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67. 오대산 비로봉

최동열 2026. 6. 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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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스토리 가득한 백두대간 중심

이야기가 많은 산을 만난다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은 당연지사. 나 홀로 등산을 하는데도, 곁에 친근한 반려자가 동행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그 산이 품고 있는 역사·문화 스토리가 벗이 되는 셈이니, 장시간 등산에도 심심할 새가 없다. 국립공원 오대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月精寺)가 자리잡고 있는 오대산이 불심(佛心), 특히 문수보살의 성지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오대산은 그 너른 품 만큼 역사·문화유산 또한 풍부하기 이를 데 없다.

본격적인 등산은 상원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1563m)까지 거리는 3.5㎞ 내외. 왕복 7㎞이다. 국내에서 여덟 번째로 높은 고산이지만, 등산 난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들머리인 상원사 주차장의 해발 표고가 이미 800m 이상이기 때문에 정상까지 표고차가 현저히 좁혀지기 때문이다.
▲ 오대산 비로봉

오대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산행 출발지부터 시작된다. 상원사로 오르는 입구 왼편 길옆에 ‘관대걸이’라는 석조 유물이 서 있는데,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목욕할 때 벗어 놓은 의관을 걸었다고 하는 유물이다.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말년에 각종 병마에 시달리게 되는데, 피부병이 특히 심해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꿈에 나타나 침을 뱉은 뒤 몸 여기저기에 피부병이 번졌다고 한다. 실제 역사 사료에도 세조는 말년에 부스럼 종창으로 고생한 임금으로 기록돼 있으니,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업보라고 할만하다.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목욕할 때 일화 하나. 어디선가 동자승이 나타나 세조의 등을 밀어주자, 세조가 “어디 가서 임금의 옥체를 씻어줬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자 동자승이 “대왕께서도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말하자 마시오”라고 했다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한다.

산행 초입에 있는 상원사는 사찰 하나만 가지고도 책 몇 권이 나올 정도로 이야기가 풍부한데, 동종(국보 제36호)이 특히 유명하다. 상원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중턱에서는 저 유명한 적멸보궁을 만날 수 있다.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셨다고 하는 오대산 최고의 성지이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는 1.5㎞. 수많은 계단과 급경사 오르막의 연속이라고 보면 된다. 숨이 턱밑에 찰 때쯤, 비로봉 정상에 서게 되는데, 일망무제 거칠 것 없는 조망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저 멀리 동해바다는 물론 대간의 고봉 준령들이 춤추듯 나를 반기니, 한반도 산하의 장쾌함이 백두대간의 중심인 이곳 오대산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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