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성차별과 ‘남성정치’를 강화할 때

김혜정 2026. 6. 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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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의 반성폭력 정치] 남태령 시민들을 생각한다

지하철역에서 색색깔 옷을 입고 피켓 든 사람들이 외치기 바쁘다. 지방선거다. 정책을 알리기보다 “O번, OOO입니다” 멘트가 반복된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정치하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이번 지방선거에 선거구는 2,335개라 한다. 뽑는 사람 정수는 시·도지사 16명, 구·시·군의 장 227명, 시·도의회의원 804명, 광역의원 비례대표 129명, 구·시·군의회의원 2,650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385명이다. 교육감 16명까지 하면 당선되는 이만 전국에 4,227명이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14명을 뽑는다. 후보자가 총 7,723명이다. 많다.

골목길에서, 공보물에서 포스터를 골똘히 본다. 이들은 어떤 철학, 자원, 욕망을 안고 ‘주민의 대표자’라는 길에 나서고 있을까?

 

선거가 성차별을 재생산할 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5월 18일, 정당공천에서의 성별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중앙선관위 후보자 등록자 7,723명 중 여성은 34% 가량이었다. 교호순번제(성별 교대 배치)를 거친 비례대표 후보에서 여성 숫자를 제외하면 처참한 수준에 이른다. 광역의원 지역구 23.7%, 기초의원 지역구 26.3%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서는 9.3%, 기초단체장 후보 중에서는 7.2%만 여성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단 한 명씩이다.

정치의 남초화, 광역정치의 초남초화, 피라미드 성별 구조는 지방자치의 풀뿌리성을 무색하게 한다. 시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뛰어다니는 전국 수천 명의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을 조직하는 지방자치라는 공공성의 영역이 큰 규모로 성차별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성별 분석은 후보자 성별 퍼센트, 사람의 숫자만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가, 지방자치가 뚜렷하게 남성중심적임을 알 수 있다.

▲ 2026년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박정현 부여군수 출판기념회 참석을 규탄하는 긴급 집회가 불꽃페미액션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이번 선거에서 ‘최대격전지’라 불리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5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5월 18일,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변호사 시절 30여건 성폭력 가해자 변호 이력 가운데 ‘내용상 문제’를 규탄하며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20세 전후 남성 6명이 공모하여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만취시키고 차례로 성폭력을 저지른 집단 성폭력”, “훈육하는 차원에서 피고인의 성기에 접촉하라고 피해자에게 한 적이 있으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한 친족 성폭력”, “가출 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하여 성매매를 하도록 성매수남을 모집해 알선하고 수입원으로 삼은 자에 대해서 ‘업으로’ 행한 것은 아니라며 변론한 사건” 모두 경기남부에 소재한 지방법원에서 다툰 사건이거나 그에 대한 항소심이다.

2012년 정치를 시작하던 때 법무법인도 문을 열었고, 2024년까지 새누리당, 국민의힘, 개혁신당을 오가며 같은 기간 지역 성폭력, 성매수 사건에 대한 가해자 변론을 ‘심각하게 문제적인 내용’으로 계속했던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 주인공이라니. 경기 남부 지역의 10년간 성폭력 피해자,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 조력자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남성 정치’다.

한편, 평택을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는 성폭력 피해자를 온라인상에서 조리돌림했던 가해 남성 시인을 편들었던 이력이 있다. 그에 대해 지난 4월 17일 피해자가 사망한 후, 고인에게 사과와 조의를 표하라는 요구가 무수히 많았는데도 어떤 존중 어린 입장표명도 없었다.

조국혁신당은 조국이 당선되면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이 평택을 지역 읍·면·동 민생 현안을 나눠 담당하겠다는 초유의 약속을 제시했다. 당대표라는 위계로 지역을 특권화하면서 동시에 대상화하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하는 선거와 민주주의에서 성차별이 되려 재생산되지 않으려면, 어떤 기준과 제도, 권력 구조의 전환이 필요할까.

▲ 2026년 4월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5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2026 지방선거 서울시민행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출범을 알리고, 서울시정 전환을 위한 8개 분야 공약을 제안하였다. (사진 출처-정보공개센터)

‘인권’이라는 민생을 ‘선거’가 가로막을 때

지하철역에 늘어선 지방선거 운동원들을 보면서 드는 두 번째 생각은 이번 지방선거가 무척 분절적이라는 느낌이다. 나는 우리 지역 의제를 주로 모니터링하고 다루는 활동가는 아니고, 주말에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평범한 주민이다. 그래도 세월호 집회가 우리 지역 작은 번화가에서 열리고, 탄핵 집회에 지역주민 깃발을 들고 온 사람들이 있고, 터널을 뚫자는 공약에 갑론을박 반대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지방선거는 어떤 가교가 되고 있나?

