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에 7억 안긴 ‘마법의 빗자루’…KPGA 대세로
양지호, 퍼터 교체한 뒤 ‘활활’
한국오픈 우승 이끈 비밀병기
최승빈 등 남자프로 10명 사용
“직진성 강점…거리감은 단점”

올해 한국 오픈에서 우승한 양지호는 지난해까지 퍼팅이 썩 좋지 못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부문에서 한 번도 70위 이내로 진입하지 못했을 정도다. 2023년에는 102위(1.89타), 2024년에는 78위(1.82타), 2025년에는 77위(1.83타)에 그쳤다.
그랬던 양지호가 올해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부문 3위(1.73타)로 올라선 것. 2주 전 그린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한국 오픈에서는 더욱 놀라웠다. 나흘 평균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63타를 기록했다. 특히 첫째 날과 셋째 날에는 1.36타와 1.42타에 불과했다.

양지호가 ‘퍼팅 고수’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브룸스틱(빗자루)’ 퍼터다. 흔히 롱 퍼터로 불리는 브룸스틱 퍼터는 42인치 이상으로 샤프트 끝을 한 손으로 고정하고 진자처럼 스트로크를 하는 퍼터다. 직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샤프트를 한쪽 팔에 붙이고 퍼팅을 하는 ‘암록’ 퍼터도 38인치 이상으로 길긴 하지만 흔히 롱 퍼터는 브룸스틱 퍼터를 말한다.
양지호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해까지 퍼팅이 안 돼 심리적 압박감이 심했다. 잘 될 때와 안 될 때 편차가 너무 커서 그린에 올라가면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며 “지난 시즌 후 곰곰이 고민을 하다가 기존 퍼터와 전혀 다른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 시즌부터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했는데, 이번 한국 오픈에서 퍼팅이 잘 되면서 심리적으로 편했다. 그린에서 자신감을 얻은 게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 KPGA 투어에서는 양지호 외에도 롱 퍼터를 들고 경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진호, 최승빈, 배용준, 정태양, 이유석, 왕정훈, 김기환, 김민수, 이대한, 케빈 전(뉴질랜드) 등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롱 퍼터를 사용 중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롱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는 애덤 스콧(호주), 악사이 바티아, 윌 잴러토리스, 루카스 글로버(이상 미국) 정도다.

KPGA 투어 프로들이 롱 퍼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롱 퍼터로 교체 후 우승했기 때문이다. 최진호는 2022년 롱 퍼터로 바꾼 뒤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서 5년 만에 우승했고, 최승빈은 2023년 롱 퍼터를 사용하면서 KPGA 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했다. 이대한도 2024년 롱 퍼터로 바꾼 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여기에 올해 양지호도 롱 퍼터로 갈아탄 뒤 내셔널 타이틀을 품었다.

공형진 타이틀리스트 리더십팀 수석 피터(퍼터 담당)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프로들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흔들린다”며 “롱 퍼터는 손목 사용이 적고, 스트로크 움직임이 단순한 덕분에 긴장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보다 일관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 투어 선수들은 다양한 형태의 퍼터를 적극적으로 테스트하는 경향이 강한데, 몇몇 선수들이 롱 퍼터로 교체 후 우승하면서 주변 선수들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롱 퍼터가 진정한 ‘마법 빗자루’가 되려면 적응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승빈은 “롱 퍼터는 직진성이 뛰어나고 볼이 구를 때 일관성이 있지만 먼 거리 퍼팅에서의 거리감은 확실히 떨어진다”고 했다. 양지호 역시 “롱 퍼터로 바꾼 후 처음 2주 동안 아예 느낌이 달라 제대로 퍼팅을 할 수 없었다”면서도 “퍼팅으로 고생하는 주변 선수들에게 이젠 롱 퍼터를 추천하곤 한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롱 퍼터로 교체하는 선수가 좀 더 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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