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화일약품 폭발 사망사고 ‘단죄’

권정두 기자 2026. 6. 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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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화일약품은 지난달 29일 중대재해 관련 형사처벌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화일약품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제약사이자 코스닥상장사인 화일약품은 지난달 29일 '중대재해 관련 형사처벌 사실 확인'을 공시했습니다. 2022년 13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폭발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경숙 전 대표이사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도입된 새로운 유형의 공시인데요. 산업현장에서의 중대재해 문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시 제도 강화가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됩니다.

화일약품은 어떤 중대재해로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또 하나의 참혹한 산업현장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 2022년 9월 30일입니다. 이날 오후 2시 20분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화일약품 공장에서 큰 폭발에 이어 화재가 발생했죠. 아세톤이 혼합된 반응기 내부에서 유증기가 누출돼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고는 20대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갔고, 부상자도 12명이나 발생시켰습니다. 또한 사고 이후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가 드러났고, 회사 측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숨진 근로자의 장례가 50일 만에 치러지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에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화일약품과 당시 화일약품을 이끌고 있던 조경숙 전 대표 등 회사 책임자들은 기소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후 재판을 거쳐 지난 4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경숙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죠.

이어 지난달 28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조경숙 전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입니다. 재판부는 조경숙 전 대표가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방치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사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은 점과 사고 이후 안전 강화 조치에 나선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죠. 또한 함께 기소된 다른 책임자들도 징역 및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화일약품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2억원이 선고됐습니다.

이렇게 중대재해 발생 3년 7개월 만에 비로소 단죄가 이뤄지게 된 모습입니다.
2022년 9월 화일약품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화재사고는 1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습니다. / 뉴시스

중대재해도 공시하나요?

주목할 점은 이러한 중대재해 관련 처벌 사실이 공시를 통해 알려졌다는 점입니다. 화일약품의 이번 공시 뿐 아니라 최근 중대재해 관련 공시가 부쩍 눈에 띄고 있는데요. 지난달에만 화일약품을 포함해 3개 상장사가 중대재해 관련 처벌 사실을 공시했고, 중대재해 발생을 알리는 공시도 잇따랐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대재해 발생을 알리는 공시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중대재해 자체보단 경영상 중대한 사안 발생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죠. 단순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 자체가 아니라 중대재해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등 경영에 중대 영향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만 공시가 이뤄졌던 겁니다. 중대재해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어도 경영상 중대 영향이 없으면 공시가 없었죠.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 10월부터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초 중대재해 관련 수시공시를 신설하는 한국거래소 공시규정 개정안을 승인했으며, 이는 같은 달 20일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상장사가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 발생 관련 사실 및 현황을 보고한 경우 당일에 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 결과 역시 확인 당일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과 대응조치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죠. 실제 이에 따라 화일약품도 지난 3월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이번 판결로 이어진 중대재해 관련 내용을 담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중대재해 관련 공시 의무가 대폭 강화된 건 우리사회 전반의 중대재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 범위와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중대재해 근절을 굉장히 강조하며 적극적인 조치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산업현장에서의 안타까운 중대재해와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 관련 공시 의무 강화는 중대재해 발생 사실과 사후 조치 등을 신속·정확하게, 또 명확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7개월여 동안 이뤄진 중대재해 관련 공시는 80건에 육박합니다. 한 달에 10건 이상, 2~3일에 한 번 꼴로 관련 공시가 쏟아지고 있는 건데요. 이 같은 방안이 궁극적인 목적인 중대재해 근절에 있어 어떠한 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됩니다.근거자료 및 출처

화일약품 '중대재해 관련 형사처벌 사실확인'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299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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