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전 2부리거 조위제의 깜짝 월드컵 “꿈만 같은 기분”[여기는 솔트]

성큼성큼 걸었다. 취재진의 곁으로 다가온 그의 숨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훈련 파트너로 합류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정식 선수로 발탁된 것은 기뻤지만, 그 자리가 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생겼기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듯 했다.
조위제(25·전북)는 2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 센터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조)유민형이 한국 축구의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부상으로 아쉽게 낙마했다. 그 자리를 제가 채운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조위제는 지난달 3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오른쪽 발바닥을 다친 조유민(샤르자)이 1일 족저근막 부분 파열로 전치 8주 진단을 받으면서 대체 선수로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명단(26명)에 이름을 올렸다.
원래 6월 4일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이 끝난 뒤 귀국할 예정이었던 그는 이제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조위제는 “(조유민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라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걸 안다. 그저 유민형만큼 잘해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는 게 위로가 됐으면 할 뿐이다. 유민형의 쾌유를 빌고 싶다”고 말했다.
조위제와 조유민의 운명이 바뀐 날 대표팀은 훈련 없이 휴식일을 가졌다. 조위제는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의 대체 발탁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태극마크를 단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라 극적이었다.
조위제는 “가족을 포함해 축하 연락을 받으면서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탄식했다.
조위제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반년 사이 자신을 둘러싼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조위제는 얼마 전까지 K리그2(2부) 부산 아이파크에서 성장한 수비수다. 4년간 106경기를 뛰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올해 K리그1(1부)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1년 전 2부에서 뛰던 자신에게 올해 월드컵에 간다고 말하면 믿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절대 안 믿을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이 꿈만 같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훈련 파트너가 아닌 정식 선수 조위제는 이제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189㎝·82㎏)로 공중볼 경합에 자신이 있고, 스피드로 동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자신의 장점을 강조한 그는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을 다시 떠올리면서 어떻게 뛰어야 할지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경쟁자인 두 선수가 조위제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조위제의 롤 모델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축구 선수로 발전할 방향에 가깝다면, 같은 K리거로 수비의 한 자리를 꿰찬 이기혁(강원)은 동기 부여가 되는 선수다.
조위제는 “(김)민재 형의 장점과 내가 가진 장점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유럽 선수들과 많이 겨뤄본 경험에서 배우고 싶다”며 “기혁이 형은 같은 K리그 수비수로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에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위제는 부상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는 조유민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다그치겠다는 각오다. 조위제는 “유민형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이 된 선수다. 유민형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내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나도 내 실력에 궁금증이 있다. 월드컵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헤리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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