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의 몸을 갖게 된 손현주도 관심이지만, 사실 더 기대되는 대목은('신입사원 강회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시작이다. 애비 덕에 네놈들이 누렸던 모든 것들 하나씩 가져올 테니. 기대해.'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에서 황준현(이준영)의 몸으로 바뀌어버린 강용호(손현주) 회장은 속으로 다짐한다. 그리고 그건 이 드라마가 앞으로 그려낼 참회와 분노의 인생 2회차 복수극을 한 줄로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생 2회차 복수극. <신입사원 강회장>의 구도는 사실 익숙하다.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회귀물 형태의 인생 2회차를 20대 황준현과 70대 강용호의 몸을 바꾸는 판타지 설정으로 그렸다. 70대의 몸으로 지팡이를 쥐고 절룩거리며 걷던 강용호 회장은 이 판타지를 통해 20대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쌩쌩한 몸을 가진 황준현이 됐다.
그는 젊은 몸과 청춘의 시간을 얻었다. 마음껏 달릴 수 있고 잘빠진 몸에 맞는 수트를 입고 젊음을 구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새로 얻은 시간은 70 평생을 살아오며 갖게 된 후회를 되짚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의 후회는 잘못한 '자식 농사'다. 사업은 단 한 번도 부도수표를 내지 않을 정도로 잘 이끌어왔지만, 자식들은 개차반이다.

강재경(전혜진)과 강재성(진구)은 수천 억에 달하는 비자금을 만든 것도 모자라, 황준현을 차로 치는 사고를 내고 그걸 아버지 강용호가 한 짓으로 꾸미고, 심지어 아버지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황준현의 몸으로 인생 2회차를 얻은 강용호 회장은 자신이 믿는 이상재(김종태) 전무를 통해 최성그룹의 핏줄 승계는 없다는 걸 못 박고 누구나 최성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하게 한다. 물론 그 자리는 강용호 회장이 되찾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몸과 청춘의 시간을 얻었어도 몸이 바뀌어 잃은 것도 있다. 그건 바로 강용호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힘이다. 그는 그저 이 최성그룹의 인턴사원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 점이 시청자들에게는 사이다 성장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든다. 현 위치와 올라가야 할 자리 사이의 간극을 회장이 되기까지의 경륜을 가진 강용호가 하나하나 뛰어넘어 성장하고, 나아가 저 개차반 자식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이 보고 싶어진다.
인생 2회차를 다루는 아는 맛 드라마지만, 일단 그 판타지의 맛이 끌리는 건 사실이다. 특히 혈연 세상이고 현실이 가로막는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앞으로 강회장이 빙의된 이 신입사원이 초고속으로 이뤄낼 성공의 과정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게 한다. 그 기대를 드라마는 정확히 짚어내고 고구마는 짧게 사이다는 확실하게 펼쳐나간다.

황준현이라는 신입사원이 됐지만, 모든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 비번을 알고 있고, 또 지팡이로 열리는 개인금고와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강용호는 마음대로 그곳에 들어가 거기 쌓여있는 돈들을 쓸 수 있게 됐다. 몸이 코마 상태에 있는 것만 빼놓고 강용호는 사실상 다 얻은 셈이다. 젊은 몸과 부 그리고 시간까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자식들에 대한 복수극이 주는 사이다 전개가 드라마를 끌고 가는 추진력이지만, 여기에는 기성세대의 경륜과 젊은 세대의 열정과 패기가 한 몸으로 합쳐져 이뤄내는 세대 통합적인 판타지도 담겨 있다. 가난하게 축구선수의 꿈만을 꾸며 달려왔던 성실한 젊은이의 몸으로 모든 걸 다 이뤄본 강용호 회장이 들어옴으로써 만들어진 환상의 신구 세대 콤비랄까.
강용호 회장의 기대하라는 전언처럼 아는 맛이지만 시원한 사이다가 기대되지만, 이 드라마는 동시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2회차를 통해 되돌아보고 참회하는 시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아무것도 없이 살아온 흙수저의 청춘의 삶을 경험하면서 오로지 사업 성공과 돈만 보고 달려왔던 강용호 회장은 어떤 후회와 변화를 보여줄까. 사실 더 기대되는 대목은 바로 그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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