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경기 위해 4170억 … 축구장 된 NFL 성지
AT&T스타디움 가보니
후원사 아닌 AT&T 간판 가려
대회 땐 '댈러스 스타디움'으로
9만4000석…16개 구장 중 최대
천연 잔디 깔고 인공 조명 설치
준결승전까지 9경기 치를 예정

텍사스의 강렬한 햇볕을 반사하며 빛나는 럭비공 모양의 거대한 은빛 우주선. 그 아래에는 건물을 비스듬히 잘라낸 듯한 거대한 유리벽이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지난달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AT&T 스타디움을 바라본 첫 인상은 강렬했다. 한눈에 담기에도 버거운 엄청난 크기는 미리 경기장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AT&T 스타디움은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월드컵이 열리는 16개 구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구단 가치만 약 14조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구단으로 유명한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인 AT&T 스타디움은 최대 10만명이 들어찰 수 있는 매머드급 경기장이다. 월드컵 기간에 9만4000석 규모로 문을 여는 이곳은 결승전이 열리는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약 8만2500명)보다 수용 인원이 1만1500명 더 많다.
'NFL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6월과 7월 두 달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축구 경기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달 14일 네덜란드와 일본의 F조 경기부터 7월 14일 준결승까지 무려 9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 최다 경기 개최 경기장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현장에서는 출입 통제가 엄격하게 이뤄졌다. 현장에서 만난 AT&T 스타디움 관계자는 "북중미월드컵 개최로 한동안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스타디움 투어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장 외벽에 있는 'AT&T 스타디움'이란 대형 광고판엔 덮개가 씌워졌다. 철저하게 스폰서가 아닌 기업의 노출을 할 수 없게 막는 FIFA의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에 이곳은 '댈러스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NFL 경기를 통해 봤던 AT&T 스타디움 내부는 잊어야 할 때다. 거대한 은빛 우주선 모양의 외관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비용은 무려 2억7500만달러. 한화로 4170억원에 달한다. NFL이 열리는 경기장의 길이와 폭은 각각 109.7m, 48.8m다. 그러나 월드컵 경기장은 105m, 68m의 규격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경기장 너비를 넓히기 위해 경기장을 뜯어고쳤다. 이 때문에 가장 비싼 스위트룸과 VIP 좌석이 사라졌다.
그라운드에는 콜로라도주에서 공수된 켄터키블루그래스와 라이그래스가 혼합된 천연 잔디가 식재됐다. 이 과정에서 천연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배수층, 자갈, 모래 등 총 1만5000t에 달하는 자재가 투입됐다. 1.2m나 높게 경기장 바닥을 새로 만든 이유다. 경기장은 온통 붉은빛이다. 새롭게 깐 잔디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발광다이오드(LED) 생육 조명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언 호지 FIFA 경기장 총괄 책임자는 "LED 생육 조명은 월드컵 첫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매일 12시간씩 켜놓을 예정"이라며 "골대를 설치하면 곧바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끝났다"고 강조했다.
눈을 들어 천장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경기장 상부에는 초대형 LED 전광판이 설치된다. 가로 33.5m, 세로 22m로 화면의 대각선 길이는 1578인치에 달한다. 이는 가정용 85인치 대형 TV와 비교해도 34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댈러스 시내에 자리한 북중미월드컵 국제방송센터(IBC)는 지난달 27일부터 개막 태세에 돌입했다. 200여 개 방송사가 사용하는 IBC는 이번 대회 기간에 열리는 104경기를 전 세계에 송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이날 찾은 IBC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IBC 관계자는 "방송 장비 설치 등 북중미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모든 작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알링턴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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