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AI 시대엔 제너럴리스트

우경임 논설위원 2026. 6. 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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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공동 창업자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은 스스로를 제너럴리스트로 부른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의회에서 일했고 금융 스타트업, 오픈AI를 거쳐 오빠 다리오 아모데이와 앤스로픽을 창업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 경력을 보면 뭘 잘하는 사람일까 싶을 것”이라며 “호기심을 갖고 여러 분야에 걸쳐 배우는 능력,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의지야말로 과소평가되는 자질”이라고 했다. 이는 그가 만난 재능 있는 인재들이 공통으로 가진 자질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KBS 다큐멘터리 ‘인재 전쟁 2’에 출연해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인간 간의 지식 격차가 줄어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AI와 공존할 수 있는 법과 제도 같은 시스템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미래 사회에선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무언가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없고가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세기는 ‘한 우물만 파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였다. 1913년 미국에서 헨리 포드가 자동차 생산에 분업을 도입한 이래로 기업에선 전문성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학문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과학의 발달로 지식의 총량이 급증하자 학문은 쪼개지고 나뉘었다. 장기나 세포 단위로 전문의를 배출하는 현대 의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각종 자격증의 위력도 막강했다.

▷스페셜리스트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극도의 효율을 발휘한다. 하지만 AI 등장과 같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환경에선 제너럴리스트의 적응력이 월등하다. 사실 인류 역사상 스페셜리스트가 대접받던 시기는 매우 짧다. 철학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아이작 뉴턴까지 문명사를 바꾼 거인들은 본래 제너럴리스트였다. 산업혁명 이후 분업이 가속하고 지식이 폭증하면서 ‘융합형’ 인재가 탄생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AI와 공존하는 법에 취약한 스페셜리스트만 길러내고 있다. 지식을 달달 외워 객관식 문제를 풀고, 함정을 피해 정답을 고르는 방법을 배운다. 인간의 지식 독점이 깨진 미래에는 크게 쓸모가 없어질 정보와 지식을 위해 집집마다 사교육비를 쏟아붓고 있다. 다니엘라는 “AI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적 역량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AI보다 잘 외우지는 못해도 질문하는 능력, 타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능력, 도덕적 감수성과 윤리적 판단력…. 인간은 갖고 AI는 갖지 못한 이런 ‘초능력’을 뺏는 우리의 교육부터 서둘러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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