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묻으며 수소를 캐낸다…현무암의 1석2조 ‘마법’
현무암 이용한 천연수소 생산 기술 주목
탄소중립·청정에너지 ‘두마리 토끼’ 잡기

인류가 근대 문명을 일구면서 내뿜은 이산화탄소(CO₂)는 이제 지구의 숨통을 조이는 부메랑이 됐다. 지구 기온을 높이는 탄소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화석연료를 대신할 청정 에너지를 찾는 일이 인류 최대 과제다. 태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과 함께 인류가 주목하는 청정에너지원 가운데 하나가 수소다. 수소를 태우면 탄소가 아닌 물이 나온다.
문제는 현재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수소의 대부분을 화석 연료에서 얻는다는 점이다. 수소 자체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원을 쓰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땅속에 묻혀 있는 수소를 꺼내 쓰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탄소를 땅속에 안전하게 격리하는 동시에 땅속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캐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탄소 중립과 청정에너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기술이다. 1석2조의 이 신기술은 전 세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무암을 이용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핵심 원리는 자연의 산화·환원 반응에 있다. 탄산수처럼 이산화탄소를 가득 머금은 물을 현무암 지대에 주입하면, 암석 속에 있는 철 성분이 물 속으로 녹아 나와 산화하면서 물 속에 있던 수소 이온이 수소 가스가 된다. 맹물은 암석을 잘 녹이지 못하지만, 탄소가 녹아 있는 약산성 물은 현무암 속의 철과 같은 금속 성분을 잘 녹여낸다. 대신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고온, 고압 조건이 필요하다. 고온은 현무암 성분을 잘 녹여내기 위한 조건이고, 고압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잘 녹여내기 위한 조건이다.
철이 수소를 생성하는 동안, 철과 함께 현무암에서 용출된 칼슘과 마그네슘은 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단단한 암석(탄산염 광물)으로 굳어 땅속에 봉인된다. 한마디로 탄소는 땅속에 묻히고 수소는 땅 위로 솟아나오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온도 높일수록 수소 생산 효율 높아져
미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가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염화니켈' 촉매를 약간 첨가하는 신기술을 5월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연합(EGU) 연차총회에서 공개했다. 133일간 일반 대기압의 12~17배 고압과 90도 고온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그동안 수소 생산이 어렵다고 알려졌던 현무암에서도 탄소 격리와 수소 추출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니켈 촉매를 더하자 수소 발생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얻은 수소는 이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양의 0.5%였다. 연구진은 효율을 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실용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담수 아닌 바닷물 써도 효과
그동안 학계에서는 지각 깊은 곳이나 맨틀 성분에서 유래한 감람석층에 갇혀 있는 천연수소를 찾아 캐내는 연구에 중점을 뒀다. 2024년엔 수백년 동안 쓸 수 있는 수소가 땅속에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현재 미국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여러 기업들이 이 새로운 자원 노다지를 찾고 있다.
천연수소는 철 성분이 매우 풍부한 맨틀 성분의 감람석이 지각 근처나 해저면으로 상승해 물과 반응하며 사문암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물과 만나 사문암화가 일어나는 데는 수만~수십만 년이 걸릴 정도로 생성 속도가 매우 느리다. 게다가 대다수 감람석층은 시추가 불가능한 지각 깊숙한 곳에 있고, 수소 분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쉽게 새나가기 때문에 수소가 대량 저장돼 있는 가스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현재 천연 수소를 직접 추출해 사용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곳은 서아프리카 말리의 부라케부구라는 마을이 유일하다.

새 기술을 활용하면 천연수소의 시간과 공간 제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전 세계에 널리 분포돼 있는 현무암을 가공해 에너지원으로 곧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 지각의 대부분을 포함해 지구 지각의 약 절반이 현무암이다. 한국에선 제주도, 한탄강·임진강 유역(철원-포천-연천 일대), 울릉도·독도 등이 대표적인 현무암 분포지다.
흔하게 널려 있는 현무암 지대를 ‘지하 수소 공장’ 겸 ‘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에너지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알리악세이 파토니아 박사(지리환경학)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천연 수소 생산 촉진과 이산화탄소 광물화를 결합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러 연구 그룹과 신생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들과 함께 현장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ARPA-E)은 광물학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유도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포함한 천연 수소 기술 개발에 2천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무엇보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효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기술적 장벽을 넘더라도 가스 복합수를 주입했을 때 일어나는 미세 지진 가능성, 지하수 오염 여부, 지하에 사는 토착 미생물이 생성된 수소를 먹어치우는 문제 등의 부작용까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논문 정보
Generating H2 during the CO2 sequestration in basalt formations.
https://doi.org/10.1007/s40948-024-00921-3
xperimental assessment of H2 generation from Central Texas alkali basalts under CO2-coupled and high pH conditions.https://doi.org/10.5194/egusphere-egu26-15365
Low-Temperature Carbon Mineralisation and Hydrogen Production in Basalt.
https://doi.org/10.5194/egusphere-egu26-20378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서소문 고가, 안전계획 승인 5개월 전 무단철거 시작했다
- 젠슨 황, 유재석 만난다…‘유퀴즈’ 출연
- “미쳤냐!” 트럼프, 네타냐후에 폭발…“나 아니었으면 감옥 갔어”
- “단종이 국정농단해 폐위됐나”…‘박근혜 복위’ 주장에 일침
- 이 대통령 “마약 사범 여러분, 돈 쓰면서 교도소 가지 말고 치료받길”
- 배달 기사, 내일부터 꼭 보험 가입해야…미가입 땐 일 못 한다
- 트럼프 “다음 주 이란과 휴전 연장, 호르무즈 재개방 합의 가능”
- 한화에어로 ‘반복된 참사’ 희생자 13명째…“폭발 원인 모르겠다”
- 1조달러 가치 앤트로픽, 기업공개 신청…올해 가을 상장 추진
- ‘어떻게 그런 정당을 지지해?’…선거철 반복되는 ‘연예인 과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