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의 차이나는 테크] 中, AI 단일법 만든다… 글로벌 규범 경쟁 가속
EU·미국 법제화에 분위기 반전

중국이 인공지능(AI) 관련 규정을 하나의 법으로 정리하는 단일법 제정에 나선다. 그간 기술이 나올 때마다 개별적으로 마련해온 분야별 개정을 통합하는 작업이다.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국이 AI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AI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규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일 중국신문망(중신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쩡(武增) 중국 사법부(법무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AI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포괄적 입법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허룽(賀榮) 사법부 부장(장관)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중국 사법부 수뇌부가 AI 단일법 제정 의지를 잇달아 공식화한 셈이다.
그간 중국은 생성형 AI, 딥페이크, 알고리즘 등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개별 규정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규정마다 적용 범위와 기준이 달라 딥페이크 사기, AI 저작권 분쟁 등 새로운 유형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떤 규정을 적용해야 할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AI 기술이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빠르게 확산하면서 포괄적 법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중국은 지난 2017년부터 AI 단일법 제정을 추진해왔지만 급변하는 기술을 섣불리 법으로 묶었다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23년과 2024년 국무원 입법 계획에 AI법 초안 심의를 명시했다가 2025년 들어 관련 표현이 후퇴하면서 사실상 보류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다.
하지만 EU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EU AI법'을 시행하고, 미국도 연방 차원의 AI 입법 프레임워크를 내놓는 등 주요국이 AI 법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AI 규범을 선점하는 국가가 향후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중국 역시 법·제도 정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법학계에서는 AI 단일법이 데이터·알고리즘·모델 등 핵심 요소에 대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AI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수집·이용 기준과 데이터 거래의 법적 효력, 개인정보 활용 범위, 저작권 보호 기준 등이 대표적인 입법 과제로 거론된다.
유엔 고위급 AI 자문기구 위원이자 중국 AI 입법 논의에 깊숙이 관여해온 장링한(張凌寒)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인민일보 기고에서 "AI 법적 기반을 갖출 때 중국이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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