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선 향하는 코스피…반도체 쏠림에 커지는 변동성 경고음
레버리지 ETF 자금 유입에 차익실현 압박 확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9천 선을 향해 다가서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불안한 시선도 커지고 있다. 지수는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지만 상승 동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까지 가세하면서 반도체 쏠림이 단순한 투자 열풍을 넘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는 한 달 동안 28.45% 상승했다. 5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에는 8천467.15로 마감하며 9천선 진입 기대를 높였다. 지난해 말 4천214.17과 비교하면 101.13% 오른 수준이다.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S&P500지수는 5.15% 올랐고 나스닥지수도 8.36% 상승했다.
하지만 지수 상승만큼 시장 내부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코스피 상장 종목 948개 가운데 지난달 지수 상승률을 웃돈 종목은 39개에 그쳤다. 전체의 4.1% 수준이다. 나머지 909개 종목은 코스피 상승률을 밑돌았고 이 가운데 811개 종목은 하락했다. 지수는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실제 체감 장세는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만 온기가 몰린 셈이다.
쏠림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리하고 있다.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달 31일 기준 50.71%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처음 50%를 넘어선 뒤 3거래일 연속 코스피 전체 시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거래대금도 두 종목으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33.91%였지만 지난달 27일에는 49%까지 뛰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 같은 흐름에 기름을 부은 요인으로 꼽힌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상승률의 2배 안팎 수익을 노리는 구조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어 단기 매매 성격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처음 상장됐다. 상장 직후 자금도 빠르게 몰렸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관련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27조8천709억 원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 약 4조 원을 순매수하며 단기 수급을 주도했다.
문제는 개인이 ETF를 사는 데서 흐름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 자금이 2배 레버리지 ETF로 들어오면 자산운용사는 해당 상품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의 2배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현물 주식과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운용 규모를 맞추게 된다. 개인의 단기 매수세가 운용사의 추가 매수와 조정 수요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대형주 수급을 더 자극할 수 있는 구조다.
ETF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증권사들도 비슷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거래가 갑자기 늘면 증권사들은 가격 차이와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이나 관련 상품을 활용해 위험 관리에 나선다. 개인의 레버리지 매수와 운용사의 자금 집행 그리고 증권사의 위험 관리 수요가 같은 방향으로 겹칠 경우 두 대형주로 자금이 더 강하게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레버리지 ETF가 개인의 '단기 베팅'을 시장 전체의 반도체 쏠림으로 증폭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는 상승장에서는 지수 탄력을 키울 수 있지만 차익실현이 몰릴 때는 하락 속도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금이 들어올 때 매수가 겹쳤던 것처럼 자금이 빠질 때는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총과 거래대금 비중이 동시에 커진 종목에 자금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두 종목의 흔들림이 코스피 전체 변동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 시장은 반도체주 수급을 흔들 수 있는 변수들을 앞두고 있다. 미국 고용과 물가 지표는 금리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글로벌 IT 기업 브로드컴 실적 발표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방한도 AI 반도체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재료로 꼽힌다. 다만 관련 종목들이 이미 급등한 만큼 기대가 현실을 앞서갔다는 판단이 커질 경우 차익실현 압박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동시에 몰리면서 두 종목의 수급 변화가 코스피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장세가 됐다"며 "레버리지 ETF까지 가세한 만큼 반도체 대형주에서 차익실현이 나올 경우 지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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