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이채원으로 기억해 주세요”…‘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의 호소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2026. 6. 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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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5일 광주에서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고(故) 이채원(17)양의 모습이 방 안에 놓여 있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우리 딸을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A양’이 아닌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 주세요.”

광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인 고(故) 이채원(17)양의 부모가 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채원양의 부모는 1일 딸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꿈꾸고 누군가를 돕는 일을 좋아했던 아이를 잃은 뒤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며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고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입장을 낸다”고 밝혔다.

유족은 피의자 장윤기(23)에 대해 “추호의 동정도 받을 자격이 없는 범죄자”라며 “사법부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감형이 이뤄진다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두 번째 살인과 다름없다”며 법정 최고형 선고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서 엄벌 탄원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채원양의 방은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멈춰 있다. 평소 입던 교복은 옷걸이에 단정히 걸려 있고, 책상 위에는 교재와 학용품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태블릿에서는 생전 채원양이 즐겨 듣던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버지 이모씨는 사건 당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당시만 해도 단순 교통사고인 줄 알았다고 한다. 딸이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채원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눈도 감지 못한 채 있었다”면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춘기도 없을 정도로 정말 착한 아이였다. 단 한 번도 엄마 아빠한테 화내고 그런 적 없었다”고 딸을 떠올렸다.

어머니 최모씨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더라. 저희 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거는 잊히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킹 피해 여성 못 찾자 범행 대상 바꿔=채원양은 지난달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인도를 걷다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당시 채원양의 비명을 듣고 달려와 도움을 주려던 남고생(17)도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수사 결과 장윤기는 사건 전부터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 A씨를 상대로 스토킹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A씨에게 교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여러 차례 스토킹했고, 지난 3일 새벽에는 광산구 월계동 A씨의 주거지에서 10시간 넘게 감금한 뒤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는 장윤기를 보고 경찰에 스토킹 의심 신고를 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장윤기는 경찰의 스토킹 경고 문자에도 불구하고 약 30시간 동안 첨단지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A씨를 찾아다녔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지난달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A씨를 찾지 못하자 분노한 장윤기는 범행 대상을 귀가 중이던 채원양으로 바꿨다. 이후 인적이 드물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골목 입구를 범행 장소로 택해 채원양을 미행한 뒤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체포 당시 장윤기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포장을 뜯지 않은 흉기 1점을 추가로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해당 흉기가 A씨를 살해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성범죄·스토킹 포함 보완수사 진행”=광주경찰청은 지난달 14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장윤기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름·나이·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광주 광산경찰서는 장윤기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폭행), 스토킹처벌법 위반, 감금 혐의 등을 추가 적용해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범행 동기 규명을 포함해 성범죄, 스토킹, 포렌식 결과 분석 등 구속기간을 연장해 보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윤기는 수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다 범행을 결심했다”, “누군가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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