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와일드 씽' 보고 울고 있는 나

장혜령 2026. 6.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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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와일드 씽>

[장혜령 기자]

 영화 <와일드 씽>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오랫동안 지키고 싶지만 쉽지 않고, 예기치 못한 내리막을 향해 걷게 된다. 흐르는 시간은 막을 수 없고, 전성기를 다시 찾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인간은 지나간 추억을 곱씹으면서 오늘을 살아내고 미래를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와일드 씽>은 가요계 최정상의 자리에 섰지만 한 번의 불운으로 해체된 혼성 3인조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후 재기의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한때는 잘 나갔지만 현재는 돈, 욕망, 꿈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다룬다. 이들을 웃음의 소재로 끌어왔지만 희화화가 아닌 연민의 시선으로 다가간다.

20년 후 꿈의 무대를 향해

비보이 출신의 댄스 머신 현우(강동원)는 생계형 방송인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무대 위 상큼함을 뽐내던 센터 도미(박지현)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후 욕망과 본능을 접었다. 마지막으로 정통 힙합 전사를 꿈꾸던 상구(엄태구)는 연이은 솔로 앨범의 폭망으로 빚더미에 앉은 채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트라이앵글의 저력에 만년 2위였던 최성곤(오정세)은 20년 후 야생동물 사냥꾼으로 살아가던 중 콘서트 제안에 다시 심장이 뛴다.

인생을 긴 고속도로에 비유한 영화는 로드무비의 성격에 가깝다. 목적지까지 헤쳐 나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은 당연하다. 20년 전 정산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한국을 뜬 소속사 대표 용구(신하균)가 트라이앵글 앞에 나타나며 일은 더 꼬이기 시작한다.

나이 마흔을 넘어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워 보려는 심정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그들의 마음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과 조우하는 순간 짠 내 나는 웃음과 감동의 눈물은 열심히 살았던 자신을 다독이는 위로로 변한다. 재기의 무대를 목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어느덧 관객의 모습과 일치하고 내 이야기로 환원된다.

실패했다고 해도 괜찮다는 위로,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를 잡아 반등하겠다는 절실함으로 읽힌다. 분명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칠 수도 있다. 1세대 아이돌에게 열광했던 문화가 내 이야기 같아서 빠져들었다가도 녹록지 않은 현재를 떠올리며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완벽하지 않고 덜컹거리기만 하는 이들이 무사히 무대를 마칠 수 있게 응원하는 마음이 커진다.

신박한 홍보 방법 통할까?
 영화 <와일드 씽>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의 홍보 방법은 저돌적이었다. 개봉 두 달 전 4월부터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가 SNS에 퍼지며 인기를 끌었고, 함께 발매된 곡 '러브 이즈 Love is' 또한 사랑받기 시작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어디쯤을 연상하는 트라이앵글의 무대 콘셉트는 레트로가 트렌트인 시대에 K POP 1세대를 조명하는 기회도 엿보인다.

5개월 전부터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브레이크 댄스, 보컬, 랩을 연마했던 세 배우의 활약은 화면 안에 그대로 담겼다.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지 감도 들지 않는다'는 베스트 댓글은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트라이앵글의 완벽한 삼인조 케미뿐만 아니라, 능청스럽게 당대 고막남친을 표방한 오정세(최성곤)의 청순한 태도는 '니가 좋아'를 부르는 쇼츠 영상으로 환원되었다.

물론 웃음이 터지는 지점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구미를 맞추기에 코미디 장르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말도 안 되는 도전을 진짜로 감행하는 태도가 다소 과장되고 투박하다는 단점도 분명하다. 길 위에서 우당탕 부딪히는 소동극이 제목 '와일드 씽'처럼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잔망스러움이 이를 상쇄된다.

<와일드 씽>의 진짜 매력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웃고 떠들고 흥얼거리면 되는 영화라는 점이다. 굳이 메시지를 찾으려는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단순하게 즐긴다면 웃으면서 러닝타임을 보낼 수 있다. 관객의 시선에 맞춘 기획과 신박한 홍보 방식이 통할지 앞으로가 주목되는 영화다.

철저한 관객 중심 트렌드 변화
 영화 <와일드 씽>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OTT 환경의 편리함과 익숙함에 매료된 관객은 냉정해졌다. 한국 영화의 흥행 보증 수표의 트렌드가 달라졌다. SNS의 입소문은 실시간으로 퍼져 개봉 전 성과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좋은 입소문을 얻지 못한다면 영화 흥행이라는 결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캐릭터, 이야기, 볼거리, 메시지, 중독성 큰 음원, 쇼츠가 될 만한 포인트를 두루 갖춘 영화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모두가 아는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왕과 사는 남자>는 큰 호응을 얻었다. 아는 맛도 다른 레시피로 내놓고 극장에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관객은 기꺼이 극장을 찾는다는 답이 통한 기획이다. 명절 특수가 낀 2월이었다고는 하나 특별한 적수가 없어 <왕과 사는 남자>는 입소문을 넘어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4월 비수기와 호러 장르의 약점에도 <살목지>는 소비문화의 중심에 선 십 대를 잡는 공략으로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 90년 대 생 젊은 감독과 신진 배우의 조합, 디지털 장비와 화면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영화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와일드 씽>은 어떤 성과를 보여줄까? 일단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흥행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살아 있는 캐릭터는 활어처럼 숨 쉬고 뛰논다. 고강도의 연습으로 다져진 아이돌의 무대를 완벽 소화하는 것도 모자라, 대놓고 망가지는 모습으로 안쓰러움까지 유발한다.

강동원은 인터뷰를 통해 "1세대 아이돌을 오마주 하며 화려했던 대중예술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존경과 진정성을 드러냈다. 박지현은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면서도 이게 가능한지 의구심이 드는 조합이 신선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사, 감독, 배우가 작정하고 코미디 정신으로 중무장한 태도도 진심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해치지 않아>를 연출한 손재곤 감독, 영화 <극한직업>의 제작사 어바웃필름과 특별출연의 존재감을 뽐낸 오정세, 신하균의 존재감까지 풀장착 했다.

여러 가지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영화 <와일드 씽>은 흥행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마냥 웃고 싶은 순수한 재미로, 20년 전 K POP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현상을 더해 젊은 세대가 자기 식으로 재해석하는 접점으로, 그 시절을 살던 세대는 노스탤지어를 부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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