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작게' 반도체 혈류 뚫는다[반도체 8대공정]
반도체는 나노미터(nm)의 세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최신 D램의 공정세대는 10nm인데, 크기를 설명할 때 흔히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에 비유한다. 상상 속에서조차 머리카락을 쪼개고 나누어 반도체 크기를 체감하는 일은 어렵다. 나노미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D램의 회로선폭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10배 작고 적혈구의 700분의 1 크기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반도체는 굵직한 8개의 공정을 거친다. 글로벌 칩메이커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8대 공정 생태계를 소개한다.

실리콘 웨이퍼가 반도체로 불리려면 전기가 통해야 한다. 반도체 내부에 전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미세한 회로 사이사이에 금속 소재를 채워 넣는 과정이 바로 반도체 전공정의 마지막인 ‘금속 배선’ 공정이다.
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지만 공정의 난이도는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회로 안에 기체 형태의 금속을 빈틈없이 채워 반도체의 혈관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속 물질이 바로 ‘텅스텐(W)’이다. 텅스텐은 고온을 잘 견디고 안정성이 높아 트랜지스터 소자와 직접 맞닿은 하부 배선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소재다. 문제는 단단한 고체 상태인 텅스텐을 어떻게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구멍 속으로 밀어 넣느냐다.
이를 위해 반도체 장비 내부에서는 텅스텐 원료를 불소와 결합시킨 특수가스 ‘육불화텅스텐(WF₆)’을 웨이퍼 표면에 분사한다. 기체 상태의 육불화텅스텐이 웨이퍼 표면 깊숙이 내려앉으며 미세한 틈을 화학기상증착(CVD) 방식으로 촘촘히 채우게 된다.
텅스텐 특수가스는 극도로 다루기 힘든 맹독성이어서 과거엔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나 국내 소재 기업인 SK스페셜티(옛 SK머티리얼즈)와 후성이 집요한 연구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장비나 부품이 아닌 ‘소재 주권’을 지켜낸 몇 안 되는 사례다.
이렇게 텅스텐으로 가장 가파른 지하 바닥층을 메우고 나면 그 위로 본격적인 대량의 신호를 실어 나르는 상부 ‘구리(Cu) 고속도로’망이 펼쳐진다.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신호를 빠르고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어 1990년대 후반부터 알루미늄을 제치고 반도체 메인 배선의 표준 소재로 자리 잡았다. 구리는 가스로 만들기 까다로운 데다 실리콘 내부로 파고들어 소자를 망가뜨리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라인에서는 먼저 미세 홈 벽면에 얇은 방어막을 친 뒤 구리 이온이 섞인 액체 전해액에 웨이퍼를 담가 전기를 흘려보내는 ‘전기도금(ECD)’ 방식으로 구리를 채워 넣는다.
액체와 전기를 오가는 복잡한 구리 배선 공정 장비 시장은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사실상 지배하는 무대다. 구리를 미세한 배선 홈에 채워 넣는 ECD부터 표면을 평탄하게 갈아내는 화학기계연마(CMP), 회로 붕괴를 막는 방어막 형성까지 고난도 장비 헤게모니를 통째로 쥐고 있다.

장비 혁신을 바탕으로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2나노미터 이하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는 배선의 판을 통째로 뒤엎는 후면전력공급망(BSPDN) 기술이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다.
반도체 앞면에 빽빽하게 엉켜 있던 데이터 신호선과 전력선을 분리해 전력 배선을 칩의 ‘뒷면’에 따로 배치하는 초고난도 기술이다. 빌딩 앞문으로 데이터과 전력선이 동시에 들어오던 것을 전력선은 뒷문(후면)으로 빼서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기술이 본격 도입되면 웨이퍼 뒷면을 극도로 얇고 평평하게 갈아내는 고난도 CMP 공정이 한 번 더 필요해진다.
한국은 금속공정의 ‘소재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주자인 솔브레인은 HBM 공정의 핵심인 실리콘관통전극(TSV) 내부를 구리로 채운 뒤 표면 밖으로 넘친 구리층을 정밀하게 걷어내는 특수 슬러리를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다. 외산이 장악했던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 양사에 이를 독점 공급하며 공급망의 판도를 뒤집었다.
동진쎄미켐 역시 HBM용 특수 구리 슬러리 개발을 완료하고 2024년 대기업 양산 라인 공급망에 진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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