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너 떨고 있니”…‘한국인 소울세단’ 신형 그랜저, 내릴 때도 뿌듯해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gistar@mk.co.kr) 2026. 6. 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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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대체불가 소울세단’
‘벤츠값’에 이렇게 깊은 뜻?
“G80 대신 내가 상대한다”
벤츠 E클래스와 신형 그랜저 [사진출처=벤츠, 현대차/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탐욕 덩어리”

더뉴 그랜저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성공의 아이콘’이자 ‘한국인의 소울세단’으로 다시 인정받겠다는 욕심과 욕망이 똘똘 뭉쳐있는 ‘탐욕의 화신’이다.

탐욕 실현을 위해 부분변경 모델 주제에 감히(?) 완전변경 모델 수준으로 진화했다. 크기도 성능도 모두 상위 차종인 제네시스 G80 뺨친다.

‘현대차그룹 최초’ 타이틀을 획득한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과 감성 편의사양을 제네시스 차종들보다 먼저 적용했다. 건방이 넘치는 ‘하극상’이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E세그먼트 프리미엄 독일차도 ‘계급장’을 떼면 한 수 아래로 여겨질 정도다.

탐욕을 부린 이유? 있다. 명확하다. 국가대표 세단을 넘어 기아 쏘렌토에 빼앗긴 국민차 타이틀을 다시 되찾겠다는 욕망 때문이다.

프리미엄을 넘어 럭셔리로 향하려는 제네시스 G80을 대신해 수입차 세단 시장을 장악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맞서겠다는 욕망도 엿보인다.

최고급 트림 가격을 ‘벤츠 값’에 내놓은 것에서도 ‘벤츠 킬러’가 되겠다는 욕망과 자신감이 담겨 있다.

시술 맞아? 눈코입턱 모두 달라졌네
신형 그랜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시승차는 더뉴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이다. 지난 28일 서울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에서 춘천의 한 카페까지 편도 69km 구간에서 시승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5050x1880x1460mm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이 15mm 길어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도 2895mm다.

외모는 확 달라졌다. 대대적인 수술을 한 것은 아니다. 시술 수준이다.

대신 기존 7세대에서 “과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감점 대상으로 여겨졌던 ‘코·입·턱’ 부위를 집중적으로 개선하면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완전변경 모델이라고 해도 납득할 정도다.

눈에 해당하는 램프도 다듬어졌다. 더 얇고 길어진 베젤리스 타입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한 헤드램프를 통해 안정감과 미래지향성을 추구했다.

새로운 메시 패턴 콘셉트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대담함과 품격도 강조했다.

신형 그랜저 측면 [사진출처=현대차]
스포티한 쿠페 스타일 차량들이 선호하는 긴 후드와 ‘샤크 노즈(Shark Nose)’ 형상도 적용해 더 역동적이고 세련되게 거듭났다.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돌출부위가 없는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했다. 한층 깔끔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후면부의 경우 더 얇아진 리어 콤비 램프와 상단 가니시에 숨겨진 히든 턴시그널 램프를 통해 심플하면서도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기존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 범퍼 부위에 있던 리어 턴 시그널을 상단으로 옮겨 뒤쪽 차량 운전자의 시인성도 향상하고 디자인 완성도도 높였다.

범퍼 하단에 윙 타입 가니시를 적용하고, 차체 하부를 좌우로 넓게 감싸는 블랙 영역을 확장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성공의 아이콘 넘어 혁신의 아이콘
신형 그랜저 실내 [사진출처=현대차]
실내는 완전변경 모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완전히 바뀌었다. 분위기부터 다르다. 거실 가구를 연상시키는 안락한 디자인과, 소프트한 소재로 실내를 감싼 효과다.

도어 트림에는 거실 소파를 연상시키는 ‘카우치 패턴’을 적용했다. 시각적·촉각적 안락함을 높이면서 은은한 간접조명을 더해 고요하고 쾌적한 프리미엄 라운지의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전동식 에어벤트’도 현대차 최초로 탑재했다. 공기 토출구를 감춰 대시보드는 더욱 매끄럽고 고급스러워졌다. 풍량·풍향 등 공조 기능을 디스플레이에서 통합 제어하는 혁신적인 사용 경험도 제공한다.

중앙에 자리잡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모델과 ‘차원이 다른’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

신형 그랜저 측면 [사진출처=현대차]
핵심은 현대차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AAOS)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에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SDV)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알리는 기능이다.

플레오스 커넥트에 차세대 생성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 외부 업체(3rd Party)에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편함 없이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퀄컴 스냅드래곤 콕핏 4세대 칩이 탑재됐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17인치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PC와 같은 16:9 비율을 구현했다. ‘테슬라’ 느낌을 준다.

좌우 1:2 비율로 나눠 왼쪽에는 차의 상태와 주행 정보,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표시된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감성 만족’이다. 현대차 최초로 투과율 조절 필름을 적용했다. 운전자는 루프 영역을 분할하면서 투명·불투명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머리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루프 영역을 6단계로 분할할 수 있다.

