앞을 지날 때마다 아찔한 경험을 한다. 왕복 4차선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막듯 서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이다. 더욱이 도로가 굽어 있어 야간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 급브레이크를 밟기 일쑤다.
김 씨는 "신도시가 들어서고 주변은 몰라보게 현대화됐는데, 도로 한복판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대전차 방호벽을 볼 때마다 여전히 최전방 군사도시에 살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파주 지역 곳곳에 산재한 '대전차 방호벽'은 53곳으로 도시의 미래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되고 있다. 유사시 적 전차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된 군사시설이지만,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 중인 현재에 이르러서는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시대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도로 양옆으로 짧게는 30m에서 길게는 100여m까지 양분하는 방호벽은 마을을 분리하고 운전자들로 하여금 안전사고의 위협이 되고 있다. 파주는 운정신도시 개발 등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와 세련된 상업지구로 탈바꿈하는 와중에도,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방호벽 주변 주민들은 '행복추구권'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비단 안전사고 문제뿐만이 아니다. 거대하고 딱딱한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은 도시의 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인구 50만 명을 돌파하며 수도권 핵심 도시로 도약 중인 파주시에 '군사도시'라는 부정적이고 경직된 오명을 덧씌우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이 방호벽들은 도시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극도로 떨어뜨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심각한 제동을 걸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접경지역 지자체들이 군부대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대전차 방호벽을 철거하고 있음에도 파주지역은 지리적 특성이란 이유로 방호벽 철거는 지지부진하다.
파주시는 도시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방호벽 철거를 간곡히 희망하고 있지만, 관할 군부대는 여전히 '작전상 명분'과 '안보 공백 우려'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방호벽 철거를 원하는 민원이 많아 군과 협의하고 있지만 군이 유사시 필요한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철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예산도 부족하지만 시설물의 관리 주체가 군부대인 만큼 철거도 군의 예산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주시에는 통일로를 중심으로 이중 방호벽을 포함해 읍면지역을 가로지르며 53곳의 대전차 방호벽이 산재해 있다.
김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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