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노화 늦추는 최적 수면 시간은?… 여성 6.5~7.8시간, 남성 6.4~7.7시간
사람의 말과 생각, 감정과 행동은 뇌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우리를 움직이는 뇌. 강석기 칼럼니스트가 최신 연구와 일상 사례를 바탕으로 뇌가 만들어내는 마음의 비밀을 풀어준다.

뇌 노화가 수면 시간에 가장 민감
수면 시간도 과유불급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U'자 곡선 그래프로 표현한다. 가로축은 수면 시간이고 세로축은 노화 정도나 사망률 등 위험성이다. 그래프 중간에 위험성이 가장 낮은 지점이 적정 수면 시간이고 여기서 멀어질수록, 즉 잠을 아주 짧게 자거나 너무 길게 잘수록 위험성이 커진다. 보통 하루 7~8시간을 자는 게 적정 수면 시간으로 알려져 있다.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인체 장기별 적정 수면 시간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영국의 대규모 인체 데이터베이스인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중년 및 노년 50만 명의 수면 시간 데이터와 생물노화시계 데이터를 분석했다. 생물노화시계란 생체 지표를 분석해 노화 정도를 추정한 값이다. 시계가 빨리 가는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몸이 더 늙은 상태이고 느리게 가는 사람은 그 반대다.
연구자들은 뇌와 폐, 간 등 여러 장기와 조직에 대해 단백질체, 대사체,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시간에 따른 각 장기의 유의미한 U자 곡선을 확인했다. 단백질체는 유전자의 모든 산물이고, 대사체는 생체 효소의 모든 산물이다. 이것들은 나이에 따라 양이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게 있어 이를 통해 노화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MRI는 장기나 조직의 구조가 얼마나 온전한지를 알려주는 노화 지표다.
가장 뚜렷한 U자 곡선을 그리는 장기가 수면 시간에 가장 민감한 것일 테다. 단백질체 분석 결과 유의미한 U자 곡선을 보이는 5개 장기 가운데 뇌가 가장 뚜렷한 U자를 그렸다. 생물노화시계가 가장 느리게 가는 최적 수면 시간은 여성이 7.8시간, 남성이 7.7시간이었다. MR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는 3개 장기에서 U자 곡선이 확인됐고 역시 뇌의 U자 모양이 가장 두드러졌다. 다만 최적 수면 시간은 여성이 6.5시간, 남성이 6.4시간으로 단백질체 분석 결과보다 1시간 이상 짧았다. 이를 바탕으로 뇌에 최적인 수면 시간은 여성 6.5~7.8시간, 남성 6.4~7.7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하루 6~8시간을 보통 수면 시간, 4~6시간을 짧은 수면 시간, 8~10시간을 긴 수면 시간으로 나눠 각 구간이 질병이나 사망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153가지 질환이 짧거나 긴 수면 시간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짧은 수면은 중추신경계(뇌)질환, 심혈관계질환, 대사질환,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성을 높였다. 체내 노폐물 축적, 산화스트레스 유발 등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사망 위험성이 보통 수면 시간의 1.5배에 이르렀다. 반면 긴 수면은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장애 등 뇌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사망 위험성은 보통 수면 시간의 1.4배였다. 다만 긴 수면은 짧은 수면과 달리 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잠을 많이 자 우울증이 생긴 게 아니라 우울증으로 잠을 많이 자게 됐다는 얘기다.
유전자에 따라 적정 수면 시간 달라
내 수면 시간이 6~8시간을 벗어났다고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는 평균적인 수치이기 때문이다. 체질(유전형)에 따라 5시간만 자도 거뜬한 사람이 있고 하루 9시간은 자야 개운한 사람도 있다. 논문에서도 수면 시간과 관련 있는 몇몇 유전자를 밝혀냈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각각의 영향력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인류와 약 6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침팬지의 평균 수면 시간은 9~10시간이고 고릴라와 오랑우탄은 그보다 길다. 인간은 영장류 중 수면 시간이 매우 짧은 종인 것이다. 인류 계열이 600만 년 동안 진화한 사이 적정 수면 시간은 왜 두세 시간이나 짧아졌을까.
데이비드 샘슨 캐나다 토론토대 생물인류학자는 우리 조상이 나무 위에서 자다가 나무 아래로 거처를 옮긴 것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땅에서 자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성이 커 수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존 확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수면의 양을 희생하고 질을 높인 셈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적정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무리 인간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더라도 수면의 양이 너무 적어지면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다. 화려한 디스플레이의 범람과 각종 신경정신질환의 급증이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석기 칼럼니스트는… 서울대 화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 연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를 거쳐 2012년부터 과학칼럼니스트이자 프리랜서 작가(대표 저서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로 활동하고 있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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