2장의 유리 사이에 투명도를 제어할 수 있는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필름을 넣어서다.앞좌석은 투명하게, 뒷좌석은 불투명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편안한 패밀리세단 성향 강화
신형 그랜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무릎 아래 부분에 여유가 생긴다.

아래만 잘렸던 기존 그랜저의 디(D)컷 스티어링휠과 달리 위아래가 모두 잘리고 크기도 작아진 더블 D컷 스티어링휠을 채택해서다. 그립감도 괜찮다. 땀이 난 손으로 잡아도 미끄럽지 않고 손에 감긴다.

스티어링휠 뒤에 있던 운전석 계기판은 사라지고 대신 운전석 쪽 대시보드 위에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깔끔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기도 하다.

스티어링 컬럼에 붙은 전자식 변속 레버는 기존의 앞(D단) 뒤(R단)로 돌리는 방식에서 위(R단) 아래(D단)로 밀어 조작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컬럼식 변속 레버는 벤츠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운전 중 조작이 편리한데다 센터콘솔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신형 그랜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시승차는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캘리그래피 트림이다. 최고출력은 198마력, 최대토크는 25.3kg.m, 복합연비는 11.0km/ℓ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마이(MY)로 구성됐다. 노멀 모드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매끄럽게 움직인다.

고속에서는 기존 모델보다 좀 더 안정감을 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괴성을 지르지도 요란을 떨지도 않지만 노멀 모드보다는 시원하게 달린다. 단, 배기량의 한계 때문에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노면 소음은 물론 풍절음도 잘 차단한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잔진동을 억제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경망스럽지 않다. 깔끔하게 넘어간다.

전반적으로 운전 재미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는 패밀리 세단 역할에 충실하도록 세팅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성능은 우수하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물론 지그재그 구간이 많은 국도에서도 앞차를 따라가는 반응 속도도 빠르고 차선도 잘 지킨다.

후측방 모니터는 아쉽다. 방향지시기를 작동하면 운전석 오른쪽 17인치 모니터에 후측방 시야가 화면으로 나온다.

운전석 스티어링휠 뒤쪽 계기판에 후측방 시야가 나와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었던 기존 모델보다 다소 불편하다.

운전석 계기판을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중앙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형 그랜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시승 행사에서는 체험하지 못했지만 더뉴 그랜저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기억 후진 보조(MRA), 현대차그룹 내연기관차 중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가 장착됐다.

MRA는 좁은 골목길이나 차들이 빼곡한 주차장에서 후진해야 할 때 실력을 발휘한다. 지나온 경로를 최대 50m까지 기억했다가 후진을 보조해준다.

후진 기어를 넣고 17인치 디스플레이 왼쪽 영역 자동차 그림 아래로 나온 화살표 아이콘을 누르면 지나온 궤적을 따라 운전대가 돌아간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뗀 순간부터 후진하기 시작해 지나온 경로를 차 스스로 따라간다.

PMSA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는 전기차에 먼저 채택된 안전보조 기능이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해준다.

계약자 2명 중 1명 ‘벤츠값’ 캘리그래피 선택
기존 그랜저(왼쪽)와 신형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더뉴 그랜저는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사전계약 첫날 1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현대차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중 두 번째로 뛰어난 성적을 거둬들였다.

반짝 돌풍에 멈추지도 않았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1만5277대가 계약됐다. 3일 연휴가 있었는데도 1만5000대들 돌파했다.

더뉴 그랜저 가격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나온 “그 돈이면 벤츠 사겠다”는 비난에도 실구매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존 모델보다 300만~500만원 가격이 오르고,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트림 가격은 벤츠 E클래스 할인 판매가와 비슷한 6000만원 이상이지만 그랜저를 기꺼이 선택했다.

계급장만 떼면 디자인, 성능,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한국인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소울세단’ 그랜저가 낫다고 판단해서다. 아니, 계급장을 떼지 않아도 그랜저가 한 수 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근거는? 있다. 트림별 사전계약 현황에서 알 수 있다.

벤츠값으로 여겨지는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 선택률은 52%에 달했다. 23%에 그쳤던 기존 그랜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MSG “글레오, 근처에 경치 좋고 주차도 편하고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한정식 음식점 좀 알려줘”라고 묻자 좋은 평가를 받는 맛집을 알려주고 내비게이션 안내까지 연결해줬다. 똑똑해진 AI 에이전트 글레오가 알려준 한정식 맛집 정보는 더뉴 그랜저의 시승 소감과 같다. 가격표를 보고 놀란 만큼 대접도 훌륭한 미슐랭 선정 음식점은 아니지만 음식 맛이 좋고, 상차림도 푸짐하고, 가족과 함께 가기에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고, 주차도 편한 맛집에 가면 먹을 때도 나올 때도 뿌듯함이 밀려들어 다시 오고 싶어진다. 더뉴 그랜저도 탈 때는 물론 내릴 때도 뿌듯하다. 고루고루 잘 대접받은 기분이 들어서다. 물론 더 비싼 돈을 주면 더 좋은 차를 살 수 있지만 ‘그 돈이면 그랜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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