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작가의 작별 인사 [취재 뒷담화]

장정일 작가가 ‘독서일기’ 연재를 종료한다. 2011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였으니 햇수로 16년이다. 나는 지난 6년간 장정일 작가의 원고를 수발하는 담당 기자였다. 지난주 일신상의 이유로 연재를 종료해야겠다는 이메일이 왔다. “16년 동안 연재를 했으니, 〈시사IN〉과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게 도리인데, 작별 인사가 너무 싫습니다. 편집자가 짧게 인사를 대신해주면 고맙겠습니다.” 선뜻 그러자는 답신을 하기 싫어 며칠을 보냈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메일에 쓴 그대롭니더. 이제 그만 써야겠습니더.”
장정일 작가는 스스로를 ‘〈시사IN〉 출판 담당 기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아니라, 〈시사IN〉 독자에게 소개했으면 하는 책을 쓴다고 말했다. 5·18이나 6·25는 물론이고 월드컵이나 교황 방한 같은 행사에 맞춰 시의성 있는 책을 고른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시사IN〉 연재가 자신에게 무척 힘든 일이 됐노라고 토로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시, 희곡, 소설을 얼마든지 소개하셔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출판 담당 기자의 도리가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는 했다. 그는 ‘독서일기’ 꼭지가 일러스트 작품까지 동반된 ‘한국 유일의 초호화 서평 지면’이라며 뿌듯해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장정일 작가는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유일한 소통 수단은 오직 이메일. 어느 날 서울 충무로의 막걸리 집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그가 종이 약도를 손에 쥐고 찾아온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AI(인공지능)의 도래를 막을 길이 없을 거라며 구글과 같은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의 독과점을 경계하는 글을 종종 썼다.
AI의 힘을 빌려 장정일 작가가 그동안 〈시사IN〉에 쓴 글을 헤아려보니 총 346편이었다. 첫 글은 최현 교수의 〈인권〉(책세상), 마지막 글은 김정환 시인의 992쪽짜리 시집 〈죽은 것과 산 것〉(도서출판b)이다. 작별 인사는 나도 하기 싫다.
이오성 편집국장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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