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 청년들은 정말 ‘정치’에 관심 없을까
![▲ [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2/kado/20260602093755554qbyy.png)
‘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는 수준이 높고 품격 있다는 뜻의 ‘고상(高尙)하다’와 ‘고민 상담’ 인터뷰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기획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고민’으로 바라보고 인터뷰를 통해 그 속 이야기를 차분히 짚어본다.

정치인의 시간과 자원은 한정돼 있다.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질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에서 20대 유권자는 종종 후순위로 밀려난다.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절벽 속에서 20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성세대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머릿수’가 부족해 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청년을 정책의 사각지대로 내몬다. 정치를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기는 청년부터,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삶과 안위를 기준으로 정치적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한 청년까지. 20대 유권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 ‘자발적 무관심’인가, ‘타의적 소외’인가
원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권 모(25) 씨에게 선거는 ‘출근 안 하는 반가운 휴일’로 먼저 다가온다. 지지 정당도 없고 정치는 ‘그사세(그들만의 세상)’ 같다는 권 씨는 “누구를 뽑아도 내 삶에 영향이 없다고 느낀다”며 무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런 권 씨에게도 바라는 정치는 분명했다. 어떤 후보가 반드시 지켜줬으면 하는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원주시 교통 개선과 문화시설 확충”을 꼽았다. 정치에 관심이 없을지언정 지역 청년으로서 체감하는 현실의 불편과 부족함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동시에 권 씨는 “정치는 입문하는 것부터 알아가는 과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원하는 정책은 곧바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삶의 요구는 분명하지만, 그 요구를 실현하는 정치의 문턱은 청년들에게 여전히 높고 낯설다. 청년들이 정치를 어렵고 먼 이야기로 느끼지 않도록 눈높이에 맞춘 소통의 장을 넓히는 것 역시 정치의 책임이다. 결국 사회를 바꾸고 삶을 개선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정치라는 사실을 권 씨의 솔직한 답변이 보여준다.

■ 절망이 낳은 ‘의도적 무관심’
반면, 의도적으로 정치에 무관심을 택한 20대 청년도 있다. 강원도민 김 모(25) 씨는 최근 선거판을 보며 지독한 허탈감에 빠졌다.
김 씨는 “이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표를 얻기 위해 지원금이나 지역화폐 같은 1차원적인 돈풀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출산율이 2명대로 반등한다 해도 그 아이들이 자라 세금을 내기 전까지 수십 년간 축적된 부채와 화폐가치 하락, 부동산 버블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것은 결국 지금의 2030 세대”라며 “나라의 미래보다 당장의 표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을 보며 결국 기대를 접고 포기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 씨가 정치를 외면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을 향한 깊은 절망의 결과다. 머릿수가 적은 2030 세대의 표 계산은 정치권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뒷전이었다. 반면 정치권이 남긴 부채와 책임은 청년들에게 가중되는 모순적인 구조 앞에서 끝내 정치에 등을 돌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 선거는 곧 내 삶을 바꿀 ‘기회’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관심에서 점차 내 삶을 지키기 위한 주체적 실리주의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놓여있는 청년도 있다. 춘천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송 모(24) 씨는 “정치에 관심이 크게 없는 사람으로서 부모님의 정치 성향을 따라가게 된다”고 전했다. 다만 “예전에는 수동적이었다면 요즘은 선거를 ‘내 생활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씨는 “청년 적금과 같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들을 우선시하고 싶다가도 막상 뽑고 나면 현실적으로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아 망설여진다”며 “그럼에도 서민들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반쪽짜리 효능감
청년들이 선거를 ‘내 삶의 개선 기회’로 보기 시작한 배경에는 지방정부가 주는 특유의 효능감이 자리 잡고 있다. 춘천 시민 안 모(26) 씨는 과거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생활 민원이 지역 시청에 의해 수락되고 해결됐던 경험을 언급했다. 안 씨는 “타 지역에 거주하던 시기에 계곡 불법 설치 평상을 신고했고 해당 민원이 수락됐다”면서 “지방행정이야말로 내 삶에 가장 피부에 와닿는 정치라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처럼 행정의 강력한 효능감을 경험한 안 씨는 지방의회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방의회는 왜 존재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감시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며 뼈아픈 무용론을 제기했다.

■ 미래 세대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20대 유권자들은 더 이상 ‘철없는 무관심 세대’가 아니다.
원하는 정책을 묻자마자 교통 개선, 청년 적금, 문화 시설을 단숨에 꼽아낸 청년들의 목소리는 내 삶에 밀착된 진짜 정치를 향한 갈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동시에 눈앞의 표를 위해 나라의 미래를 허무는 포퓰리즘 공세를 매서운 눈으로 주시하며 정치를 매섭게 심판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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