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위험? 규제 공백이 초래할 위험 더 살펴야”

김신영 기자 2026. 6.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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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센트비’ 대표 인터뷰
“동대문 도매상용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출시 예정"
최성욱 센트비 대표. /센트비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스타트업과 금융 업계에서 두루 인정하는 ‘규제 돌파형’ 창업자다. 규제가 촘촘한 한국,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외환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센트비를 2015년 세워 50여 개국으로 서비스를 확장시켰다. 그는 빡빡 민 헤어스타일로도 유명한데, 규제를 뚫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알려졌다. 금융 당국자들마다 “저 사업 모델은 어렵다”고 했던 센트비의 지난 10년간 누적 송금액은 약 14조원에 달한다. 은행보다 최대 90% 싸고 빠르다는 점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사업이 성장했다.

최 대표는 최근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아직 한국에선 규제가 정비되지 않은 또 하나의 분야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를 함께 구축했고 연내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최근 한국을 찾는 스테이블코인 업계의 글로벌 ‘거물’이 많이 늘었다. 이들이 이미 한국의 잠재력을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인데, 규제가 정비되면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1코인=1달러’처럼, 법정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 화폐(코인)를 뜻한다.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은 99%가 미국 달러 연동이며 테더가 발행하는 USDT가 1위, 2위는 서클(발행사 이름도 ‘서클’)이다. 미국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했고, 유럽·일본도 관련법을 만들어 발행과 유통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경 간 거래, 잠재적 활용처 많은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어떤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통화 가치가 크게 흔들리는 남미 등의 국가 중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화폐 대신 쓰이는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은 그런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국경 간 거래, 즉 해외로 송금하거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거래할 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핀테크 기업 입장에선 B2B(기업 간) 혹은 B2B2C(기업 간 거래와 최종 소비자를 연결) 서비스를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가상 자산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습니다. 라인 사용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 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USDT를 보유하고 있다가 자국 통화로 바꿔서 일반 은행 통장에 송금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 법정 화폐를 인출하는 단계의 서비스를 맡아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해외 여행객이 한국에 와서 물품을 살 때 USDT 같은 가상 자산으로 결제하도록 돕는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소비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상인은 원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다리’를 만드는 거죠.”

-한국은 아직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맞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약이 많긴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로선 법인이 USDT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합법적으로 원화로 바꿀 방법이 없다는 점도 제약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서비스 운영이 가능한가요.

“싱가포르 법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센트비 법인은 PG(결제 대행) 면허, 싱가포르에 있는 자회사는 싱가포르 통화청이 발급하는 MPI(Major Payment Institution·주요 결제 기관), 그중에서도 해외 송금 면허가 있습니다. 한국 회사로는 유일하고 전 세계를 통틀어도 약 160개 기업에만 발급된 면허입니다. 자회사가 싱가포르에서 USDT를 환전한 달러를 한국에 보내면 저희가 이를 원화로 바꿔 고객사나 가맹점에 정산해주는 여러 단계를 거쳐 서비스가 이뤄집니다.”

그래픽=김현국

◇“외국인 도매상, 현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센트비는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 도매상들을 위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대문 도매상가인 apM과 손잡고 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입니까.

“한국 동대문에 오는 도매상 중에 중국·홍콩 등 중화권에서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동대문 도매상은 현금 거래가 많은데요,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국할 때 들고 나올 수 있는 현금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원화 현금을 구하기도 어렵고요. 이런 이유로 물건을 구매할 자산은 있는데 결제할 수단이 없어서 거래가 막히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가 apM의 모바일 상품권입니다. 외국인 도매상들이 앱을 통해 상품권을 사고 이 상품권으로 물품 결제를 하는 구조인데, 상인들은 가상 자산 지갑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품권을 살 수 있습니다. 판매상 입장에선 apM 상품권을 받는 셈이니 스테이블코인이 쓰였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지도 못하겠지요.”

-비트코인 같은 다른 코인으로는 상품권 구매가 안 되나요.

“네, 스테이블코인만 됩니다. 상품권 거래가 이뤄질 때 그 뒤에선 이런 절차가 진행됩니다. 만약 누군가 100만원어치 상품권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산다면, 싱가포르에 있는 저희 파트너사가 그 스테이블코인을 받게 됩니다. 파트너사는 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달러로 바꿔서 센트비의 싱가포르 자회사로 보내주게 되는데, 이 과정이 2~5분 정도 걸립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크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만으로도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르면 좋겠지만, 내려가면 손실이 너무 커지는 것이죠.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적어도 달러 기준으론 가격이 안정적이도록 설계돼 그런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규제만 정비되면 한국으로 오겠다는 기업 많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가능한 듯 보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굳이 필요할까요. 법인 계좌 문제만 해결되면 말이죠.

“많은 국경 간 거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어도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업하는 회사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선 약간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 빠르게 움직일 필요도 있다는 거죠. 여전히 원화를 다른 통화로 환전해서 해외에 보내려면 여러 날이 걸립니다. 저희가 창업했을 때와 비교해도 해외 송금에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게 깁니다. 만약 원화를 받아서 블록체인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해외 송금·결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래픽=김현국

창업 전 외환 브로커로 일했던 최 대표는 국경 간 외화 송금 시장이 신기술을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몇 안 남은 분야라고 보았다. 기존 해외 송금은 일반적으로 ‘원화 입금 → 달러 환전 → 국경 간 달러 전송 → 현지 통화 환전’이라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국경 간 달러 전송 과정에서 시차 등의 문제로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고정된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중개 기관과 복잡한 다단계 절차를 줄여 실시간에 가까운 빠른 송금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해외 송금 거래 시간이 압도적으로 단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스테이블코인이 거래되는 블록체인 세상은 영업 시간도, 휴일도 없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태국인 노동자가 원화로 받은 돈을 베트남으로 보낼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태국 바트 스테이블코인 간 정산이 달러를 거칠 필요 없이 블록체인상에서 바로 이뤄지는 식의 거래 시스템을 금융사들이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환 거래 관련해서는 돈세탁 방지나 실명 확인이 유난히 까다로운데, 스테이블코인이 그런 위험을 키우지 않을까요.

“만약 정부 입장에서 그런 불법 행위가 걱정된다면 돈세탁 방지, 실명 확인 기술이 이미 촘촘히 구축돼 있는 은행 몇 군데라도 먼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도 좋다고 봅니다. 요즘 해외 스테이블코인 기업 중에 법만 정비되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에 두고 싶다는 이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렇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큰데, 관련 규제가 정비가 안 되다 보니 기회를 놓치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을 노리다가 이미 법제화를 완료한 일본·싱가포르뿐 아니라 태국·베트남 등을 한국의 대안으로 삼는 회사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탈세, 자금 유출 등에 악용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그런 우려는 어느 나라에서나 제기돼 왔습니다. 유럽·일본 등에선 그래서 미국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스테이블코인 법을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 싱가포르·태국 규제도 상당히 엄격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느새 세계 곳곳에서 규제가 이미 정립되고 법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한국이 법제화 과정에 참고할 사례도 그만큼 늘어, 규제를 더 정교하고 탄탄하게 정립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보다 ‘규제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합법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결제와 송금에 대한 시장 수요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가 음성화되거나 자금이 규제 밖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관련 제도를 마련해 해당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킴으로써 불법적인 자금 세탁이나 비정상적인 거래 시도를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관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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