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67. 오대산 비로봉
이야기가 많은 산을 만난다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은 당연지사. 나 홀로 등산을 하는데도, 곁에 친근한 반려자가 동행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그 산이 품고 있는 역사·문화 스토리가 벗이 되는 셈이니, 장시간 등산에도 심심할 새가 없다. 국립공원 오대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月精寺)가 자리잡고 있는 오대산이 불심(佛心), 특히 문수보살의 성지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오대산은 그 너른 품 만큼 역사·문화유산 또한 풍부하기 이를 데 없다.

오대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산행 출발지부터 시작된다. 상원사로 오르는 입구 왼편 길옆에 ‘관대걸이’라는 석조 유물이 서 있는데,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목욕할 때 벗어 놓은 의관을 걸었다고 하는 유물이다.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말년에 각종 병마에 시달리게 되는데, 피부병이 특히 심해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꿈에 나타나 침을 뱉은 뒤 몸 여기저기에 피부병이 번졌다고 한다. 실제 역사 사료에도 세조는 말년에 부스럼 종창으로 고생한 임금으로 기록돼 있으니,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업보라고 할만하다.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목욕할 때 일화 하나. 어디선가 동자승이 나타나 세조의 등을 밀어주자, 세조가 “어디 가서 임금의 옥체를 씻어줬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자 동자승이 “대왕께서도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말하자 마시오”라고 했다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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