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中 최대 BYD 차량용 칩도 뚫었다
美 규제 우회 가능한 차량용SoC
中 완성차 업체서 위탁주문 쇄도
안정적 수율에 GAA 기술력 장점
현지 SMIC 미흡한 역량도 한몫
알리바바 등과 AI칩 협력 기대감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가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를 비롯한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잇따라 자율주행용 시스템온칩(SoC)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삼성전자와 큰 기술 격차를 보이면서 현지 완성차 기업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BYD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및 4나노 공정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주가 성사되면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을 이용해 자율주행 칩을 만들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보다 덩치가 큰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고객사에 합류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가 중국 시장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핵심 분야는 전장”이라며 “중국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차량용 SoC를 삼성 파운드리의 선단 공정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 협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에는 중국 파운드리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중국 내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현재 7나노급 공정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자율주행 칩에 필요한 미세 공정 역량에서는 삼성전자·TSMC와 기술력 격차가 현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SMIC의 선단 공정인 7나노 생산라인은 화웨이 등 일부 전략 고객들의 물량으로 꽉 차 있는 상태다. SMIC의 나머지 생산 라인은 대부분 14나노 이상 구형 공정에 치우쳐 있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에 협업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이 반영돼 있다.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4나노, 나아가 2나노 공정을 이용한 AI 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칩은 차량 내부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 발열 관리가 모두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율주행 칩이 주행거리와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미세 공정 경쟁력이 높은 파운드리 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SMIC의 더딘 공정 혁신 속도를 인정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은 수율이 안정되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최선단 2나노 공정은 테슬라가 차세대 AI칩(AI6)의 제조를 맡길 정도로 양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IC가 아직 최선단 공정에서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TSMC를 제외하면 중국 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를 통해 ‘엑시노스 오토’ 등 자체 전장 칩 설계·양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업체들의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중국 완성차 기업에 이어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문을 두드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들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데이터센터용 칩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당장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량 주문을 맡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중 관계 변화나 수출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과거 삼성전자와 협업한 바이두 등의 중국 AI 칩 개발 업체들은 유력한 잠재 고객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삼성 파운드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제재 회피용 선택이라기보다 선단 공정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전장 칩에서 신뢰를 확보하면 향후 AI 칩과 고성능 컴퓨팅 칩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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