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춤 추는 강백호…한화가 터진다, 리그가 신난다

강백호(27)는 2018년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고에서 투타겸업 하는 포수, 야구 천재로 주목받은 뒤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받았다. 개막전에서부터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당시 KIA 외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3회 첫 타석부터 좌월 홈런을 때려 고졸신인 최초 데뷔 첫 타석 홈런 기록을 세웠다. 그해 강백호는 29홈런을 쳤다. 대졸신인 박재홍(1996년·30개)에 1개 못 미쳤지만, 1994년 김재현(21개)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고졸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새로운 스타 강백호의 등장은 KBO리그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2015년 리그에 합류해 꼴찌만 한 대가로 강백호를 가질 수 있었던 KT도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KT에 처음 등장한 프랜차이즈 슈퍼스타 강백호와 함께 KT 인기도 오르기 시작했다. 압도적 신인왕 수상 등, 1년 선배 이정후가 당시 키움에서 먼저 나간 발자취를 강백호도 따라밟으며 리그의 신세대 라이벌 구도도 만들어졌다. 개성 있는 성격에 슈퍼스타 기질이 더해져 많은 오해도 받은 강백호는 실질적인 KBO리그 MZ 세대의 출발을 알린 선수이기도 하다.

8년이 지나 강백호는 FA가 되었고 유니폼을 갈아입어 한화로 갔다. 그 사이 강백호는 누구보다 큰 풍파와 부침을 겪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경기 중 껌을 씹었다고 비난받고 2023년 WBC에서는 세리머니사로 포화를 받으며 국민 밉상 수준까지 몰렸다. 원래 포수였지만 타자 강백호를 기용하기 위한 구단의 노력으로 좌익수-우익수-1루수로 계속 옮기면서 한 자리에 적응도 못해 힘든 중이었던 강백호는 결국 멘털이 터지고 말았다. 부상이 잇따랐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사이, 딱 한 시즌(2024년)밖에 활약하지 못헸다.
그럼에도 가진 능력이 출중한 강백호는 100억 FA가 되었다. 모두가 반신반의의 눈길을 보냈지만 개막 두 달 여가 지난 지금 강백호는 신인이었던 8년 전처럼, 그러나 훨씬 단단해진 모습으로 팀과 리그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강백호는 1일까지 타율 0.342 12홈런 60타점 35득점에 출루율 0.412 장타율 0.594를 기록하고 있다. 타점 1위, 장타율 2위, 안타·홈런 4위,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1.006)는 리그 2위다. 한화가 52경기를 치른 현재 강백호는 50경기에 나가 60타점을 올렸다. 앞으로 92경기 더 남았으니 무시무시한 페이스다. 르윈 디아즈(삼성)가 지난해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58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리그 타점 2위가 KT의 샘 힐리어드(44개)다. 현재 리그 어떤 부문보다 타점 부문의 1·2위 간 격차가 크다.
강백호의 괴물 같은 타점력은 한화를 바꿔놨다. 지난해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공격력 강화에 치중했지만 작년 활약한 마운드가 붕괴돼 올시즌 우울하게 출발한 한화는 무서운 집단 방망이로 일어서면서 5월에 16승(9패)을 쓸어담았다. 5월 시작할 때 8위였던 한화는 지금 5위다. 1위 LG와 5.5경기 차다.

강백호가 5월에만 30타점을 쓸어담았다. 월간 타율 0.424를 기록, 한화의 지뢰밭 타선을 맨앞에서 지휘하고 있다. 팬들도 다시 흥이 난다. 월간 팀 타율 0.311로 폭발한 5월 이후의 한화는 매진 제조기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는다. 5월9일부터 치른 6차례 3연전 18경기 중 2경기(27~28일 창원 NC전)를 제외하고 한화 경기는 전부 매진됐다.
개막전 데뷔 타석부터 충격의 홈런을 때리고 KT 승리를 이끌었던 8년 전처럼, 강백호는 3월28일 키움과 올시즌 개막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 대전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두 달이 지나도록 그 기세를 유지하는 강백호를 통해 한화는 10년도 훨씬 지난 다이너마이트 타선 시절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극강의 공격력으로 부실한 마운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도 다시 강해진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침체됐던 젊은 스타가 다시 일어서 달리는 모습이 리그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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