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다음은 현대차…노사 협상 주목도 더 큰 이유
재계 "상황 고려치 않은 과도한 요구"…투자 위축 우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파장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삼성전자보다 더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 행보에 주목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의 미래 혁신을 위해 노조 활동에 대해 자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지만 노조 측은 완강한 입장을 견지할 으로 관측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조만간 2026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을 산업현장에 도입 시 고용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을 사측에 요구 중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이 같은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내달 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는 현대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사측과 본격적인 임단협을 진행하지 않은 기아의 경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요구안을 확정하고 이를 사측에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데에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쟁의'를 위한 배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과 달리 하청업체 노조 역시 원청기업과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현대차 및 기아 노조가 하청업체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사측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완성차 기업의 경우 산업의 밸류체인이 워낙 넓게 분포돼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 노조까지 함께 쟁의에 나설 경우 이전보다 그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 원청 노조의 임단협 요구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생산 차질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사용자성 판단을 좀처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일 이 결과를 낼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 오는 15일 심문회의 및 판정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교섭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보상 범위 확대는 물론 쟁의의 강도까지 강해질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를 필두로 시작된 노조의 '이익의 N%'라는 성과급 요구가 확대된 가운데 노란봉투법과 엮여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현대자동차의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연동시키는 것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지만 최근 노조들은 목표 달성률, 현금흐름 등 다른 재무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번 돈의 몇 %를 나눠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의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하는데 이 같은 회사의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최근 상황을 보면 이같은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내수 및 해외 시장에서 162만7623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4.7% 감소한 수준이다.
내수가 침체한 가운데 글로벌 핵심 시장인 미국의 불확실성 확대로 판매고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적은 떨어지는데 투자는 줄이기 어렵다. 투자를 줄일 경우 글로벌 전동화 흐름 등을 따라잡지 못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교섭에서 노조 측 주장이 견지될 경우 미래 전망은 더욱 어둡다. 현대차가 힘을 쏟고 있는 피지컬AI의 생산 현장 도입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현재 산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를 실제 산업현장에 투입, 생산 효율 극대화를 중장기 전략으로 꾀하고 있고, 노조는 AI 도입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노조가 먼저 나서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함께 희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반도체 기업을 시작으로 당장의 성과에만 매몰돼 있다"라며 "노조 역시 중장기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1일) '도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요타 노조가 임금 인상이나 이익 분배를 요구하기보다는 품질 저하와 생산 차질의 현실을 먼저 우려하며 비효율 개선을 위해 먼저 나서야 한다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또 AI 대응을 위해 무조건적이 고용 유지가 아닌 근로자 개개인의 대체 불가능한 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조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익의 분배보다 생존을 위한 노사간의 합의가 우선시 되는 점이 국내 노사 관계와 다르다는 평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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