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시간 불법주차도 딱지 못떼는 현실…무법지대 선거유세차 ‘눈살’ [세상&]
경찰·구청 등 정치 편향성 우려 단속 주저
“공무원 개인의 판단 아닌, 명확한 지침 필요”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선거철 반복되는 선거 유세 차량의 불법주정차가 시민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불법주정차는 물론 어린이보호구역 앞에 버젓이 불법 주차하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한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 불편까지 생기지만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후보 측의 반발은 모두 단속 공무원이 떠안아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유세 차량의 단속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선거철 교통 방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일 오전 9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 출근 시간 교통량이 많은 이곳에도 어김없이 선거 유세 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출마 후보의 차량은 운전자도 없이 황색 점선 구간에 주차돼 있었다. 해당 구역은 일시 정차만 가능한 구역이지만 해당 차량은 20분 넘게 움직이지 않았다.

해당 차량의 불법 주정차로 교통 혼잡도 일어났다. 해당 차량이 우회전할 공간을 막고 있어, 크기가 큰 버스는 뒤에서 오는 차량 20여대를 보낸 후에야 3차로로 진입할 수 있었다.
주변을 지나던 박이수(27)씨는 “유세차가 횡단보도나 사거리 구석에 정차하면 지나갈 때 차가 오는지 시야 확보가 안 돼서 불편하다”며 “선거차량이라고 다 봐주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승혜(34)씨는“출퇴근 시간에 유세 차량이 도로변에 오래 서있으면 불편하다”며 “특히 교차로 근처에서는 시야가 가려져서 횡단보도도 잘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거철만 되면 도로가 더 꽉 막히는 느낌이 든다. 확성기 소리까지 더해지면 피로감도 커지고, 시민 불편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도 목격됐다. 지난달 29일 오전 7시께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사거리에 선거 유세 차량이 비상깜빡이를 켠 채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보의 차량이 주차된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도로교통법상 정차와 주차가 금지되는 구간이다. 인근에 머물던 한 관계자 A씨는 “후보의 유세차량은 오전 9시가 넘어서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2시간 넘게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한 셈이다.
통행량이 많은 오후 12시20분께에도 같은 장소에서 선거 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볼 수 있었다. 우회전해서 해당 구간을 지나가려던 차량들은 유세차량을 피해 지나갔다. 버스가 해당 차량을 피해 지나갈 때는 도로가 막히기도 했다.
운전자들의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구간을 지나던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우회전 하자마자 트럭이 있으니 시야가 꽉 막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해당 유세 차량의 운전자에게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가 가능한지 묻자 “선거기간엔 괜찮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기자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정차가 가능한지 재차 확인하자 “빼겠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차량 운전자조차도 선거 차량의 주정차 규칙에 대해 숙지가 안 된 듯한 모습이었다.
![서울 지역 내 접수된 교통불편 112 신고 증가 현황.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2026년 지방선거 모두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모양이다. [서울경찰청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2/ned/20260602074001120dypi.jpg)
이처럼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불법주정차 등 ‘교통 불편’은 시민들의 민원·신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에 들어온 선거 유세 차량 불법주정차 민원은 각각 9건, 15건 등 총 24건이다. 하루 평균 2.7건꼴이다.
또 경찰 신고도 선거철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 29일까지 집계된 서울 교통 불편 신고 접수 현황에 따르면 5월 신고 건수는 7579건으로 지난 1월 6158건 대비 약 23% 증가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지난 2024년 4월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4년 1월 5910건이던 교통 불편 신고 건수는 선거가 치러진 4월에는 6889건으로 약 16% 늘었다.
불법주정차 등을 단속할 수 있는 경찰과 구청 공무원들은 선거 유세 차량 단속에 난색을 드러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속했다가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크다”며 “특정 당 차량을 단속하면, 왜 다른 정당 차는 단속하지 않냐는 민원도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관들이 현장에 가서 이동해달라고 했을 때 바로 이동하면 좋겠지만, 대화가 길어진다”며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니 단속할 때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선거 유세 차량은 일반 차량과 동일한 기준으로 단속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후보 측에서 과태료 부과에 항의하는 경우가 있어 적극적인 단속에는 부담이 있다. 과태료를 부과하면 후보 측 항의가 들어와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기엔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철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명확한 단속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는 도로교통법상 단속 필요성과 선거법상 선거운동 보장 논리가 충돌하는 구조라, 현장 경찰이 적극 단속하기에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라며 “선관위나 관련 법령에서 유세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명확히 규율하면 현장 단속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행위를 선거법상 제한·관리 대상으로 명확히 포함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며 “단속 근거가 명확해지면 경찰도 회피하거나 피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특정 후보나 캠프 차량을 단속할 경우 ‘경찰이 선거에 개입했다’, ‘특정 진영에 불리하게 판단했다’는 식의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일선 경찰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일선 경찰 개인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경찰청 차원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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