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팀이야" 홍명보호 '오대영' 뒤에 '챔쉽 트리오' 헌신 있었다



[프로보(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모두가 주연이 될 수 없다. 축구경기 90분 동안 누군가는 ��은일을 도맡아줘야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홍명보호의 첫 모의고사에서 그러한 역할을 한 '신스틸러'는 '챔피언십 트리오' 백승호(버밍엄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였다.
백승호는 5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중원에서 살림꾼을 자처했다. 지난달 18일 사전 캠프에 선발대로 합류해 대략 보름간 고지대 적응 및 맹훈련을 한 백승호는 필드 선발 10명 중 몸상태가 가장 가벼워보였다.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이 주도권을 쥔 경기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역습 의지를 꺾었다. 공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볼 리커버리만 5회 기록했다. 후방 빌드업시엔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볼을 운반했다. 볼 운반 동작인 캐리는 18회였고, 총 캐리 거리는 139.2m였다. 백승호는 긴 거리를 직접 이동한 후 전방에 있는 공격수에게 전진 패스를 찌르거나, 변칙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를 맡은 이기혁(강원)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기혁이 대각선 롱패스를 시도하기 전에 이기혁에게 공을 건네준 선수가 대부분 백승호였다.
백승호는 골까지 노렸다. 전반 31분 직접 상대 골문 앞까지 달려가 김문환(대전)의 크로스를 헤더로 밀어넣었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무위에 그쳤다. 후반 6분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 슛은 수비벽에 막혔다. 후반 16분 엄지성과 교체될 때까지 61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백승호는 교체되면서 엄지성과 하이파이브만 한 게 아니었다. 신스틸러의 기운까지 불어넣었다. 남은 30여분동안 엄지성은 상대 진영 왼쪽에 주로 위치해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엄지성은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태클 3개를 기록했다. 7번의 지상경합 상황에서 5번 공을 따내는 높은 집중력을 선보였다.
전반 40분과 43분 손흥민(LA FC)의 연속골과 후반 20분 조규성(미트윌란)의 쐐기골로 팀이 3-0으로 앞선 후반 30분, 엄지성은 페널티 지역에서 패스를 건네받은 상대 골키퍼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어 공을 빼앗았다. 그후 당황한 골키퍼가 엄지성을 향해 반칙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튼)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골 역시 엄지성이 빚어냈다. 황희찬이 우측에서 넘긴 크로스가 높이 뜬 채 골대 반대편 방향으로 길게 날아갔다. 득점에 대한 기대감을 차갑게 식히는 크로스였지만, 엄지성이 죽어가는 찬스를 살렸다. 공이 엔드라인 밖으로 나가기 전 높이 뛰어올라 헤더로 공을 골문 앞으로 보냈다. 상대 골키퍼가 높이 뜬 공을 처리하려고 펀칭을 시도했으나 빗맞으며 설영우 앞으로 흘렀고, 설영우가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두 팔을 벌려 패스를 기다리는 조규성에게 크로스를 찔렀다. 조규성은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홍명보호 막내' 배준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배준호의 이날 볼 터치 횟수는 23회, 그만큼 오프 더 볼 움직임에 집중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맏형의 주로 왼쪽 공간을 활발히 누볐다. 전반 43분 박스 안 왼쪽에서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후방으로 다시 돌려주는 상황에서 상대 선수에게 페널티 반칙을 얻었다. 손흥민이 A매치 56호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왔다. 후반 17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선수의 깊은 태클에 발목을 다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교체된 배준호는 다행히 경미한 부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백승호 엄지성 배준호의 공통점은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란 점 외에도 과거 알아주던 테크니션이었단 점도 있다. 백승호는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다. 어릴 적 공격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주로 스트라이커, 섀도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성인 레벨로 넘어오면서 박투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횟수가 늘었다. '예쁜 스타일'에서 '터프한 스타일'로 변했다. 엄지성은 광주 시절 축구 센스로 이름을 날렸다. 측면 드리블 돌파가 주특기였다. 압박과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유럽 진출 후 터프한 챔피언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타일도 바뀌었다. 배준호 역시 고등학교 시절부터 '절대 공을 뺏기지 않는 선수'라는 평가를 들었다. 어린나이에 대전에서 당돌한 활약을 펼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이날 한국이 5대0으로 승리한 경기의 주인공은 동반 멀티골을 넣은 손흥민 조규성, 그리고 깜짝 선발 출전해 깜짝 맹활약을 펼친 수비수 이기혁이었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축구팀도 주연만으론 돌아가지 않는다. 한 발짝씩 더 뛰고 더 부딪힌 백승호 엄지성 배준호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기에 주연도 빛날 수 있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유럽에서 뛰는지, 왜 홍 감독이 세 명 모두를 최종명단에 발탁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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