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후원 의사 있나” 연락 받고 52명이 같은날 10만원씩 국힘 의원에 송금···영주농협 ‘쪼개기 후원’?
농협 측 “직원 자율 기부, 소득공제 안내했을 뿐”
법조계 “법인 단체자금 후원 불법, 개인적 후원 유도 의심”
2010년 중앙회, 2024년 서울 강동농협서도 반복

경북 영주농협 직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주·영양·봉화)에게 단체로 소액 후원을 실시하고, 그 내역을 임 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주농협 측은 직원 개별 후원을 대행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후원 금액만 500만원에 가까워 사실상 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쪼개기 후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영주농협은 지난 1월 임종득 의원실에 ‘기탁자 명단 통보서’라는 이름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한 직원들의 명단을 보냈다. 영주농협 측이 작성한 이 명단에는 지난해 12월31일 영주농협 직원 52명이 한꺼번에 임 의원에게 1인당 최대 10만원씩 모두 497만원을 후원한 내역이 담겼다.
영주농협 측은 국회의원에게 후원을 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해줬을 뿐이며, 직원들의 자율적인 기부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영주농협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이 후원금 납부를 요청해서 직원들 편의를 위해 취합하고 대행해준 것”이라며 “특정 국회의원을 지목해 후원금을 내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주농협 측은 직원들에게 후원 금액을 현금으로 직접 받았다고 했으나, 급여에서 공제되는 것으로 알았다는 직원들도 있어 후원 방법에 대한 기억은 엇갈렸다.
임 의원실 역시 영주농협 직원들의 후원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명단 취합은 자신들이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영주농협에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보내준 것으로 대부분 소액”이라고 말했다.
법인이 직원 개인 명의로 정치인 후원을 대행하고, 그 명단을 직접 작성해 전달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정치자금법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경우 알선한 자와 기부를 받은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또 농협중앙회는 내부 임직원 행동강령을 통해 ‘개인의 정치적 견해가 농협의 입장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번 후원금 기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 의사가 있는지 연락을 받았다”며 “연말 소득공제를 위해 후원했는데, 만약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 후원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인의 단체자금 후원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니 이를 우회해 개인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식으로 단체자금을 후원하도록 하는데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었다. 지역조합장의 경우 선출방식을 조합원의 직접 투표로 일원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도 논의되던 시점이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중앙회장 직선제 안이 담긴 2차 개혁안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영주·영양·봉화 조합운영협의회가 농협법 개정 재고 요청을 담은 건의문 전달을 위해 임 의원을 초청, 영주농협에서 별도의 농정간담회도 열었다. 남정순 영주농협 조합장은 “농정간담회는 이번 후원금 납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지역단위농협의 정치후원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농협중앙회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강제한 사실이 드러나 2016년 기부를 하도록 한 직원이 징역 8월의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2024년에는 서울 강동농협에서 직원들 명의로 10만원씩 모두 540만원을 전주혜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조합장이 수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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