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AI를 만드는 시대"…과기부가 그린 5년 뒤 대한민국
반도체 공장부터 공공서비스까지 AI 에이전트 확산
논문 분석·신약 탐색까지…연구개발 패러다임 변화 예고

인공지능(AI)이 단순히 사람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다른 AI를 개선하고 연구개발(R&D)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의 종착점으로 범용인공지능(AGI)을 거쳐 초인공지능(ASI) 시대까지 내다보며 국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AI가 AI를 만드는 시대 온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수년 내 AI가 AI를 발전시켜 나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GI와 ASI까지 직접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산업과 연구, 행정 시스템 전반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래상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기부가 이번 간담회에서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가장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 수준이라면,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부여받으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수립한 뒤 실제 업무까지 수행하는 형태다.
배 부총리는 "단순 생성형 AI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 부처에 공급돼 AI가 스스로 생성하고 발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에이전트에 대한 국민적·정부 차원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제조공장, AI 혁명의 시험대
박인규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970년대 세계가 석유에 의해 움직였다면 지금은 인공지능 혁명 시대"라며 "산유국 대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이 새로운 OPEC이 될 수 있으며, 대한민국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미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 과정에서는 AI가 회로 구조를 최적화하고, 생산라인에서는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공정 이상을 사전에 탐지한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가 설계와 공정 최적화, 수율 개선 업무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연구자들은 최종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는 나아가 AI 경쟁의 핵심이 단순 모델 개발을 넘어 AX(인공지능 전환)와 피지컬 AI 확산에 있다고 보고 있다. AI가 산업 현장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나아가 로봇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배 부총리는 "우리는 AI 모델에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AX 실패율이 매우 높고, 이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X가 본격화되면 제조업 현장의 운영 방식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생산 계획 수립과 재고 관리, 품질 점검,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고 사람은 최종 승인과 예외 상황 대응에 집중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AI가 주문량과 원자재 가격, 물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량을 자동 조정하고, 설비 고장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정비 일정을 제안하는 식이다.
과기부는 이런 변화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제조업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실도 탈바꿈…"AI가 질병 원인 찾아"

연구개발 현장 역시 AI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중앙대·성균관대 공동연구팀은 전날 AI가 질병 원인을 스스로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AI가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와 작동 경로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향후 질병 진단과 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될 바이오마커(Biomarker) 발굴은 물론,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약물 작용기전 분석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대 생명과학과 윤성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복잡한 유전자 데이터 속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핵심 경로와 원인 유전자를 설명 가능한 방식으로 도출해 낸 성과"라며 "앞으로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의 작용 원리를 예측하는 정밀의학 분야의 핵심 기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기부 내부에서도 AI를 활용한 연구행정 혁신이 시작됐다. 연구개발정책실 공무원들은 최근 10주간 AI 교육을 통해 글로벌 전략기술 동향 분석 AI, 연구행정 법령 해설 AI 등을 직접 개발하며 업무 적용 실험을 진행했다.
구혁채 과기부 1차관은 "이번 교육은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업무에 적용 가능한 AI를 만들어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초기 단계의 결과물이라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개선한다면 유용한 'AI 동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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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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