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일 일해도 월급은 50만 원"... 노동착취 사각지대 된 미용실

송주용 2026. 6. 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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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미적용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판치는 현실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 계약하고
사업장 쪼개 상시 근로자 숫자 낮춰
"가짜 5인 미만, 징벌적 손배제 도입해야"
편집자주
직원 수가 채 5명이 안 되는 일터(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서 있다.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2등 시민'이라고 자조한다. 법제도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 무엇을 바꿔야 할지 살펴봤다.
임상훈(왼쪽)씨와 권수행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재 서울고용노동지방청앞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제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송주용 기자

대구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권수행(가명·33)씨는 2022년 11월 대형 미용실에 첫 출근했다. 18세 때 미용실 바닥 쓸기부터 시작해 10여 년간 실력을 갈고닦은 끝에 전국 수백 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미용실에 채용된 것이다.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했지만 그를 기다린 건 제대로 된 보상 없는 격무와 부조리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환경이었다. 권씨는 미용실과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했는데 이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미용실은 권씨에게 노동착취에 가깝게 일을 시켰다고 한다. 주말에 손님이 몰리는 업계 특성상 목요일을 빼고 주 6일 출근했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거나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였다. 하루 평균 12~13명의 손님을 받았다. 1주일에 60~66시간을 일했지만 연장 근무 및 휴일 근무 가산 수당은 없었다. 수익도 들쑥날쑥했다. 권씨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기본급은 주지 않았고 손님이 지불한 금액을 인센티브 형태로 받았다"며 "초반에는 금액의 30%, 나중에는 48~51%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산재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권씨의 손은 미용약품 부작용으로 짓무르고 피부가 벗겨졌지만 모든 치료는 자비로 충당했다. 그는 "손님을 받느라 다른 손님 응대를 못 하면 벌칙으로 일정 시간 고객 배정을 끊다 보니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약품을 만질 때도 있었다"며 "파마약 부작용으로 피부 장벽이 무너져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파마 약품 부작용으로 짓물러버린 권수행씨의 손. 노동자지만 서류상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산재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송주용 기자

하루 종일 매장에 묶여 있어도 신분은 프리랜서

챗gpt 생성 이미지.

이 같은 부조리는 권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프리랜서 계약이 관행처럼 자리 잡은 미용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게 현직 헤어 디자이너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손님을 받는 것도, 영업을 하는 것도 모두 매장이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업무 자율성이 없는 '가짜 프리랜서'인 셈이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일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맺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 기본급이 없다 보니 단가가 낮은 커트 손님은 최대한 빨리 쳐내려 서두르게 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술과 커트 손님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손님이 없거나 단가가 저렴한 시술을 배정받으면 급여도 줄어든다.

권씨는 자신이 일한 미용실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지만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고 헤어 디자이너나 인턴 등과 프리랜서로 계약해 작은 사업장인 것처럼 위장했다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주 52시간제, 연장 및 주말 가산 수당 적용, 부당해고 구제 신청,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등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는 법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다가 지난해 8월, 당분간 미용업계를 떠나기로 했다.


"강제 교육 후 급여 공제"…즉석에서 해고도

그래픽= 신동준 기자

정식 헤어 디자이너보다 처우가 열악한 인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임상훈(가명·29)씨는 권씨와 같은 매장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주 6일, 하루 8시간 이상 일했지만 매달 손에 쥔 돈은 50만~70만 원이 전부였다. 그는 "한 달에 150만 원가량을 받기로 했지만 사업주가 미용 관련 교육을 강제로 듣게 한 뒤 교육비 명목으로 매달 100여만 원을 떼어 갔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 탓에 억울함을 홀로 삭혔다.

하지만 참아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점장이 하루아침에 해고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점장은 점심을 먹으려고 모인 자리에서 헤어 디자이너들에게 임씨가 현재 익히지 못한 업무를 적어 내라고 지시했다. 디자이너들이 답변서를 쓰자 그 종이를 임씨 얼굴에 던지며 그 자리에서 해고를 통보했다고 한다. 입사한 지 반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런 배짱 해고가 가능한 건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해고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할 의무도 없고 부당 해고 구제 신청도 불가능하다. 임씨는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법이 있는데도 이렇게 방치되는 현실이 씁쓸했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하루아침에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없다. 노동자들은 해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고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충남 천안의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일한 유서은(가명)씨도 피해자다. 점장으로부터 "프리랜서 계약을 하면 4대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계약한 게 화근이었다. 유씨는 같은 사업주가 운영하는 매장 두 곳을 오가며 일했다. 실제로는 같은 사업체인데 서류상 근로자 숫자를 줄여 노동법망을 피하려고 사업장 쪼개기를 한 정황으로 보였다.

유씨는 휴게시간 등 최소한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이를 개선해달라고 부탁했다. "싸가지가 없다. 용서 못 하겠다"는 모욕이 돌아왔다. 그는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유씨는 억울한 마음에 노동당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처음 사업주는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불가능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맞섰다. 하지만 조사결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임이 인정됐고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수용됐다.

전문가들은 미용업계 등에서 빈번한 가짜 프리랜서 채용과 5인 미만 사업장 관행을 개선하려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려는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고의로 상시 근로자 수를 축소하거나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사건을 노동청과 노동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근로자가 복수의 사업장에 일하는 과정이 노동법을 준수했는지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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