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형벌 되면 안 된다…교도소 에어컨 설치, 7년 만에 결단

장윤우 2026. 6. 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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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 안양교도소 내부.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법무부 제공]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법무부가 올해 12억원을 투입해 교도소 내 냉방설비를 설치한다.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자가 있는 수용동 복도를 중심으로 에어컨을 들이는 방식이다.

2일 법무부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이번 냉방설비는 개별 수용거실 내부가 아닌 수용동 복도에 설치돼 간접 냉방 효과를 낸다. 일부 여성수용동도 과밀수용 현황과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 생활공간에는 냉방설비가 없다. 교도관 사무공간과 의료동에만 에어컨이 운영되고, 수용거실에는 선풍기만 비치된 상태다. 수용률도 127%에 달하는 초과밀 상태다. 정원을 훌쩍 넘긴 인원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실내 체온이 급상승하고, 폭염 시 온열질환 위험으로 직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20일 이슈와 논점 제2400호 ‘뜨거운 여름이 형벌이 될 수 있는가-교정시설 실내온도 기준 필요성-’에서 온도 관리 기준 부재 시 대규모 국가배상 소송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6년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서는 선풍기도 없는 환경에서 수용자 두 명이 하루 간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2.7도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열사병이 주된 사인으로 밝혀졌다. 사망자 나이는 각각 37세, 39세였다.

고령 수용자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법무부 2025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정시설 수용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9.5%에서 17.5%로 증가했다.

국제학술지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ary Health)에 따르면 외부기온이 35도를 초과하면 선풍기가 체내 심부 온도를 유의미하게 낮추지 못한다.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수형자가 법을 위반해 스스로 자유를 박탈했더라도 추가적으로 비인간적인 고통을 부과하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며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는 갇혀진 자들의 고통 역시 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금시설의 적정온도 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수형자에 대한 특혜라기보다는 최소 수준으로 개인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123RF]

교도소 에어컨 설치는 그간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왔다. 쪽방촌 등 서민 취약계층에도 냉방이 보급되지 않은 현실에서 범죄자를 위한 냉방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교정시설 실내 적정온도 기준 마련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2020년 7월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각종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최근 국가 배상 소송 위험이 커지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는 “냉방설비 보강은 폭염에 취약한 수용자의 생명·신체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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