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은하수에 취하다 [죽기 전에 꼭 묵어야 할 알프스 산장 4선]

신준범 2026. 6. 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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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 천국에서 하룻밤 가이드
피르스트 산장에서 본 장엄한 알프스 만년설산. 난간 전망대인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는 세계 최고의 기념사진 명소로 손꼽힌다.

알프스의 감동은 융프라우 철도 막차가 내려간 뒤 시작된다. 떠들썩한 관광 인파가 떠난 자리 정적이 내려앉으면, 만년설은 황금빛 드레스가 되어 영롱하게 빛난다. 산장 숙박객만 남는 저녁 6시가 되면, 정적으로 빛나는 진짜 알프스로의 초대가 시작된다.

융프라우 해발 2,000~3,000m대 능선에 자리 잡은 산장은 100여 년 전부터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황금비율 전망대였다. 가난한 산악 국가였던 스위스를 지금의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어쩌면 '천국을 옮겨놓은 듯한 산장 경치를 보려고 매년 몰려드는 전 세계의 관광객'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제 세상의 모든 밤이 시시할지도 모른다. 알프스의 달밤을 보았다면 말이다. 신神의 어깨 같은 거대한 능선에 뜬 달은 비현실적이다. 별 헤는 밤이 불가능하다는 걸, 별무리는 헤아릴 수 없다는 걸, 산장의 밤이 알려 준다.

한국 대피소와 차원이 다른 저녁 식사와 편안한 침대에서의 하룻밤. 숙면의 시간이 지나면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일출이 떠오른다. 여기서의 하룻밤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 거대한 자연의 숨결을 피부로 느끼는 경이로운 체험이다. 일주일 뒤면 잊어버릴 도시의 숙소를 원하는가? 평생 잊지 못할 융프라우 산장을 원하는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쉬니케 플라테 산장. 숙소와 레스토랑을 겸한다. 쉬니케 플라테의 유일한 산장이다.

(1) 쉬니케 플라테 산장

19세기 유럽 귀족들이 사랑한 클래식한 산장

1,967m에 위치한 융프라우-묀히-아이거 전망대

타임머신이 있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시고 여기서 하룻밤 묵겠다. 등산 마니아가 아니라도, 아랫배에서 솟구친 감탄을 내뱉고 마는 천국의 경치가 여기 있다.

쉬니케플라테 산장호텔Berghaus Schynige Platte은 벨 에포크 시대의 유산이다. '아름다운 시절'이라 불리는 19세기 후반 1893년 쉬니케 플라테 철도가 개통되며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산장호텔이다. 투바(2,067m) 봉우리 아래 9부 능선인 해발 1,967m에 자리한 유일한 레스토랑 겸 숙소다.

쉬니케 플라테의 '알파인가든'. 알프스 고산 식물 800종이 있는 자연 식물원이다.

빌더스빌로 내려가는 막차가 떠나고 오후 6시가 되면, 낙원의 고요가 깊게 내려앉는다. 130년 역사의 샬레 양식 호텔은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과거 유럽 귀족들이 즐기던 느긋한 식사 문화를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백미는 단연 황금 비율의 경치다. 산에 있으면 그 산을 보지 못하는 법이다. 이곳 테라스에서는 융프라우 3대 미봉美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이거(3,970m), 묀히(4,107m), 융프라우(4,158m)로 이어지는 연봉을 맞은편 2,000m 높이에서 바라보는 놀라운 전망대인 것.

빌더스빌과 쉬니케 플라테를 오가는 산악열차.

유럽 귀족들은 130년 전부터 이곳에서 와인과 코스 요리를 먹으며,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고 경치를 즐겼다. 한국의 국립공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치이자 신선놀음인 셈이다. 설악산~지리산~한라산이 동시에 보이는 2,000m 산에서 호텔 식사를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던 것 같지만,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시간이 있음을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숙소 창 밖으로 본 호수 풍경.

산장호텔 테라스에 서면 남쪽으로는 융프라우 트리오(3개 연봉)의 압도적인 위용이 만년설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다가오고, 북쪽으로는 에메랄드빛 툰호수와 브리엔츠호수가 발아래 아늑하게 깔린다. 호수 너머로 노을이 물들고, 알프스 산줄기 위로 별이 뜬다. 드라마틱한 알프스 산줄기를 배경으로 잊지 못할 밤을 지낼 수 있다.

