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근디 언제?"…행정수도 20년, 세종의 기다림 끝날까
행정수도를 말하는 정치권, 기다리는 시민들

"그래서 언제 되는 거예요?"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한창이던 29일 세종전통시장. 채소가게 앞에서 장을 보던 한 시민은 행정수도 이야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되물었다.
"또 온다잖여. 국회도 온다 하고 대통령실도 온다 하고."
일행 중 한 명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
"근디 언제?"
짧은 한마디였지만 세종이 20년 가까이 품어온 질문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행정수도에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길 바랐다. 다만 선거 때마다 반복된 약속에 기대보다 체념이 먼저 묻어났다.

세종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후보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나란히 행정수도 완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이런 약속은 낯설지 않았다. 행정수도는 수차례 선거를 거치며 반복해서 등장했지만 완성의 문턱은 좀처럼 넘지 못했다.
시민들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목표에는 공감했지만, 그 일을 해낼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두고는 생각이 엇갈렸다.
한 상인은 "조상호 후보가 되면 정권과 발맞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다른 상인은 "최민호 시장 때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가 확정되지 않았느냐"며 재선을 지지했다.
지지 후보는 달랐으나 결론은 같았다.
"누가 되든 이제는 좀 했으면 좋겠어."

대학생들에게도 행정수도는 주요 관심사였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회관 앞 벤치에서 만난 학생들은 행정수도 논의보다 취업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행정수도 완성이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한 학생은 "졸업하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많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누가 시장이 되느냐보다 세종에 남아 일할 수 있는 도시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행정수도는 정치적 구호가 아닌 미래와 일자리, 정주 여건의 문제였다.

직장인들이 하나둘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나성동. 식당과 카페는 직장인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골목 옆 블록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은 빈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신도시의 화려한 외관 뒤에 가려진 세종 상권의 현실이었다.
한 자영업자는 "조상호든 최민호든 결국 해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루 업무를 마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청사 건물에는 하나둘 불이 켜졌다. 퇴근길 공무원들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청사 인근에 위치한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 부지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대한민국 행정의 심장은 이미 세종으로 옮겨왔지만 행정수도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은 아직 맞춰지지 않았다.
도시는 먼저 만들어졌지만 제도는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그 사이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해 왔다.

행정수도는 세종 출범 이후 거의 모든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수도 이전 문제는 구조적·법적 한계에 묶여 왔다. 그 사이 중앙부처 3분의 2가량이 세종으로 이전했고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도 본격화됐다.
하지만 행정수도 완성의 핵심 과제인 행정수도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말하는 기다림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었다. 20년 넘게 이어진 정치권의 약속과 지연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종청사 앞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누가 되든 제발 행정수도가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상호를 지지하는 시민도, 최민호를 지지하는 시민도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되는 거예요?"
행정수도를 말하는 정치권과 행정수도를 기다리는 시민들.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새로운 약속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약속의 이행이었다.
행정수도를 향한 세종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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