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하루 5~6잔씩 마신 40대女…복통·복부팽만감 부쩍 심해져, 왜?

염증성장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여성이 최근 한 달간 복통과 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복부 팽만감이 부쩍 악화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염증성장질환에는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있다. 이 환자는 17세에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34세에 대장 절제 수술을 받인 뒤, 평소에도 하루 여섯 번 정도 설사에 가까운 묽은 변을 봤다. 특히 38세 때는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으로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미국 시카고대 의대 연구팀은 혈액 검사에서 단서를 찾아냈다. 환자가 간 이식 수술 후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매일 일정하게 복용하던 면역억제제(타크로리무스)의 혈중 농도가 정상 목표치보다 3배 이상(18.3 ng/mL) 치솟은 것을 발견했다. 약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쌓이면서 장 운동을 마비시키고 배를 부풀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는 동네의 한방 약사가 염증에 좋다며 오렌지 진액(추출물)을 섞어 제조해 준 녹차를 3주전부터 하루 5~6잔 이상 마셨다고 털어놓았다. 환자는 녹차 섭취를 즉시 중단했다. 별도의 스테로이드 치료 없이 24시간 만에 혈중 약물 농도가 정상으로 떨어졌고 모든 위장관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 사례 연구 결과(Brewing an Interaction: Non-commercial Green Tea-Associated Supratherapeutic Tacrolimus Levels Presenting With Gastrointestinal Symptom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몸에 좋은 줄만 알았던 따뜻한 녹차가 약효를 뚝 떨어뜨리거나 뜻밖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 환자의 복통과 복부팽만감을 악화한 것은 녹차 속 카테킨과 테아플라빈 성분, 오렌지 화합물이었다. 이들 물질이 간과 장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CYP3A4)의 기능을 뚝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이 환자의 지병(기저질환)인 크론병이 다시 악화했거나 위험한 세균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환자의 장 점막은 몇 달 전 검사 때와 다름없이 깨끗했고 크론병이 재발한 징후도 전혀 없었다.
반전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나타났다. 환자는 평소처럼 크론병 때문에 묽은 변을 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약물 독성으로 장 운동이 완전히 멈추면서 소장이 대변으로 가득 찬 채 마비 상태였다. 단단한 대변 덩어리가 장을 꽉 막았고, 흘러내린 액체 상태의 소화물만 대변 틈새로 찔끔 새어 나오는 현상(과다 배변성 설사)을 보였다. 크론병의 염증성 설사가 아니라, 녹차 부작용이 부른 '장 마비성 설사'였다.
많은 양의 녹차는 이 사례 속 환자처럼 여기 저기 아픈 사람에게만 부작용을 빚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먹는 혈압약, 알레르기약, 고지혈증약도 이와 비슷하게 녹차와 충돌할 수 있다. 특히 녹차의 핵심 성분인 카테킨은 장관막에서 약물 흡수 통로인 OATP(유기 음이온 수송체) 단백질을 강력히 막아 약물 분해 효소의 기능을 방해한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고혈압 치료제인 베타차단제 나돌롤을 복용하면서 녹차를 마시면 약물 흡수율이 85%나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쓰이는 알레르기비염 약인 항히스타민제(페소페나딘)도 녹차를 만나면 흡수율이 최대 70%까지 떨어진다. 이 정도의 흡수율이면 약을 먹으나 마나 한 상태가 된다.
일부 고혈압약이나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녹차가 대사 경로를 막아 약물이 몸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두통, 안면홍조, 급격한 저혈압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에 카페인 성분까지 추가되면 감기약이나 천식 약과 반응해 심장 두근거림, 불면증을 악화할 수 있다.
녹차를 꼭 마시고 싶으면 약효가 장에서 충분히 흡수되고 대사될 수 있도록 약 복용 전후로 최소 1~2시간의 시간 차를 두는 게 좋다. 몸에 좋은 천연 식품도 약과의 궁합을 모르면 독이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시중에서 파는 일반 티백 녹차나 편의점 녹차 음료도 약과 함께 먹으면 위험한가요?
A1. 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 속의 수제 녹차만큼 성분이 많이 농축돼 있지 않더라도, 시판 녹차도 카테킨과 카페인 성분을 똑같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혈압약, 알레르기 약, 고지혈증약의 흡수를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리는 작용은 일반 녹차 음료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약의 복용 전후에는 녹차를 마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Q2. 녹차뿐만 아니라 보리차나 옥수수수염차 같은 다른 차들도 약과 충돌하나요?
A2. 보리차나 현미차처럼 순수한 곡물로 만든 차는 일반적으로 약물 대사에 영향을 주지 않아 비교적 안전합니다. 하지만 옥수수수염차, 헛개나무차, 결명자차 등 기능성 차들은 간의 대사 효소에 영향을 주거나 이뇨 작용을 과도하게 일으켜 약물의 체내 농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옥수수 수염은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칼륨 등 활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이뇨 작용, 부종 감소, 혈당 조절 보조 등에 쓰입니다. 알약은 가급적 순수한 맹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3. 약을 먹고 나서 최소 몇 시간이 지난 뒤에 녹차를 마셔야 안전한가요?
A3. 약물이 위장관을 통과해 혈액으로 충분히 흡수되고 초기 대사가 이뤄지는 데는 보통 1~2시간이 걸립니다. 약 복용 전 1~2시간, 복용 후 1~2시간 동안은 녹차나 녹차 추출물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녹차가 마시고 싶다면 약을 먹고 최소 2시간이 지난 뒤에 마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지 남편 맞아?”…두 달 만에 14kg 빼고 확 달라져, 뭐 했길래? - 코메디닷컴
- 참기름, 들기름 ‘여기’ 두면 발암물질 먹는 셈?…올바른 보관법은 - 코메디닷컴
- “암 꽤 많았다”…지예은, 갑상선암 투병 고백하며 눈물 - 코메디닷컴
- “커피 그만 드세요”…아침에 마시면 건강에 ‘더’ 좋은 음료 3가지 - 코메디닷컴
- "거의 지방 덩어리, 동맥 막혀"…심장내과 의사가 절대 먹지 않는다는 식품들은? - 코메디닷컴
- 한가인, 안타까운 근황…또 ‘이 증상’ 나타났다, 무슨 일? - 코메디닷컴
- ‘8kg 감량’ 박지윤, 막창 먹어도 뱃살 없는 비결?… “많이 먹으면 ‘이 운동’” - 코메디닷컴
- “싹난 감자, 바나나 껍질 버리면 손해”…생활 속 재활용 방법 3가지 - 코메디닷컴
- ‘이 간식’ 정말 맛있지만… 의사 “혈당 치솟고, 혈관 좁아져” 경고, 왜? - 코메디닷컴
- “주방 도구에도 수명 있다”…‘이것’ 발견되면 당장 교체해야, 왜?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