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협곡 위 대교, 절벽 위 5G… 中구이저우 산골 바꾼 인프라 혁명
세계 最高 대교, 2시간 거리 2분으로 단축
절벽에 5G 기지국 세워 통신 인프라 개선
관광객 늘고 주민 소득 최대 200% 올라

중국에서 유일하게 평야가 없는 성(省)인 구이저우(贵州). 험준한 카르스트 지형과 깊은 협곡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오랫동안 중국 내 대표적인 산악 오지이자 ‘최빈성(最貧省)’으로 꼽혀왔다.
지난달 29일 오전 구이저우성 서남부 전펑(贞丰)현을 찾았다. 구이양 시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이곳 초입에 이르자 아찔한 높이의 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깎아지른 절벽이 사방을 두르고 있었고, 대교 아래로는 굽이굽이 흐르는 협곡 주변에 들어선 마을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다.
이 마을들을 산골 밖으로 잇는 통로가 바로 화장(华江)협곡대교다. 강 수면으로부터 625m 높이에, 총연장 2.98km 길이로 건설됐다. 기네스 세계기록 인증을 받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교다. 지난해 9월 대교가 개통되면서 관링(关岭)현과 전펑현 간 이동 시간은 2시간에서 2분으로 단축됐다. 과거에는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돌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차량이 대교를 직선으로 통과한다.
현지 주민 린궈취안(林国权)씨는 “예전에는 산 위까지 걸어서 오르는 데만 수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마을에서 대교까지 차로 8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대교 건설을 계기로 마을의 주차장, 배수시설, 가로등 등 기반시설도 새롭게 정비됐다”며 “최근 들어 귀향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펑현 시내에 이르자 가구점과 인테리어 매장, 신축 중인 아파트 등이 즐비해 인구 유입 효과를 가늠할 수 있었다.

◇ 드론으로 자재 운반해 절벽 위 5G 구축
교통뿐 아니라 통신 네트워크도 강화됐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과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华为)는 대교 일대에 5G 기지국을 건설해 통신 네트워크를 깔았다. 이 일대는 강풍이 부는 고지대일뿐 아니라 절벽 지형 때문에 작업 공간이 협소해 일반적인 기지국 공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차이나모바일 구이저우지사의 장량(张谅) 부총경리는 “화장협곡대교 일대는 산사태 위험 때문에 고공 시공이 어려워 신호 구축과 유지보수 모두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는 드론으로 물자를 운송해가며 여기에 4G,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특히 5G-A(5.5G) 기반 다중 주파수 기술을 적용해 협곡과 절벽이 많은 산악 지역에서도 초고속·대용량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 시연에서 측정된 다운로드 속도는 최고 630Mbps에 달했다. 평균적으로는 300Mbps가량이며 업로드 속도는 최고 265Mbps, 평균 105Mbps 수준이었다. 현장 엔지니어는 “관광객이 몰리는 상황에서 고화질 라이브 스트리밍과 대용량 파일 업로드, 가상현실(VR) 콘텐츠 이용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틀간 전펑현 일대에 머무는 동안에도 터널 구간을 제외하면 통신이 끊기거나 속도가 저하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베이징 도심에서도 지하 등에서 통신이 불안정한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경험이었다. 차이나모바일은 현재 구이저우 전역에 약 20만개의 기지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5G 기지국은 7만4600개를 넘어섰다. 구이저우성 내 모든 행정촌에 5G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세계 最高 대교, 하루 최대 4만명 찾는 관광지로
이런 인프라 확충 덕분에 화장협곡대교는 마오타이(茅台) 백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이저우의 상징이 됐다. 올해 춘제(春节·중국 설) 기간엔 하루 최대 4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았다. 인근 마을인 화샹춘(花香村) 고향으로 돌아온 린궈취안씨는 외조부모의 옛집을 개조해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교 개통 후 관광객이 늘기 시작해 처음 9개 객실에서 현재 46개 객실 규모로 성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70개국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그의 민박을 찾았다.
린씨는 “예전에는 손님이 길을 잃으면 설명하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영상통화로 실시간 안내가 가능하다”며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예약과 객실 운영을 자동화했고, 남는 시간에는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며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교와 협곡 풍경 등을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고 있다. 린씨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화샹춘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 높이의 대교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며 “대교와 통신망이 지역 경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 600년 된 ‘돌마을’도 5G화… “수익 200% 늘어”

