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원 AI 데이터센터 시장 잡아라 … 전력·냉각업체도 가세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6. 6. 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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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시장 분석 … 기업들, 시장 선점 경쟁
반도체 성능 향상 경쟁 넘어
용지개발·광통신까지 치열
버티브·마벨 등 주가 급등
한국은 삼전닉스 빼면 소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정보기술(IT) 시설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생태계는 전력 생산부터 데이터센터 건설, 서버시스템 제조, 광통신 및 냉각 솔루션까지 아우른다. 이 같은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존을 걸고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분야별 수위권 기업 '옥석 가리기'를 통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1일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관련 누적 투자 수요는 약 6조7000억달러(약 1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AI를 산업적 관점에서 '에너지-칩-인프라-모델-애플리케이션'이라는 '5단 케이크'로 정리하면서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가 추가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생태계 내 분야별 킬러 기업들의 매출과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발전 분야서 '블룸에너지' 발군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분야가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게다가 데이터센터가 인근 지역의 전기료 인상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퍼지자, 최근 미국 20여 개 주에서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건립 시 대량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연료전지 기업인 블룸에너지는 천연가스나 수소를 연소 과정 없이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데이터센터 용지 안에 직접 설치해 송전망 증설을 기다리지 않고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빅테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오라클과 최대 2.8GW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미국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도 1GW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28% 상승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업체 버티브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잡아내 주가가 올해 들어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버티브는 기존 공랭식(바람) 냉각의 한계를 보완하는 액체 냉각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시리즈를 비롯해 고성능 GPU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내 주요 냉각 인프라 업체로 평가받으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은 26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고, 지난 3월에는 S&P500 지수에 편입되었다.

AI 데이터센터가 'AI 팩토리' 형태로 진화하면서 전력 효율과 비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갖춘 반도체 설계 및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AI 경쟁의 핵심은 단순 칩 성능을 넘어 GPU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 데이터센터 내 통신은 '아리스타'

미국 네트워크 기업 아리스타는 리눅스 기반 개방형 소프트웨어와 고성능 이더넷 스위치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발생하는 통신 병목을 줄이며 AI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아리스타는 현재 제이슈리 울랄 CEO가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는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더불어 IT 업계의 대표 인도계 리더로 평가된다.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 마벨테크놀로지(MRVL)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41% 급등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역량을 갖춘 마벨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GPU 대신 고객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과 비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AI 인프라기업 아스테라랩스는 GPU와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반도체를 공급해 데이터 이동 지연을 줄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3억84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3% 증가했고, 주가 상승률은 올해 106%에 달한다. 이 밖에 데이터센터의 용지 개발부터 운영을 맡는 AI 인프라 기업인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 미국 최대 전력·인프라 건설 기업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콴타서비스도 수혜를 보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강자인 '삼전닉스'를 제외하고는 생태계 내에서 변방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그나마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이 대형 변압기 등 전력기기 시장에서 높은 수주잔액을 쌓고 있지만 수조 달러에 이르는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 데이터센터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인터넷 데이터센터에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나쁘지 않았지만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기술적 요구 사항이 까다롭고 자국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면서 "핵심 제품들의 국산화와 정부 지원 정책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 김지희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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