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뛰쳐나온 후발주자 앤트로픽, 가장 뜨거운 AI 기업으로 급성장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5월 6일(이하 현지 시간)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회사 실적 성장세를 이렇게 전했다. 앤트로픽은 오픈AI 부사장이던 다리오 아모데이와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를 중심으로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독립해 2021년 설립한 기업이다. 오픈AI가 챗GPT 출시 과정에서 외형 성장과 상업화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AI 안전성과 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회사를 세웠다.
5년 뒤 앤트로픽은 오픈AI 독주 체제를 흔드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최근 고성능 모델 '클로드' 시리즈와 보안 특화 모델 '클로드 미토스'를 공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나스닥 상장도 앞뒀다. 앤트로픽은 5월 28일 공식 블로그에서 투자 후 기업가치가 9650억 달러(약 1440조 원)로 책정됐다고 직접 발표했다.
오픈AI와 갈라선 이유
아모데이 남매는 도서관 건축가인 어머니와 가죽 공예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다리오는 부모로부터 강한 도덕적 책임감을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영향으로 다니엘라는 대학 졸업 후 정보기술(IT) 업계 대신 국제 개발과 글로벌 보건 등 공익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니엘라는 오빠 다리오와 어린 시절부터 가치관과 문제의식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훗날 안전한 AI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의 바탕이 됐다.이들 남매는 각각 오픈AI에서 부사장과 인사·운영 총괄을 맡아 핵심 인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9년 샘 올트먼이 오픈AI CEO로 취임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거대 AI 모델 훈련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데, 올트먼은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자받았다. 아모데이 남매는 수익 압박이 커질수록 AI 위험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리오는 올트먼에게 "AI 규모가 더 커지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해킹이나 바이러스 제조법 학습 등 치명적인 능력이 예고 없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올트먼은 이를 묵살했다.
이후 남매는 오픈AI 이사회에서 올트먼의 독주를 견제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핵심 연구원 7명과 함께 회사를 떠나 앤트로픽을 설립했다. 앤트로픽은 '인간 중심'을 뜻하는 단어 'anthropic'에서 따왔다. 아모데이 남매는 기술 발전 자체보다 인간에게 무해하고, 인류 통제 아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모데이 남매의 철학은 앤트로픽의 생성형 AI인 클로드에도 반영됐다. 클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신뢰성과 규제 준수다. 경쟁사들이 사후적으로 문제 요소를 걸러내는 방식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앤트로픽은 모델 훈련 단계부터 윤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클로드가 따라야 할 안전 원칙인 '클로드 헌법'은 약 80쪽 분량으로 구성됐다. 인권 존중, 증오·폭력 선동 금지, 유해 행위 거부, 민주주의 훼손 경계 등 내용이 담겼다.
AI 코딩 점유율 54%
이 같은 접근은 데이터 유출이나 환각 현상에 민감한 글로벌 제약사와 금융사들이 오픈AI 대신 앤트로픽의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국 국방부의 대규모 민간 감시 및 무기 관련 요구가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참여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믿을 수 있는 AI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유료 가입자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약 2.5배 증가했고, 3월 초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1130만 명을 돌파했다.효율성 역시 앤트로픽의 강점이다. 다리오는 "적은 자원으로 더 큰 성과를 내자(Do more with less)가 핵심 전략"이라며 "보유한 컴퓨팅 자원과 자본은 경쟁사의 일부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강력한 AI 모델을 꾸준히 선보였다"고 1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클로드는 '프롬프트 캐싱' 기술을 활용한다. 자주 사용하는 문서나 코드를 AI 메모리에 임시 저장해둬 같은 대화를 반복할 때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처리 속도는 최대 2배 빨라지고 비용은 최대 90%까지 절감된다.
클로드는 2025년 기준 글로벌 AI 코딩 시장에서 점유율 54%를 확보하고 있다. 매출도 최근 3년 연속 전년 대비 10배씩 성장했다. 5월 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앤트로픽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130% 증가한 109억 달러(약 16조4000억 원)로 예상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나 기업공개(IPO) 직전 구글과 페이스북의 성장세보다 빠른 수준이다. WSJ는 "이번 전망치는 한때 AI 후발 주자였던 앤트로픽의 급성장을 보여준다"며 "AI 기업의 막대한 투자 비용이 단기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앤트로픽은 IPO를 앞두고 빅테크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컴퓨팅 역량 확대를 위해 스페이스X와 약 450억 달러(약 67조6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구글은 최대 40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MS는 앤트로픽에 자체 개발 AI 칩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성사되면 앤트로픽은 주요 AI 모델 개발사 가운데 처음으로 아마존·MS·구글 등 3대 클라우드 업체의 자체 칩을 모두 활용하는 기업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앤트로픽에 투자했으며, 삼성전자의 단독 투자액만 수조 원에 달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앤트로픽을 주목하고 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AI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은 앤트로픽"이라며 "앤트로픽 관련도가 높은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에 약 1억 달러(약 1500억 원) 넘게 투자한 SK텔레콤은 앤트로픽의 흑자 전망이 부각되자 5월 22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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