산장 2층의 테라스. 융프라우 트리오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이거 위로 떠오로는 일출은 자연의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신비를 그대로 보여 준다. 빌더스빌역에서 열차를 타고 50분 올라왔을 뿐인데 고산에서 비박할 때에나 볼 법한 3,000~4,000m대 설산의 은밀한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객실 룸은 아기자기하다. 19개의 객실이 있으며, 각각의 방은 스위스 전통 테마별 방으로 다르게 꾸며져 있다. 침대와 만년설산이 보이는 창문이 있다. 다만 화장실과 욕실은 층별로 공용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쉬니케 플라테Schynige Platte는 독일어로 '빛나는 고원'이란 뜻이다. 산 아래 마을에서 봤을 때 비가 내린 후 특정 각도로 햇살이 암벽에 반사된 모습이 아름다워 이름이 유래한다. 산장에서 20여 분 오르면 능선 초원에 닿을 수 있으며 '돌로미테'를 닮은 바위봉우리가 곳곳에 솟아 있다.

스위스식 돼지목살 요리인 슈바인스브라텐.

이 일대는 고산 식물 천국으로 통한다. 1927년에 만든 '알파인 가든'이라 불리는 고산 자연 화원이 있으며, 알프스 식물과 야생화 800종이 식재되어 있다. 이곳으로 매일 출근하는 고산 알파인 정원사들이 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꽃으로 가득한 화원을 거닐 수 있다.

쉬니케 플라테 산장의 진가는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고독의 무게에 있다. 일행과의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 극도로 정제된 기류 속에서 거대한 풍경을 음미할 때 잊지 못할 경치의 감동이 찾아온다. 쉬니케 플라테는 단순한 숙소를 넘어 19세기로 떠나는 가장 우아한 시간 여행의 종착지다.

하이킹 코스

투바(2,067m) 봉우리와 알파인 가든을 둘러보고 오는 2km의 1시간 코스가 있다. 투바 정상에는 정상석이나 별도의 표시는 없지만 능선 너머 브리엔츠호수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일대의 암봉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조망 명소다. 장거리 산행을 원한다면, 피르스트까지 종주하는 18km 산행을 할 수 있다. 8시간 정도 걸리며 파울호른(2,681m)에 올라 파노라마로 열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다만 피르스트(2,168m)에서 운행하는 곤돌라 막차(18:00)가 끊기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운동화보다는 등산화를 신는 게 더 쾌적하다.

숙박비

2인실 2인 기준 1박 138CHF(26만 원), 저녁식사(4가지 제철 음식)와 아침식사 포함 시 288CHF(55만 원). 공용 화장실과 욕실 사용.

예약

홈페이지(schynige.ch)에서 가능하다.

아이거글레처 방향에서 본 클라이네 샤이텍 산장. 가운데 붉은 3층 건물이다.

(2) 클라이네 샤이텍 산장

아이거 북벽의 거대한 숨결 아래에서 하룻밤

철도역사 건물이 산장… 놀라운 노을과 일출

클라이네 샤이텍(2,061m)는 융프라우 지역에서 가장 극적인 풍경이 터지는 고개다. 벵엔에서 올라오면 아이거의 검은 북벽이 갑자기 시야를 압도하고, 묀히와 융프라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알피니즘이 시작된 '노스페이스'의 기원인 아이거 북벽이 펼쳐지는 고개가 클라이네 샤이텍이다.

마지막 열차가 떠나면, 아이거 북벽 아래 거대한 침묵만 남는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모르고 지나치지만, 바로 그 산악열차 역사 2~3층에는 알프스 옛 산장 문화를 간직한 숙소가 숨어 있다. 클라이네 샤이텍 산장Lodge Kleine Scheidegg은 1912년 융프라우철도 개통과 함께 만들어진 역사 건물이다. 당시에는 역사 건물만 있었지만, 관광객이 폭증하며 1895년 레스토랑과 직원 숙소가 증축됐다.

클라이네 샤이텍 인근의 언덕에서 본 해돋이. 아이거 북벽 너머로 해가 솟는다.

이후 1904년 식당과 객실이 추가되며 오늘날의 산장 기능을 갖추게 됐다. 지금도 건물 곳곳에는 철도 황금기 특유의 목조 구조와 오래된 알프스 역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곳의 매력은 호텔 같은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아이거 북벽 바로 아래서 '산속 역무원처럼' 하루를 살아보는 경험에 있다. 객실 창문을 열면 검은 화강암 절벽이 온 세상을 삼킨 것마냥 까마득하게 솟아 있다. 새벽이면 북벽 위로 달빛이 번져온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낮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고산의 고독이 밤이 되면 천천히 내려앉는다.

