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이마트 임금피크제, 나가거나 ‘자리 없이’ 버티거나

이수연 기자 2026. 6. 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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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전보 인정 뒤 제도 손봤지만 여전히 직책 공백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마트 임금피크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직원들에 대한 전보를 부당하다고 판정한 뒤 회사가 제도를 일부 손봤지만, 여전히 "자리가 없다"며 직책을 부여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희망퇴직 거부했더니 "대기하라"는 말만

올해 만 56세가 된 이마트 30년차 직원 ㄱ씨는 지난해까지 영업팀장이었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되면서 파트장으로 직책이 한 단계 낮아졌어야 했지만 반년 가까이 캐셔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회사가 "자리가 없다"며 여전히 파트장 발령을 미루고 있어서다. 그는 팀장도 파트장도 아닌 '파트너'로 불린다.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마트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만 54세 점장·팀장·파트장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고, 거부하면 만 55세에 여러 점포의 현장직을 전전하게 했다. 1년을 버티면 만 56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임금이 깎이는 구조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전보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나이만을 기준으로 전보 대상을 선정했고, 충분한 협의 없이 기존 업무와 이질적인 업무를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점장과 팀장에게 조리·진열·판매 업무를 맡긴 것도 적절한 인력 배치가 아니라고 봤다. 회사는 "전보 기준을 세우면 직원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어 연령 기준 순환근무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이마트는 중노위 판정을 수용해 만 55세 현장직 전보를 없애고, 만 56세부터 2년간 직책을 한 단계 낮춘 뒤 현장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일부 손질했다. 기존처럼 1년 먼저 현장직으로 보내는 대신 점장은 팀장, 팀장은 파트장으로 한 단계 낮춘 뒤 2년 후 현장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부당전보 판정을 받은 1970년생 점장 3명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해 회사는 점장 자리가 없다며 부점장 직책을 임시 신설해 복직 방안을 제시했고, 직원들이 이를 수용하자 행정소송을 취하했다. 3명 중 2명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남은 1명은 올해 팀장으로 발령받았지만 "자리가 없으니 대기하라"는 말만 들은 채 여전히 현장직에 머물고 있다.

1970년생이 드러낸 임금피크제 민낯
"처음부터 무효" 제기

이마트 임금피크제 논란은 정년연장 분위기 속 희망퇴직을 거부한 1970년생들이 중노위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0년에는 희망퇴직 대상자(1966년생) 23명 중 3명만 이를 거부했는데, 2024년에는 대상자(1970년생) 47명 중 38명이 희망퇴직을 거부했다.

이마트 점장이었던 1970년생 김상용씨는 "먼저 희망퇴직을 선택한 선배들에게 '차라리 남는 게 낫다. 하지만 권리는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1970년생 직원들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은 도입 과정 자체를 문제 삼았고, 지난 4월 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피크제 무효 진정을 제기했다. 회사가 임금피크제 도입 근거로 제시하는 2015년 신인사제도 설명회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당시 설명회에서는 주로 승진제도 개편이 다뤄졌고, 동의서에도 임금피크제 내용은 없었다. 이후 취업규칙 등에 '만 56세 직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세부 내용은 적용기준에 따른다'는 문구가 추가됐지만 구체적인 적용기준이 당시 직원들에게 문서로 안내된 적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각 점포에서 설명회를 주관한 점장들 일부도 "임금피크제 관련 설명회가 아니었다"며 이번 진정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 지휘를 요청한 상태다.

이마트는 본지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의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 차례로 직책을 조정하고 있다"며 "2015년 사규 변경 당시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하면서 모든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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