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플라스틱' 뇌까지 도달하는 경로 밝혀졌다

조인준 2026. 6. 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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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부산대 안범수 교수, 정의만 교수, 김민재 연구원 (사진=부산대)

우리 몸에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의 뇌까지 도달하게 되는지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안범수 교수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연구팀은 폴리스티렌 나노플라스틱(PSNPs)이 자유 입자 상태에서 세포 안으로 들어온 뒤 비교적 빠르게 배출되는 반면, 간세포 유래 세포외소포체(EVs)에 담지될(담길) 경우 세포 내에서 더 오래 머물며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이런 나노플라스틱 담지 세포외소포체(PSNP-EVs)가 혈관 내피세포 장벽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나노플라스틱은 음식물과 식수, 공기 등을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 최근들어 이 물질이 다양한 장기에 축적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면서, 신경계와 혈액-뇌 장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혈액-뇌 장벽은 혈액 속 유해물질이 뇌로 무분별하게 들어가는 것을 막는 중요한 방어선이지만, 나노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 장벽에 도달하고 손상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세포간 물질 전달에 관여하는 세포외소포체에 주목했다. 특히 외부 물질의 대사와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에서 유래한 세포외소포체가 나노플라스틱을 담지한 뒤 혈관 내피세포와 뇌 조직으로 전달할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세포외소포체에 담지된 나노플라스틱은 자유 형태의 나노플라스틱보다 혈관 내피세포 안에서 더 오래 남고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혈관 내피세포인 HUVEC(Human Umbilical Vein Endothelial Cells)에 두 형태의 나노플라스틱을 각각 처리해 비교한 결과, 자유 형태의 나노플라스틱은 세포 내로 빠르게 유입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 반면, 세포외소포체에 담지된 나노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포 내 형광 신호가 계속 증가했다. 이는 세포외소포체가 나노플라스틱의 세포 내 잔류와 축적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혈액-뇌 장벽 기능 저하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연구진이 HUVEC 기반 혈액-뇌 장벽 모델에서 경내피 전기저항(TEER)을 측정한 결과, 나노플라스틱 단독 처리군보다 나노플라스틱 담지 세포외소포체 처리군에서 장벽 기능 저하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특히 고농도의 나노플라스틱 담지 세포외소포체는 나노플라스틱 단독 처리군보다 약 2.8배 큰 TEER 감소를 유도했다. 또 형광 표지제인 '플루오레신 이소시안산지(FITC)-텍스트란(dextran)' 투과성 분석에서도 4kDa(약 4000Da)와 40kDa 크기의 고분자 물질 투과가 증가해, 혈관 내피 장벽의 구조적 손상과 실제 투과성 증가가 함께 일어났다.

▲세포외소포체에 담지된 나노플라스틱이 혈액-뇌 장벽 손상 및 뇌 축적에 미치는 영향 (자료=부산대)

연구진은 이어 혈액-뇌 장벽의 밀착연접 단백질 변화도 분석했다. 그 결과, 나노플라스틱 담지 세포외소포체 처리 후 오클루딘(occludin)과 ZO-1 단백질 발현이 감소했고, 면역형광염색에서는 정상세포에서 경계 부위에 연속적으로 분포하던 구조가 흐트러지고 불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외소포체에 의해 운반된 나노플라스틱이 혈액-뇌 장벽의 밀착연접 구조를 약화시켜 장벽 투과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물실험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이 DiR 형광표지 세포외소포체를 마우스에 정맥주사한 뒤 생체형광 이미징을 수행한 결과, 간과 비장, 폐 등 주요 장기뿐 아니라 뇌 부위에서도 형광신호가 관찰됐다. 특히 자유 형태의 나노플라스틱보다 세포외소포체에 담지된 나노플라스틱이 뇌 부위에서 더 오래 잔류하는 양상을 보여, 세포외소포체가 나노플라스틱의 생체 내 이동성과 뇌 축적을 높이는 운반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환경독성학, 세포생물학,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융합연구로서, 환경오염 물질의 생체 영향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나노플라스틱이 세포외소포체에 담지돼 생체 내에서 전달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혈액-뇌 장벽 손상과 뇌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향후 나노플라스틱의 생체 내 이동 경로와 신경독성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6월 15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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