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드라마' 주연은 뭐하는 기업이길래[반도체 8대공정]
[커버스토리 : 반도체 8대공정-증착(박막)공정]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낸 주인공은 반도체 장비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60위권에 머물던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방 대형주가 휘청일 때도 나홀로 급등세를 타더니 시가총액 5위까지 진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만드는 장비는 반도체 증착(박막) 공정에 사용된다. 증착은 반도체라는 첨단 도시를 짓는 과정에서 건물의 벽을 세우고 코팅을 입히는 기초공사다. 웨이퍼에 새긴 회로 배선에서 전류가 옆길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튼튼한 담벼락(소자분리막·STI)을 세우고, 전기가 흐르는 통로를 만드는 일까지 모두 증착 장비의 손을 거친다.
기초공사에 비유하면 어딘가 쉬운 듯하지만 웨이퍼의 회로 배선은 나노미터 단위다. 최신 D램의 회로 배선 크기인 10나노미터 가닥을 인간의 적혈구 하나에 새긴다고 가정하면 무려 700번 넘게 그을 수 있는 수준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극한의 틈새 벽면에 원자 형태의 금속물질을 쌓아 올리는 것이 오늘날 증착 공정 기술이다. 미세한 회로에 금속을 씌우기 위해 금속은 고체 상태가 아닌 기체 형태(가스)로 만들어 웨이퍼에 내려앉게 한다.
이때 금속을 가스 형태로 내려앉게 만드는 장비가 바로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다. CVD 장비 시장 역시 식각공정과 마찬가지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빅3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식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장악력이 약한 편이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 장비) 기업들이 이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을 필두로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가 CVD 및 차세대 장비를 개발하며 국산화에 나섰다.
가스를 위에서 아래로 분사해 막을 입히던 기존 CVD 방식은 복잡한 3차원 수직 적층 구조에서 좁고 깊은 미세 틈새 안쪽 벽면까지는 코팅이 되지 않는 약점이 있었다. 막이 고르게 분포되지 않아 내부에 빈 공간(보이드)이 생기면 전류가 흐르지 못해 반도체는 불량품이 된다.

이 한계를 깨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바로 ‘ALD(원자층 증착)’ 기술이다. ALD 방식은 가스를 마구 분사하는 대신 가스를 한 층씩 번갈아 주입해 원자가 스스로 웨이퍼 표면과 반응해 결합하도록 유도한다.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틈새 벽면에 원자를 딱 한 줄씩 포개어 쌓는 방식이다. 하지만 3차원 수직 적층 구조가 극단적으로 복잡해진 최신 공정에서는 ALD조차 공정 속도의 한계와 초고종횡비 구조에서의 균일도 확보라는 벽에 부딪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물질을 층층이 쌓는 기존 방식을 넘어 원자가 결정 격자를 스스로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3세대 ALG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급했다.
코스닥 반도체 장비의 또 다른 축인 테스와 유진테크 역시 장비 국산화로 증착 생태계를 파고들고 있다. 테스는 플라스마 화학기상증착(PECVD)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낸드 필수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가 300단을 넘어 400단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적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스 주가는 3개월간 74% 치솟았다. 초고단 낸드 공정에서는 아파트 수백 층 높이의 깊은 구멍을 단번에 파 내려가야 하는데, 이때 회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휘어지지 않도록 버텨주는 강력한 방패막인 ‘하드마스크’를 두껍고 단단하게 쌓아 올려야 한다. 테스는 이 고난도 하드마스크 증착 장비를 국내 주요 메모리 대기업 양산 라인에 공급한다.
유진테크는 전류가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완벽한 담벼락을 세우는 저압 화학기상증착(LPCVD) 장비 분야의 강자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소자와 소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미세한 전류 누설이 발생하기 쉬운데 유진테크의 장비는 웨이퍼 표면에 아주 정밀한 고품질 절연막과 박막을 형성해 이를 원천 차단한다. 과거에는 단순한 산화 공정으로 처리하던 영역이었으나 선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줄어들면서 유진테크의 고정밀 LPCVD 장비가 필수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장비 기업들이 주도하던 CVD 장비 시장에서 국산화율을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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