1층은 클라이네 샤이텍 철도역과 레스토랑이며, 2~3층은 산장 숙소다.

특히 저녁과 아침이 압도적이다. 벵엔 방향 능선 아래로 노을이 번지고, 묀히(4,107m)와 융프라우(4,158m)의 만년설이 붉게 물든다. 신神의 시선 같은 거대한 노을이 산을 물들이는 시간, 산장 레스토랑의 야외 벤치에 앉아 있으면 알프스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간이 평생 동경해 온 거대한 자연의 성소임을 실감하게 된다. 일출은 아이거 북벽 뒤로 솟구친다. 멘리헨 방향으로 산책을 나가 500m쯤 올라간 능선에서 보면 북벽 뒤로 불끈 솟는 일출은 드라마틱한 극적인 기쁨을 전해준다.

숙소 창문으로 본 일몰.

클라이네 샤이텍은 2,000m가 넘는다. 한국으로 치면 한라산 백록담보다 더 높은 곳에 열차역과 레스토랑, 산장이 함께 있는 셈이다. 숙소는 소박하다. 화려한 리조트 호텔이 아니라 백패커 산장에 가까운 분위기다. 목재 침대와 작은 창문, 공용 욕실과 화장실이 있다. 대신 객실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모든 단점을 압도한다. 밤에는 아이거 북벽 위로 별이 떠오르고, 새벽 첫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적막한 산속에 울려 퍼진다. 알프스 철도 여행의 낭만이 가장 진하게 남게 되는 장소 중 하나다.

1인실부터 도미토리(다인실)까지 다양한 방이 있다.
녹인 치즈에 찐 감자를 찍어먹는 퐁듀.
아몬드넛바 디저트.

하이킹 코스

대표 코스는 아이거 트레일 클라이네 샤이텍~아이거 글레처 알피글렌 8.7km 4시간 소요. 아이거 북벽 바로 아래를 지나며 빙하와 낙석 지대를 가까이 볼 수 있다. 비교적 완만한 멘리헨 방향 능선길(4.5km·1시간30분)도 인기다.

숙박비

시즌에 따라 달라지지만 도미토리 다인실 기준 1인 100CHF(19만 원), 2인실은 1인당 115CHF(22만 원), 1인실은 125CHF(24만 원) 수준이다.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 포함이며 욕실과 화장실은 공용 사용이다.

예약

메일

lodge@jungfrau.ch 2026년 기준 6월 1일부터 10월 24일까지 영업한다.

피르스트 산장.

(3) 피르스트 산장

신神이 허락한 장엄한 대자연의 감동

2,168m 벼랑 끝에 솟은 세계 최고 기념사진 명소

웅장한 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만난 정점이 피르스트 산장Berggasthaus First이다. 1947년 유럽에서 가장 긴 리프트가 이곳에 설치되며 대중적인 산악 관광 시대를 열었다. 산장은 19세기부터 있던 클래식한 전망대이자 성당이었다.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당은 산장이자, 레스토랑, 전망대, 곤돌라 정류장으로 바뀌었다. 신神의 은총을 청하던 공간이, 자연의 감동을 누리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성인과 어린이 모두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마운틴카트.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와 해발 2,168m에 닿으면, 날카로운 바위 능선 끝에 매달린 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신의 종족 타이탄 같은 험산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엄청난 해일이 순간적으로 굳어 바위가 된 것 같은 베터호른(3,692m), 이상적인 삼각형을 이루며 솟은 슈렉호른(4,078m), 상어 지느러미처럼 날카롭고 신비로운 피셔호른(4,079m), 카리스마 넘치는 도전의 산 아이거(3,970m) 북벽까지 미남 아이돌 그룹 BTS마냥 수려한 산들이 늘어서 있다.

피르스트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여름 융프라우 VIP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항상 시끌벅적하지만, 오후 6시 마지막 곤돌라가 떠나면, 다른 세상이 된다.

거대한 산의 무게감에 어울리는 침묵은, 낮 동안 인간들이 흘리고 간 소란을 단숨에 집어삼킨다. 바람 소리마저 숨을 죽이면, 피르스트는 문명과 완벽히 차단된 고독한 요새로 탈바꿈한다. 19세기 유럽의 귀족들과 초기 등반가들이 알프스의 서슬 퍼런 험준함 속에서 마주했던 원초적인 경치의 명성이 1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고요 속에 흐르고 있다.

