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송노조 8일 휴업 예고… 삼성·SK 반도체 건설 현장도 비상
삼성 평택 캠퍼스·SK 용인 클러스터 현장 포함
레미콘 제조사, 원청 협상 우려에 단체 교섭 꺼려
건설업계 “휴업 예의주시…비노조 물량 등 검토”

레미콘 운송 노동조합이 수도권 운송 단가 협상을 요구하며 전면 휴업을 예고했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믹서트럭 운전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별 운송사업자라며 단체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오는 8일 노조의 휴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주요 건설 현장의 공사 차질이 우려된다.
2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은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레미콘 운송 단가 결정을 위한 단체(통일)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운련은 “제조사 단체에서는 통일 교섭이 아닌 제조사별 개별 협상만을 내세우면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개별 협상이 이뤄질 경우 교섭력이 약한 권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단체 교섭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6월 8일부터 수도권 전면 휴업 투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직 협상 테이블이 열리지 않아 구체적인 인상 요구 폭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레미콘 제조사들은 운송 단가 인상 폭이 5%를 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대전권 레미콘 운반 단가가 전년보다 5.9% 오른 만큼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수도권 믹서트럭 전면 휴업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휴업 전까지 단체 교섭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미콘 제조사들이 단체 교섭에 응할 경우 운송사업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운송 단가 협상에서 제조사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 측 입장이다.
한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운송 사업자들의 노조 지위가 인정되면 레미콘 제조사를 넘어 원청인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단가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레미콘 제조사는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며 일방 통보받은 운송비를 기초로 현장과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운련이 예고대로 8일 수도권 믹서트럭 전면 휴업에 들어갈 경우 수도권 주요 공사 현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현장은 레미콘 공급 차질에 민감하다. 전운련 관계자는 “삼성전자 현장은 주간에 이어 주말 작업까지 있고, SK하이닉스 현장은 야간 작업이 많은 특수성이 있어 현장과 협상해 운송 단가를 반영해왔다”며 “파업에 들어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장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이미 레미콘 운송사업자들과 직접 운반 비용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현장의 경우 삼성물산이 공기 단축을 위해 현장 배처플랜트(BP·대량의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설비) 설치를 검토했지만, 운송사업자들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뒤 운반 비용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 업계도 전면 휴업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사업자 파업은 통상 현장 비수기로 분류되는 6월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화할 경우 현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시작되면 비노조 운송사업자의 물량을 받거나 다른 공정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며 “다만 이런 방식으로 버티더라도 현장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비용 갈등의 배경에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009년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를 도입한 이후 18년간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를 제한해왔다. 이 때문에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운송비 갈등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믹서트럭 총량이 제한되면서 영업용 번호판이 건설 호황기에는 4000만~4500만원, 침체기에도 1500만~2000만원에 거래된다”며 “공급이 제한돼 있다 보니 파업의 실효성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운송비를 둘러싼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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