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는 올해까지만 하겠습니다” 압박은 분명, 그러나 ‘선발 100승’ 손주영의 꿈 위한 새로운 경험

LG 손주영은 마무리 전환 이후 지난 31일 잠실 KIA전 최대 위기를 겪었다. 5-2, 3점 차 리드를 안고 9회 마운드에 올랐는데 연속 안타를 맞고 볼넷까지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런 1위 김도영과 ‘맞으면 담장을 넘기는’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를 차례로 상대해야 했다. 김도영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키며 밀어내기고 실점하면서 2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다행히 아데를린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LG는 KIA 3연전을 쓸어 담으며 3연승으로 5월을 마쳤다.
만루 위기야 선발로 던지던 시절에도 여러 차례 겪었지만, 뒤가 없는 마무리로 맞닥뜨린 만루의 중압감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경기 후 손주영은 “선발로 던질 때는 (실점을 하더라도) 뒤에 기회가 있지만 마무리는 맞으면 끝이니까 확실히 힘도 더 들어가고, 심리적으로도 압박감이 있더라”고 했다. 그래도 재미있지 않았냐는 말에도 ‘재미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손주영은 “마무리는 올해만 하고 그만하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선발 투수로 저는 큰 꿈이 있다. 100승을 해야 한다”고 너스레까지 떨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만큼 생전 처음 느끼는 마무리 투수의 부담감이 크다. 연투를 시작하면서 선발 시절과 또 다른 피로도 느낀다. 손주영은 “팀 분위기가 좋아서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내가 망칠 뻔했다. 왜 그랬을까, 심리적으로 뭐가 문제가 있었는지 한번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손주영은 힘들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마무리 경험은 앞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마무리로 맞닥뜨려야 할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하다 보면 자연히 ‘선발 손주영’의 심장 사이즈 또한 더 커진다. 손주영이 염경엽 LG 감독의 마무리 요청을 선뜻 받아들이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LG는 기존 마무리 유영찬의 시즌 아웃 이후 ‘마무리 손주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효과는 탁월하다. 손주영이 확실하게 9회를 책임지면서 혼란스럽던 LG 불펜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손주영이 9회 처음 등판한 지난 13일 삼성전부터 이날 KIA전까지 LG는 11승 5패를 내달렸다. 7회까지 앞선 11경기 중 10승을 따냈다. 손주영은 삼성전 생애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9경기에서 구원승 1개에 8세이브를 올렸다. 블론 세이브는 하나도 없다. 마무리를 맡은 지 보름 만에 리그 세이브 5위까지 올라왔다. ‘트럭 시위’까지 나왔던 일각의 우려가 그저 기우였음을 결과로 증명 중이다.
구원 성공률 100%로 팀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손주영은 언젠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도 준비하고 있다. 선발이야 한 경기 부진하다고 하더라도 다음 등판까지 마음을 추스를 충분한 여유가 있지만 마무리는 그럴 수가 없다. 최악의 피칭을 한 바로 다음 날이라도 상황에 따라 9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손주영은 “언젠가 분명 힘든 시기가 오긴 올 거다. 그럴 때 얼마나 빠르게 털어내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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