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사북역 앞 25인승 버스에 사는 남자…길 잃은 중독자들의 '쉼터'
[앵커]
강원랜드 근처 사북역 앞에 25인승 버스가 방황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6년째 버스에 머무는 남성의 소망은 딱 하나, 도박 중독자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도로에 달리는 차가 없고, 지나는 사람도 없습니다.
산중턱 카지노 단지 주변에 멈춰선 차들만 보입니다.
주차장은 빈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공영주차장 관리인 : 카지노에서 돈 빌려쓰고. 전당사에서 잡아서 처박아놓고.]
화물차는 쓰레기통으로, 택배차는 창고로 바뀌었습니다.
공영주차장에 와보니 번호판 없는 차량들이 많습니다.
타이어 바람이 다 빠졌고요. 얼마나 오래 됐냐면 거미줄 쳐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 관리실은 이렇게 창고로 쓰고 있고요.
지하주차장으로 한번 내려가보겠습니다.
지하에도 오래 방치된 차량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 차량은 이렇게 손으로 만져봐도 먼지가,
[카지노 이용객 : 1천대 이상 넘을 거예요. {차주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죽은 사람도 있을 거고.]
차주는 대부분 강원랜드 이용객들입니다.
지자체는 오래 방치된 차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파악조차 못합니다.
카지노 주변을 떠도는 사람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해 정선 사북역 앞 25인승 버스 한 대가 섰습니다.
버스에 오르다 다칠까 메모도 붙였습니다.
수십 권 책, 밥과 간식이 놓였습니다.
버스를 지키는 사람은 방은근 목사입니다.
방 목사는 이 버스에서 도박 중독자 2만여 명을 만났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식비와 교통비로 건넸습니다.
어쩌면 더 큰 위로를 내줬습니다.
강원랜드 개장 직후부터 26년째입니다.
[방은근/목사 : 딸에게 돈가스 하나 못 사주고. {아내분한테 꽃 사준 적은 없으세요?} 한번 딱 있습니다.]
강원랜드는 방 목사를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주민들은 방 목사에게 왜 중독자들을 돕느냐 비난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직접 마주한 장면들 때문입니다.
[방은근/목사 : 대학교수가 3살, 4살, 5살 어린 아이 3명과 같이 있었는데 카지노 안에서 돈을 다 탕진하고 남자화장실 세 번째 칸에서…]
목격한 현실은 참담했고,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은근/목사 : 그 아픈 상처가 여기만 있겠습니까. 호텔 곳곳에, 차 안에서, 산속 나무 위에서, 이쪽저쪽 다리 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왜 떠났는지 집계조차 안 됩니다.
[방은근/목사 : (2013년) 국회에 보고된 사망자 숫자가 10몇명으로 나와 있는데. 2014년 정선경찰서 정보공개 용지에 90명이…]
방 목사를 만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새 삶을 찾았습니다.
작은 위로에 살 힘을 얻었습니다.
[김모 씨/도박 중독자 : 잘 데 없어서 교회에 들어와서 잤어요. 그다음 날에 이불이 하나 있더라고. 그런데 그다음 날에 또 보니까 감자 2개하고 우유가 하나 있더라고요.]
[박모 씨/도박 중독자 : 한 100억을 탕진했어. 다 말리고 싶어. {라면 붇기 전에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결론은 도박하면 죽는 겨.]
방 목사, 오늘도 버스에 불을 밝혔습니다.
[방은근/목사 : {목사님 꿈이 있다면요?} 꿈은 없습니다. 카지노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1명이라도 줄어든다면 그것이 나의 성공.]
화려한 조명 아래 이 버스에도 작은 불빛이 켜졌습니다.
갈 길 잃은 누군가의 발걸음을 돌이키기 위해섭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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