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계좌 이용 사건 불송치… 쟁점은 ‘범행 인식’

정민기 기자 2026. 6.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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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사용 사실만으로 방조 고의 단정 어려워… 접근매체 양도·대가성 여부도 검토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전 과정에 계좌가 이용됐다는 이유로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방조 혐의를 받은 사건에서 경찰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 사건은 의뢰인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다. 계좌가 피해금 이동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계좌 명의자의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핵심은 계좌 명의자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식했는지,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는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대여했는지, 대가나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였다.

경찰은 수사 결과 통지서에서 의뢰인이 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금원을 이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불상 피의자들의 범행을 알면서 이를 용이하게 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한 점, 접근매체 양도 자료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혐의없음 취지의 불송치 결정을 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계좌 명의자는 피해금이 자신의 계좌를 거쳐 이동했다는 사정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로 조사받는 경우가 있다. 수사기관은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안에 따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방조 혐의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계좌 사용 결과와 형사책임은 별도로 판단된다. 사기방조가 성립하려면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했다는 사정이 필요하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의 양도·양수와 대가를 전제로 한 대여·보관·전달 등을 금지하고 있어, 사건별로 사용권 이전 여부와 대가성 등이 쟁점이 된다.

이번 사건은 이 같은 구별이 수사 단계에서 반영된 사례다. 계좌 이용 및 금원 이동 경위, 상대방과의 연락 내용, 대가 수수 여부, 접근매체 양도 여부, 범행 인식 가능성 등을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에이앤피(A&P) 박사훈 대표변호사 / 에이앤피 제공

이번 사건을 맡은 법률사무소 에이앤피(A&P)의 박사훈 대표변호사와 양희준 변호사는 수사 초기부터 의뢰인이 상대방 지시에 따라 금원을 이체하게 된 경위, 범행 대가나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은 점, 접근매체 양도·대여 자료가 부족한 점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이후 변호인 의견서 제출과 경찰 조사 대응을 통해 계좌 사용 사실과 범행 인식 여부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박사훈 대표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는 지속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처벌이 강화될수록 결과만을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지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세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계좌 이용 사건에서 ‘몰랐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되기 어렵다. 수사기관은 계좌 사용 경위와 행동 이유, 대가 수수 여부, 접근매체 제공 여부, 범행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좌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초기 단계에서 계좌 이용 경위와 범행 인식 가능성을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사건 진행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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