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기다린 월드컵인데 어쩌나"…치킨집 사장님 한숨 이유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대대적인 응원 마케팅에 나섰지만 치킨·주류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한국시간 기준 오전 10~11시에 열리면서다. 과거 월드컵 특수의 핵심이던 ‘퇴근 후 치맥’ 수요가 이번 대회에서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드컵 특수 사라지나 … 치킨 빅3 '울상'
2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월드컵 기간 점심시간 단체 응원과 편의점 먹거리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GS25와 CU 등 편의점업계는 한국 대표팀 경기일에 맞춰 치킨, 피자, 맥주, 안주류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파리바게뜨, 도미노피자 등도 손흥민과 축구 이미지를 앞세운 이벤트와 한정판 제품을 내놓으며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다만 치킨·맥주업계가 기대하는 특수는 과거보다 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팀 경기는 6월 12일 오전 11시, 6월 19일 오전 10시, 6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다. 직장인과 학생이 경기 시간에 맞춰 치킨을 주문하고 맥주를 곁들이기는 쉽지 않다. 월드컵 특수가 ‘야식’에서 ‘점심 간편식’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킨업계도 월드컵 특수 기대치를 낮춰 잡는 분위기다. 교촌치킨, BBQ, bhc 등 주요 프랜차이즈는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배달 수요 증가 효과를 누려왔다. 한국 경기가 저녁이나 밤에 열리면 경기 시작 1~2시간 전 주문이 몰려 일부 매장에서는 배달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예정돼 있어 이런 주문 패턴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음주 문화 바뀐다… ‘소버 큐리어스’ 확산
주류업계의 고민은 더 깊다. 국내 술 소비가 이미 구조적으로 줄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과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감소했다. 2019년 분기 통계를 다시 집계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2023년 4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줄었다.

최근 음주 문화 변화도 월드컵 특수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식과 폭음 문화가 줄고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확산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는 응원’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음주를 의식적으로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확산한 것도 부담이다. 무알코올·저도주 제품은 성장하고 있지만 기존 맥주 소비 감소분을 메우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앞세워 월드컵 공식 스폰서 마케팅에 나섰다. 태극 문양을 적용한 ‘원팀 에디션’을 출시하며 응원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테라 라이트를 앞세워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월드컵 당일 매출보다 브랜드 노출에 집중"
업계에서는 이번 월드컵 마케팅의 초점이 당일 매출보다 브랜드 노출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점심시간 전후 편의점 도시락, 간편식, 치킨 조각, 피자, 디저트류 판매는 늘 수 있지만 과거처럼 호프집과 배달 치킨, 캔맥주가 동시에 터지는 ‘치맥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분명한 대형 이벤트지만 오전 경기는 저녁 경기와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에는 주문 폭증보다 할인 쿠폰과 배달앱 프로모션을 통해 응원 분위기를 만드는 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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