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에 지휘도 척척…AI, 공연 주인공으로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6. 6. 1. 17: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콘서트서
AI 작곡 작품을 인간이 연주
AI 작곡가, 공연 진행도 맡아
"인공지능은 예술가 파트너"
국내외서 협업 무대 잇따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023년 로봇 지휘자 '에버6'를 도입한 공연 '부재'. 국립극장

인공지능(AI)이 만들고 인간이 연주하는 실험적 공연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작사·작곡·협연·공연 진행에 이르기까지 AI의 역할이 대폭 확대되면서 AI가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과 예술 분야로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인문학 콘서트 '공존'을 선보인다. 공연은 AI 작곡가 '지음'이 100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음악을 인간이 연주하는 무대다. AI가 작곡한 음악 위에 인간 편곡자와 지휘자가 인간만의 고유한 호흡과 감성적 해석을 불어넣어 음악을 완성했다.

관객의 감정과 음악적 선호도를 AI가 분석해 작곡한 '데이터의 발아', 다양한 버전으로 전승돼온 아리랑을 AI가 학습해 작곡한 '알고리즘 아리랑', 관객들이 남긴 '나를 위한 한마디' 메시지를 바탕으로 AI가 작사·작곡한 '그대라는 기적' 등이 선을 보인다. 인간과 AI가 협연을 통해 호흡을 주고받는 '경계의 확장', AI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인간의 창작을 거쳐 변화하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공존의 울림'도 펼쳐진다.

AI 작곡가 '지음'을 개발한 스타트업 포자랩스의 손영웅 이사는 "AI를 활용해 작곡을 할 경우 멜로디 생성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만 AI가 만든 초안을 인간 작곡가와 편곡자가 다듬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전체적으로는 작곡시간을 최대 50%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음'은 화면 속 가상 인물로 등장해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실시간 대화를 나누며 공연을 공동 진행한다. 손 이사는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누구나 음악과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며 "이번 공연에서 예술가가 기술과 협력해 더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미래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인간과 AI가 서로 다른 예술적 주체이자 파트너로서 협업하는 무대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vs 인공지능' 연주회가 대표적이다. 2016년 열린 이 공연에서 경기필하모닉은 미국 UC샌타크루즈가 개발한 AI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모차르트풍 교향곡 1악장'을 연주했다. 당시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곡을 먼저 선보인 뒤, 실제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곧바로 연주해 관객들이 인간과 AI의 음악적 차이를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역시 2024년 '과거와 미래의 교향곡: AI의 선율' 연주회를 열고 AI가 작곡한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서울시향은 당시 공연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봄' 1악장과 AI가 편곡한 비발디의 '(불확실한) 사계, 서울 변주곡 봄' 1악장을 나란히 들려줬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따뜻한 봄 느낌이 나는 원곡과는 달리 AI가 편곡한 버전은 단조로 다소 어두운 느낌을 나타내 새롭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인간이 작곡한 곡을 AI 로봇이 지휘한 공연도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023년 선보인 공연 '부재(Absence)'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EveR 6)'가 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다. 로봇이 인간 지휘자의 움직임을 학습해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했으며, 인간 지휘자와 로봇이 한 무대에서 번갈아 지휘봉을 잡는 색다른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2023년 대전 KAIST에서 AI 피아니스트와 호흡을 맞춘 무대를 선보였다.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AI 피아니스트는 조수미의 호흡과 노래 부르는 속도를 분석해 그에 맞춰 피아노 반주 템포와 강약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며 "인간과 기계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시도는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뉴욕 필하모닉은 지난해 프랑스 음향음악연구소의 AI 시스템 'Somax2'와 협업해 피에르 불레즈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에서 AI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김대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