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자율주행 ‘눈’ AI로 바꿨다…양산품도 개발”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기술세미나…현대모비스 이재훈 팀장 발표
800만원에 시속 60㎞ㆍ차로변경 불가…“레벨3 상품성 한계”
인지 AI 전환 바탕으로 레벨2 개발 정조준…판매 시점은 미정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의 ‘눈’에 해당하는 인지(인식) 기능의 개발 방식을 기존 규칙 기반(룰베이스)에서 딥러닝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전환하고, 양산차에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을 마쳤다. 현대차그룹이 2023년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에 적용하려던 레벨3(고속도로 자율주행ㆍHDP) 목표를 철회한 뒤,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레벨2+ 방향으로 자율주행 전략을 선회한 후 나온 양산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훈 현대모비스 팀장(주행편의로직설계2팀)은 1일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KAAMI)가 서울 강남에서 연 기술세미나 ‘자율주행 KAAMI ON-AIR’에서 “인지 영역은 딥러닝 AI로의 전환을 이미 완료했고, 양산용 제품도 나왔다”고 밝혔다. 개발자가 일일이 규칙을 짜던 기존 방식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스스로 사람ㆍ앞차ㆍ차선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그룹이 이미 공식화한 전략과 맞물린다. 현대차ㆍ기아가 정기주주총회와 인베스터 데이 등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G90 부분변경에 레벨2+를 적용하고 2028년 제네시스 대형 모델에 레벨2++를 탑재할 계획이다. 기존 레벨3 목표는 철회한다.
책임 구조 때문이다. 레벨3부터는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서 제조사로 넘어간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잘못이 없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연간 수백만 대 이상 신차를 불특정 다수에 판매하는 현대차ㆍ기아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상품성도 발목을 잡았다. 전 세계에서 레벨3 양산 사례는 혼다가 ‘레전드’ 차량 100대를 한정 판매한 것과 벤츠가 S클래스 일부 모델에 적용한 정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최고 속도가 시속 50∼60㎞에 불과하며,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런 기능을 벤츠는 900만원 옵션가로 판매했는데, 고객 입장에서 구매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비슷한 상품성 한계 속에 EV9도 옵션가 742만원의 HDP 적용이 사실상 무산됐다.
새 목표인 레벨2+는 고속도로 등 한정 구간, 레벨2++는 일반 도심 주행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테슬라 FSD(풀 셀프 드라이빙)로 대표되는 이 영역의 승부처로는 인지 소프트웨어가 꼽히며, 기존 룰베이스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딥러닝AI는 대량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상황별 확률을 따져 사람처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룰베이스는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대응이 어려워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자율주행을 실제 양산차 부품과 기능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센서, 통합제어기를 포함해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ㆍ기아에 공급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ㆍ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고도화는 포티투닷, 지도ㆍ차량용 IT는 현대오토에버가 맡는 식으로 역할이 나뉜다.
현대모비스는 AI 모델 고도화와 함께 후속 기술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무거운 정밀지도(HD맵) 대신 그룹사 현대오토에버의 경량 자율주행 지도(SD+)를 활용해 실차 실증을 진행하고,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자율주행 동작을 직관적으로 확인하도록 AR HUD를 접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팀장은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새로 개발한 기술의 일반 판매 시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방법론은 갖췄지만 데이터의 양, 이를 처리할 서버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AI를 발전소에 비유하면 거대한 발전소도, 태울 땔감(데이터)도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양산 시점의 경우, 관련 법규 문제가 있는 데다 여러 회사와 협업해야 하는 사안이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가 회원사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해 처음 마련한 자리로, 기술ㆍ법제도ㆍ투자 등 자율주행 산업의 전 분야를 다뤘다.
조성환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국토교통부가 2027년 레벨3, 2028년 레벨4 상용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그 시기에 대규모 상용화가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많다”며 “차를 만들어 실제 운행이 될 때까지 업계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그것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행사를 정기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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