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24분마다 우주서 온 미스터리 전파, 정체는 백색왜성 쌍성계

조가현 기자 2026. 6. 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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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왜성 쌍성계 ASKAP J1745-5051 상상도. 작고 밀도가 높은 백색왜성이 크지만 밀도가 낮은 적색왜성의 물질을 빼앗고 있다. 두 별의 자기장 상호작용과 물질이 끌려 들어가며 발생하는 열이 전파와 X선 신호를 만들어낸다. Carl Knox(OzGrav, Swinburne)·Joshua Preston Pritchard(CSIRO) 제공

수년간 천문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우주 미스터리가 풀렸다. 약 1시간 24분마다 반복적으로 날아오던 정체불명의 우주 전파 신호가 두 별이 서로의 주위를 돌며 한 별이 다른 별의 물질을 빼앗는 '백색왜성 쌍성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코비 로즈 시드니대 물리학부 박사과정생 연구팀은 백색왜성 쌍성계 'ASKAP J1745−5051'을 발견하고 미스터리 우주 신호인 '장주기 전파 천이(long-period radio transient)'의 기원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장주기 전파 천이는 수십 분에서 수 시간 간격으로 반복되는 강한 전파 신호다. 우리 은하에서 지금까지 약 12개만 발견됐으며 발생 원인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운영하는 호주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패스파인더(ASKAP) 전파망원경으로 해당 쌍성계를 포착했다. ASKAP는 넓은 관측 범위와 높은 해상도, 뛰어난 감도를 동시에 갖춰 기존 방식으로는 놓쳤을 비일상적 신호도 잡아낼 수 있는 장비다. 

ASKAP J1745−5051은 크기는 지구만 하지만 질량은 태양에 가까울 만큼 밀도가 높은 별의 잔해인 백색왜성과 태양보다 훨씬 작고 차가운 적색왜성으로 이뤄진 쌍성계다. 이 적색왜성의 질량은 백색왜성보다 크지만 태양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두 별은 약 1시간여 만에 궤도를 한 바퀴 돌 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다. 

관측 결과 적색왜성의 물질이 백색왜성 쪽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뜨겁게 달아올라 X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두 별의 자기장이 맞물려 상호작용하면서 강한 전파 신호도 만들어졌다. 신호는 약 1시간 24분마다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전파와 X선의 세기가 같은 순간 최고조에 달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두 신호가 쌍성계 안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X선은 적색왜성의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빨려 들어가며 달아오르는 지점에서 나오고 전파는 두 별의 자기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한 방향으로 좁게 집중돼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즈 박사과정생은 "전파·X선 방출 모두 항성계의 궤도 운동과 연결돼 있다"며 "두 신호가 동시에 정점에 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각 신호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생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장주기 전파 천이는 그동안 느리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폭발한 뒤 남기는 초고밀도 잔해로 자전하며 전파를 방출한다. 하지만 느리게 자전하는 중성자별은 이론상 이런 신호를 만들어낼 수 없어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장주기 전파 천이 가운데 일부가 백색왜성 쌍성계에서 만들어진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유사 천체가 이전에 쌍성계와 연관된 바 있었지만 두 별과 물질을 빼앗는 과정을 동시에 명확히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칙적인 X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번째 장주기 전파 천이이면서 규칙성의 원인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천체가 다른 장주기 전파 천이의 정체를 푸는 기준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석처럼 앞으로 유사한 신호가 발견되면 백색왜성 쌍성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중성자별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분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라 머피 호주 시드니대 물리학부 학부장은 "이번 발견은 장주기 전파 천이 현상의 정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극한의 자기장과 중력 환경에서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할 수 있는 자연 실험실을 찾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전파·광학·X선 망원경을 함께 활용한 추가 관측을 통해 전파와 X선 방출 원리를 더 깊이 규명하고 유사한 원리가 다른 장주기 전파 천이 전반을 설명할 수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참고자료>

- doi.org/10.1038/s41550-026-02882-x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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