같은 달 28일 찾은 구이저우성 안순(安顺)시의 ‘톈룽툰바오(天龙屯堡)’에선 5G 기술이 전통문화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명나라 시기 형성된 이 마을은 600년 넘게 원형이 유지돼 ‘명나라 문화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대부분 건축물이 돌로 지어졌고 성곽 형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는 통신 신호를 가로막는 두꺼운 돌벽이다. 현지 관계자는 “벽 하나만 통과해도 신호가 절반 가까이 약해지고 두 개를 통과하면 거의 사라진다”고 했다. 게다가 문화재 보호구역이어서 외관을 훼손하거나 구조를 변경할 수도 없다.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는 소형기지국과 실내 분산망 기술로 이를 돌파했다. 현재 마을에는 4G 기지국 9개, 5G 기지국 8개, 5G-A 기지국이 운영되고 있으며 상점과 민박 대부분이 기가급 광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덕분에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인 ‘디시(地戏·600년 역사의 전통 가면극)’ 공연 전수자들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소개하며 관광객 끌어오고 있다. 주민들은 전통 먹거리와 수공예품, 염색 공예품 등을 라이브커머스로 홍보하고 판매한다. 하루에 8시간씩 라이브커머스 판매를 하고 있는 30대 귀향민 웨이(伟)모씨는 “예전에는 산악지역이라는 한계 때문에 판로 확보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시 전승자 정롱(郑荣)씨도 “5G 도입 이후 수익이 약 200% 증가했다”고 말했다.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는 5G 네트워크 확충을 통해 구이저우 전역 ‘관광 스마트화’에 힘쓰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2024년 판징산(梵净山) 정상에 5G-A 네트워크를 구축해 초고속 네트워크를 깔았고,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춘차오(村超·마을 축구 대항전)’ 현장에서도 대규모 동시 접속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기지국을 배치했다. 춘차오가 열리는 룽장(榕江)현 관광객 분포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수요 대응에 도움을 줬다.
중국 도서산간 지역 5G 네트워크 구축은 구이저우성 밖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행정촌의 5G 보급률은 95%를 넘었다.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좁은 도시’로 불리는 윈난 자오퉁(昭通) 옌진(盐津)현을 비롯해 해발 6500m 높이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에도 5G 기지국 구축에 성공했다. 화웨이 전략사업발전부의 저우젠궈(周建国) 총괄은 “이 같은 네트워크는 농촌 전자상거래, 원격교육, 스마트 농업 보급을 가능하게 했다”며 “향후 국경 지역, 산림 밀집 지역 등에도 광대역 커버리지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즈톡톡] “보일러는 옛말” 삼성·LG도 가세한 220조 히트펌프 전쟁
- 삼성 성과급 묻자… 젠슨 황 “직원들은 가능한 한 많이 받아야”
- ‘80% 현지화’ 내건 한화, ‘40%’ 제시한 獨에 고배… 두터워진 유럽 안보 장벽
- “코스피 35% 폭등했다는데 내 주식은 왜?”… 동일가중 수익률은 ‘마이너스’
- [비즈톡톡] 젠슨 황은 왜 처음으로 ‘코리아 나이트’를 열었을까
- “인서울보다 삼전·하닉”… 반도체고 입학설명회도 ‘조기 마감’
- 서울 집값에 밀린 30대… 경기 주택 3건 중 1건 샀다
- 여수세계섬박람회 D-100… ‘우려’ 벗고 카운트다운 돌입
- [당신의 생각은] 위고비·마운자로 규제 임박…비만약 오남용 막을 수 있을까
- “AI는 비용 아닌 수익”… 젠슨 황, 에이전틱·피지컬 AI 시대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