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독일 총리, 트럼프 달래려 유럽 정상 소집 추진

한영훈 2026. 6. 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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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영국 등 E5, 베를린 회동 논의
7월 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방위 부담 확대안 조율
이란 전쟁 갈등에 독일 주둔 미군 감축 압박까지 확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주요국 정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 압박이 커진 가운데, 유럽이 방위 책임을 더 많이 떠안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제시하려는 움직임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이달 중 베를린에서 이른바 ‘E5’ 정상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5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주요 5개국을 뜻한다.

회의 목표는 유럽 동맹국들이 자체 방위 부담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E5 정상들이 7월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대미 메시지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회의에 초청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현시점에서 E5 정상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과 미국 동맹국들이 현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조율하고 있으며, 미국도 유럽의 방위 노력을 긴밀히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의 이란 전쟁 갈등이 나토 문제로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 공격을 시작한 뒤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 주도의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노력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공개 지지에 거리를 둬왔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전략 부재를 비판하고 “미국 협상단이 이란 측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이상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독일과 미국 간 갈등이 미군 주둔 문제로도 확대된 것이다.

E5 국방장관들도 별도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E5 국방장관들이 오는 12일 파리에서 만나 7월 나토 정상회의 공동 입장을 논의하고, 유럽 내 분쟁 확대 상황에 대비한 지휘 구조 문제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은 이미 방위비 확대를 약속한 상태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해 네덜란드 정상회의에서 스페인을 제외하고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 관련 투자에 쓰기로 했다. 독일도 군사 예산을 늘리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4월 “이 동맹은 적어도 당분간 대체할 수 없다”며 나토를 통한 미국의 유럽 방위 공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방위비 확대와 유럽의 책임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