산장에서 1시간 거리의 바흐알프호수.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Cliff Walk이다. 수 백 미터의 절벽 위로 난 구름다리이며, 알프스의 위용과 발 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클리프 워크 끝에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낮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줄을 서지만, 숙박객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림 없이 세계 최고의 사진 명소를 독차지 할 수 있다.

고요를 뚫고 반짝이는 별빛과 일출 감상은 필수다. 해가 저물면 베터호른과 슈렉호른의 만년설이 붉은색에서 차가운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하늘은 검은 캔버스가 되어 은하수를 쏟아낸다. 클리프 워크 아래로 아득하게 반짝이는 그린델발트 마을의 불빛은 마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묘한 해방감을 준다. 도시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아등바등 살아가던 인간의 삶이, 이 거대한 침묵 앞에서는 한낱 먼지처럼 작게 느껴질 뿐이다.

이튿날 아침, 베터호른의 날카로운 칼날 능선 위로 황금빛 태양이 솟구칠 때 피르스트의 감동은 정점을 찍는다. 굳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밤새 고산 비박을 하지 않더라도, 산장 객실의 아늑한 창문만 열면 해발 4,000m급 설산들이 뿜어내는 은밀한 속살과 차가운 기운을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 이곳이 성당이었던 시절, 인간이 신에게 바라 마지않았던 구원과 치유의 순간과 닮아 있다.

벼랑 끝에 설치된 클리프 워크. 산장 너머로 슈렉호른이 막강한 산세를 뽐내고 있다.

산장 자체는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도미토리(다인실)가 있으며 창 밖으로 만년설산이 펼쳐진다. 비록 화장실과 샤워실은 층별로 공용 사용해야 하는 산장 특유의 불편함이 있지만, 알프스에서 채취한 제철 식재료로 차려내는 따뜻한 저녁 코스 요리와 스위스 전통 조식은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피르스트First는 이름 그대로 '첫 번째' 혹은 설산의 '능선'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이곳은 알프스의 장엄함을 대면하는 첫 번째 문이자, 인간이 거친 자연과 가장 우아하게 조우할 수 있는 신이 허락한 전망대다.

하이킹 코스

산장에서 출발해 '알프스의 눈동자'라 불리는 바흐알프제Bachalpsee 호수까지 다녀오는 왕복 6km(약 2시간) 코스가 필수다. 길이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으며, 바람이 멈춘 날 호수 수면 위로 슈렉호른의 뾰족한 삼각형 봉우리가 투영되는 예술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장거리 종주를 원한다면, 파울호른(2,681m)을 거쳐 쉬니케 플라테까지 이어지는 18km(약 7~8시간) 명품 트레킹 코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숙박비

산장은 1인당 1박 기준 85CHF(16만 원)이다. 알프스식 석식 요리와 아침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예약

홈페이지(berggasthausfirst.ch)에서 가능하다.

산장은 3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문을 연다.

(4) 묀히요흐 산장

스위스 머신 율리 스텍*의 후예와 "프뢰슈트(건배)!"

융프라우요흐역에서 눈길 1시간,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다

*2017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솔로 등반 중 사망한 세계 최고의 스피드 등반가

융프라우요흐역(3,454m)에서 시작되는 길은, 단순한 하이킹이 아니다. 관광객의 소음과 편의시설이 끝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진짜 알프스가 시작된다. 눈과 얼음이 섞인 빙하 위를 1시간가량 걸어야만 닿을 수 있는 묀히요흐 산장M.nchsjochh.tte은 접근 자체가 하나의 의식과 같다. 6만 년 전 내린 비와 눈이 오래도록 얼어붙은 거대한 빙하이며, 지금은 기온 상승으로 서서히 덩치가 줄어들고 있는 기후 변화의 현장을 걷게 된다.

산장의 해발고도는 3,657m. 한국에 2,000m대 산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인생 최고 고도를 경신하는 사건이 된다.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고도'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이다. 산장에 이르는 1.7km는 짧지만 여운 깊은 시간이다. 숨이 가빠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질수록,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산장은 묀히(4,107m)의 능선에 고립된 듯 서 있다. 주변에는 나무도, 흙길도 없다. 오직 눈과 바람, 그리고 4,000m급 봉우리들이 둘러싼 거대한 세계뿐이다.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흰 산'의 향연이 펼쳐진다. 낮 동안 융프라우요흐를 찾았던 관광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이곳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변한다. 문명은 사라지고, 고요와 별빛만 남는다.

융프라우요흐역에서 알레치빙하를 따라 1.7km를 걸으면 닿는다.

