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단일화 얻은 김상욱, 사람은 얻었나

정혜윤 기자 2026. 6. 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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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윤 정치경제부 기자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울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에게 공통으로 물은 질문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20여명의 울산 후보들이 내놓은 답은 놀랍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뢰'와 '의리'였다.

그 답을 들으며 새삼 정치는 결국 사람을 얻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를 모으고 세를 불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의 마음을 설득하고 곁에 남겨두는 일이다. 이번 선거의 단연 주요 화제였던 단일화도 마찬가지다.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봉합해 '신뢰'를 얻고, 사람을 끌어안는 일까지 단일화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가 됐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SNS 중심의 '공중전'에 집중했다. 첫 번째 민주·진보 울산시장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그의 SNS에는 울산 곳곳을 다니는 짧은 영상들이 주로 올라왔다. 그러다 경선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김 후보 측은 결과 발표 당일 아침 여론조사가 왜곡됐다며 중단을 요구했고 재경선을 밀어붙였다. 중단 선언도 총괄선대본부장이 맡았다. 시민과 지지자들이 들은 것은 후보의 책임 있는 설명이 아니라 캠프와 당 관계자들의 수습 메시지였다.

김 후보의 단독 중단 결정은 '역사상 유례없는 중단'이라는 타이틀로 퍼져나가며 단일화 파행으로까지 이어질 뻔했다. 민주·진보 진영 전체가 흔들렸고 진보당 지지자들의 반발도 컸다. 후보가 직접 나서 설명하고 무엇보다 사과를 기대했지만, 이 역시 사과 전면에 선 것은 김두관 선대위원장과 시당위원장, 당대표 등 주변 인사들이었다.

SNS에서의 태도는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경선 중단 과정에서 김 후보의 SNS를 찾아가 항의하는 이들을 향해 '진보당원인 것 같은데 예의를 갖추라'는 식으로 반응한 것은 함께 가야 할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감정싸움의 상대로 밀어낸 장면에 가까웠다.

단일화는 산술식이 아니다. 단일 후보가 됐다고 해서 단일한 민심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정치는 표를 모으는 일인 동시에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함께 가야 할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단일화는 명분이 아니라 계산으로 남는다. 선거 막판의 급박함이 설명의 부재와 사과의 생략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시장은 갈등을 멈추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설명하고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김상욱 후보가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 기준에 충분했는가. 그토록 단일화를 외쳐왔던 민주·진보 진영은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야 어렵게 단일 후보를 냈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진보진영 표심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아졌을까. 김 후보가 남긴 행보에 아쉬운 물음표가 남는다.

정혜윤 정치경제부 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