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위 든든한 ‘보호막’ 산화공정, 수율 개선까지[반도체 8대 공정]

김태림 2026. 6. 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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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명규 기자

반도체 웨이퍼 위에 가장 먼저 입히는 것은 든든한 ‘보호막’이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수천 배 이상 얇은 나노 단위의 막이지만 이 막 하나가 반도체의 누설 전류를 막아 칩의 성능과 생산 수율(웨이퍼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 중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제품의 비율)을 좌우한다. 반도체 8대 전공정의 실질적인 첫 단추로 꼽히는 ‘산화공정(Oxidation)’ 이야기다.

산화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산소나 수증기를 반응시켜 얇은 산화막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일상에 비유하면 식빵을 토스터에 구워 겉면에 얇고 단단한 크러스트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외부에서 무언가를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고온에서 표면 자체가 변하며 보호층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산화막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열산화다. 800~1200℃ 수준의 고온 환경에서 웨이퍼 표면을 산소와 반응시켜 얇은 산화막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열산화, 즉 산화막을 구워내는 방식은 사용하는 기체에 따라 건식과 습식 산화로 나뉜다. 이 역시 식빵을 굽는 스타일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건식 산화는 순수 산소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식빵을 토스터에 넣어 겉면을 아주 바삭하고 균일하게 구워내는 것과 같다. 산화막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막질이 치밀하고 균일해 높은 정밀도가 필요한 게이트 절연막 등 첨단 미세공정에 주로 활용한다.

습식 산화는 산소와 함께 수증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팀 오븐으로 빵을 빠르게 익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건식보다 산화막 형성 속도가 훨씬 빠르고 두꺼운 막을 만들 수 있어 회로 보호막이나 절연막 형성에 폭넓게 사용한다. 다만 건식 산화 대비 막의 밀도와 정밀도는 다소 떨어진다.

산화공정에서는 어떤 가스를 주입하느냐 못지않게 웨이퍼에 열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같은 산화 반응이라도 장비 방식에 따라 공정의 효율성과 산화막의 균일성이 크게 달라져서다.

열처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십 장의 웨이퍼를 대형 가마에 넣고 통째로 구워내는 ‘배치(Batch) 방식’과 웨이퍼 한 장씩 정밀하고 빠르게 가열·냉각하는 ‘급속 열처리(RTP) 방식’이다.

이 두 장비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 소부장(소재·부품· 장비) 핵심 기업들이 단단한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배치 방식은 시간당 생산성이 뛰어나다. 대량 생산이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 공정 등에서 주로 활용한다. 이 분야의 글로벌 최강자로는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 꼽힌다.

반면 급속 열처리 방식은 웨이퍼를 한 장씩 개별 제어하기 때문에 극도로 미세하고 균일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 시장에서는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원익IPS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3나노(nm) 이하의 초미세 선단 공정으로 진입하면서 열처리 공정의 조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방식처럼 고온 환경을 유지할 경우 금속 배선과 미세 구조가 열적 스트레스를 받아 손상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수율 개선의 핵심 장비 업체’로 부상한 국내 기업이 바로 HPSP다. HPSP는 고압 상태에서 웨이퍼 내부의 미세 결함을 안정화하는 고압 수소 어닐링(HPA) 장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 환경에서 고압 수소를 활용해 결함 구조를 안정화하고 전류 누설을 잡아 반도체 수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미세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이러한 결함 하나가 칩 전체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HPSP 장비는 글로벌 파운드리 공정에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 등 세계 최고 반도체 공룡들의 공급망을 뚫었고 영업이익률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50%를 웃돌았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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