산장의 특별함은 사람에서도 드러난다. 저녁 6시 30분이 되면, 모든 숙박객이 2층 식당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테이블에는 실제 알프스 등반을 준비하거나 마친 스위스 알피니스트들이 함께 앉는다. 알프스 현역 알파인 등반가와 스키어, 프로 산악가이드, 등반객이 9할이며, 관광객이 숙박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더 특별한 산장이다. 군살 없는 등반가 특유의 체형과 과묵한 듯 거친 말투, 혹은 쾌활한 술꾼 같은 이들과의 식사는 도시의 호텔에선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다. 그들의 다음날 시도할 등반에 대한 담담한 대화 속에는 묀히요흐 산장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전의 베이스캠프'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끼 식사가, 하나의 이야기이자 교류가 된다. 토요일 밤이면 스위스 등반가들로 꽉 찬다.

산장에서 본 알레치 빙하.

도시의 기준으로 보면 결코 편안한 환경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이곳을 진짜 알프스로 만든다. 모든 것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인간은 자연에 적응하는 존재로 돌아간다.

그 모든 불편을 압도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새벽, 투르베르그(3,932m) 방향에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다. 어둠에 잠겨 있던 설원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이어 황금빛이 능선을 타고 번져 나간다. 한국 산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깔, 처음 본 파랑과 빨강의 대비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바람 소리조차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감각 전체를 뒤흔드는 체험이다.

해발고도 3,657m의 바위벼랑에 산장이 있다.

묀히요흐 산장은 공동 침상 형태다. 고도가 있어 깊은 잠에 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호텔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대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이'와 '고립', 그리고 '경외'를 온전히 경험하게 한다.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여행이 아니라, 기억 속에 오래 남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가는 길(하이킹)

융프라우요흐역(3,454m)에서 지하 통로를 지나 역사 건물 밖 설원으로 나온다. 'M.nchsjochh.tte묀히요흐산장' 이정표를 따라 눈길 1.7km를 가면 닿는다. 편도 약 1시간 소요. 스키슬로프처럼 깃발이 꽂혀 있고 재설차가 닦아 놓은 눈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길 바깥쪽은 크레바스가 숨어 있어 출입을 삼가야 한다. 아이젠이 있으면 더 안전하지만 없어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무른 눈길일 수 있어 방수 등산화를 신으면 쾌적하다. 고산증세로 머리가 어지럽다면 멈춰서 3분간 깊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걷는다. 평소 속도의 절반 이하로 느리게 걸어야 한다. 두통이 있다면 산장에서 음주는 삼가야 한다.

2층 레스토랑.

시설 정보

샤워 불가, 공용 화장실, 식수 개별 구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 필수다.

숙박비

1인당 1박 기준 80CHF(15만 원). 석식 및 조식 포함. 저녁 식사는 산장에서 정한 메뉴가 나온다. 채식주의자인지, 아닌지만 알려 주면 된다. 아침은 조촐한 자유식. 식빵과 쨈, 사과, 우유 등 제공.

예약

홈페이지(moenchsjoch.ch)를 통한 사전 예약 필수. 3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만 운영한다.

알레치 빙하 속 터널을 걷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역

유럽의 지붕에서 즐기는 가장 쉬운 '빙하 여행'

해발 3,454m, 기차로 닿는 알프스의 정상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철도역이자, 누구나 손쉽게 알프스의 '정상'을 경험할 수 있는 관문이다. 해발 3,454m. 보통 이 높이에 오르려면 며칠간의 등반이 필요하지만, 이곳은 열차 한 번으로 도착한다. 그 자체로 인간의 기술이 만든 경이로운 관광지다. 융프라우 철도는 1893년, 스위스의 산업가 아돌프 가이어 첼러Adolf Guyer-Zeller의 대담한 구상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아이거Eiger와 묀히M.nch 산의 거대한 암벽 내부를 관통하는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요흐까지 기차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896년 착공 이후 완공까지는 무려 16년이 걸렸다. 영하를 밑도는 추위와 희박한 산소, 그리고 단단한 암반과의 싸움이었다. 막대한 공사비와 인명 피해라는 시련 속에서도 공사는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1912년 8월 1일, 스위스 국경일에 맞춰 융프라우요흐역이 문을 열었다. 오늘날 우리가 따뜻한 열차 안에서 감상하는 창 밖의 비경 뒤에는, 거친 암벽을 정과 망치로 깨부수며 전진했던 노동자들의 숭고한 땀방울이 서려 있다.