윤석열 탄핵, 사회 대개혁을 위한 겨울 광장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승리, 시민의 승리로 나라 안팎에서 상찬됐다. 그 후 정치는 클로즈업되는 대통령의 입과 말로 정리되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은 온라인 생중계 회의에서 공무원의 무능을 호쾌하게 잡도리하고, 시장에 나와서 털털하게 호떡을 먹고, 오래 살던 집을 팔아 집값을 낮추고 주식시장을 견인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를 탄압한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사자후를 날린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원하는 사회운동가들은 지금 대통령의 동선을 찾아가 만나고, 대통령을 언급하며 SNS에서 코멘트와 DM를 보내고 있다. 민주주의 효능감이 어느새 스펙터클 대통령 쇼츠가 되어버린 것 같을 때,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정책이 의미있게 평가되고 논의되는지 더욱 더 보이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과 정부, 중앙의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연결되어 있는 민주주의 체계일 것이다. 그런데 선거는 중앙 정부, 입법부, 지방정부, 지방의회를 연결 짓고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체되어 있는 여성폭력 제도개선, 입법 변화를 위해 정부를 찾아가면 “입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국회를 찾아가면 “선거가 끝나야 한다”고 나중에로 지연한다.

힘을 모으고 확인하는 선거는 항상 말하는 ‘사회적 합의’의 장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회적 합의는 시도된 적 없이, 선거는 의제와 이슈를 숨기고 배제하는 구조로 뒤바뀌었다.

▲ 2024년 12월 6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여성계 시국선언’ 자리에서.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 퇴진하라.” 피켓은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에서 디자인한 것이다. (촬영-이충열)

“내란척결 세력이 바로 저이고, 우리 당입니다!”라고 반복하는 유세차 연설을 본다. 내력세력 척결은 선거운동 조끼에도 써 있다. 그러나 파란당 남성 후보가 중년 여성 선거운동원들에게 줄 잘 맞추고 피켓 똑바로 들라고 훈계하고 있는 반면, 빨간당 청년 남성 후보가 혼자서 허리 굽혀 성실히 명함을 나눠줄 때, 내란만이 문제인가 싶다.

그래서, 내란청산을 외쳤던 광장의 요구는 사회 대개혁을 함께 외쳤다. 차별금지법과 성평등이 필요하다고 수백 명이 발언하였다. 성소수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으로서 깃발을 휘날렸다.

그랬던 광장으로부터 대선을 지나 이번 지방선거까지, 성평등과 차별금지법이 어디에서 입막음되었는지 기막힐 노릇이다. 6월 3일 18시가 되면 개표방송이 시작된다. 전국 곳곳이 무슨 색이 되는지, 몇 퍼센트인지 숫자와 점유가 밤새 스펙터클을 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선거가 끝나면’ 사회 대개혁이 2,335개 지역 주민들의 힘과 뜻 모아 시작되는 것일까. 광장 시민들은 여전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남태령의 시민들은 지금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남태령〉(김현지 연출)을 보았다. 추운 겨울에 시시각각으로 얼굴이 불긋불긋하다 못해 파래진 2024년 12월 21일 밤과 22일 새벽의 사람들, 이들을 생중계로 보면서 피자와 핫팩을 배달시키는 전국의 사람들, 해외의 시민들이 생생했다. 남태령에서는 “O번, OOO입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는 OOO인데”로 시작해서, “그래서 OOO를 생각하지 못했다가 OOO를 오늘 배웁니다”로 향해가는 발언만이 가득했다.

▲ MBC경남 김현지 PD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남태령〉(The Longest Night: Namtaeryeong 2026) 중에서

자기가 누구니 나를 선택하라는 2026년 지방선거 사이에서 나는 누구였지만, 타인과 만나 새로운 인식을 열게 되었다는 ‘경청’과 ‘연대’와 ‘배움’의 남태령이 소환된다. 남태령의 시민들은 혐오 발언을 공약으로 서슴지 않은 무려 서울시 교육감 후보 현수막에 일일이 무지개빛 연대의 현수막을 달고야 만 사람들일 것이다. 넘쳐나는 후보들 사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성평등 공약을 정리해서 알리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남태령의 시민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선거가 끝나면, 선거가 끝나고, 아니 선거와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지 않을까.

 

[필자 소개] 김혜정. 2004년부터 반성폭력 운동판에서 사람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성폭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사려깊고 해방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고, 상근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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