융프라우(4,158m)와 묀히(4,107m) 사이 능선에 자리한 스핑크스 전망대(융프라우요흐역 지상 전망대).

'Top of Europe유럽의 정상'이라는 별명처럼, 이곳은 알프스를 가장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인터라켄이나 그린델발트에서 출발한 열차가 아이거와 묀히의 내부를 관통해 오르면, 창 밖 풍경은 어느 순간 초록에서 순백의 세계로 바뀐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행성에 도착한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름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융프라우Jungfrau'는 독일어로 '처녀' 혹은 '순결한 여인'을 뜻한다. 전설에 따르면 수도승(묀히)이 사악한 괴물(아이거)로부터 순수한 처녀(융프라우)를 지켜냈다는 이야기가 산 이름에 담겼다. '요흐'는 어깨 또는 고개를 뜻하며 융프라우와 묀히 사이의 고개에 있어 이름이 유래한다.

역사 안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고산 복합 문화 공간'이라 해도 손색 없다.

역 내부는 철도역이라기보다는 얼음 궁전에 가깝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을 위해 크고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하나의 '고산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깝다.

스핑크스 전망대

Sphinx Observatory: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가 압도적인 위용으로 펼쳐진다. 23km에 달하는 유럽 최대 빙하의 흐름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얼음 궁전

Ice Palace: 빙하 내부를 깎아 만든 얼음 터널로, 바닥과 벽이 모두 얼음이다. 미끄럽지만 동화 같은 공간이다.

스노 펀 파크

Snow Fun Park: 계절에 따라 눈썰매, 집라인, 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알파인 센세이션

Alpine Sensation: 융프라우 철도 건설 과정과 희생을 기념하는 전시 공간으로, 역사적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융프라우철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알파인센세이션.

먹거리도 다양하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잘 갖춰져 있어 따뜻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스위스 전통 치즈 요리인 라클렛이나 소시지 같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설산을 바라볼 수 있다. 여름 융프라우 VIP패스 이용자는 컵라면(신라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통유리창으로 만년설산을 감상하며 맛보는 매콤한 라면은 두고두고 잊기 어렵다.

융프라우요흐역의 진짜 매력은 '쉽게 닿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풍경'이다. 전망대 밖으로 한 발만 나가면, 눈과 얼음으로 이어진 광활한 빙하 세계가 펼쳐진다. 바람은 차갑고 공기는 희박하지만, 그만큼 풍경은 선명하다. 많은 관광객은 이곳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돌아가지만, 잠시만 걸음을 멈추면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발아래로 펼쳐진 알레치 빙하, 그리고 사방을 둘러싼 4,000m급 봉우리들은 인간의 언어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알프스의 광대한 스케일을 보여 준다. 융프라우요흐는 단순한 기차역이 아니다. 순백의 세계가 건네는 위로이자, 세상 아래에서 짊어지고 온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 '겨울 왕국'이다.

열차 이용료

인터라켄 오스트역-융프라우요흐역 왕복: 성인 정상가 224~261CHF(40만원), 여름 융프라우 VIP패스 할인가 163~168CHF내외 (시즌에 따라 상이)

아이거 익스프레스

최신 케이블카 기술의 결정체인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를 이용하면 그린델발트 터미널에서 아이거글레처까지 단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어 이동 시간을 50분가량 단축할 수 있다.

융프라우 여행 필수품 <여름 융프라우 VIP 패스>

◆융프라우 철도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만 제공하는 할인 티켓이자 무제한 자유 이용권이다.

◆융프라우요흐역을 1회 오를 수 있으며, 그외에 피르스트, 클라이네샤이텍, 쉬니케 플라테, 뮤렌, 하더 쿨룸 등 주변 명소 노선을 무제한 자유 이용.

◆인터라켄, 그린델발트, 툰, 스피츠를 오가는 버스를 무제한 자유 이용.

◆브리엔츠와 툰 유람선 자유 이용.

◆인터라켄 오스트와 스피츠, 툰, 브리엔츠, 마이링겐을 오가는 열차 자유 이용.

◆마이링겐에서 루체른까지 열차 편도에 한해 50% 할인.

◆인터라켄 카지노 무료 입장, 웰컴 드링크와 기념품 제공하며 이용료 10% 할인.

◆그린델발트 액티비티와 장비 대여 10% 할인. 아이스링크 입장 무료. 수영장 이용료 50% 할인.

◆인터라켄 '톱 오브 유럽 기념품숍' 15% 할인.

◆이밖에도 다양한 할인과 무료 이용 가능한 혜택이 있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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